[아침편지] 철학의 산책 - 월백과 두견, 노을진 신정산 둘레길을 걷다

신정산 둘레길에서 내가 먼저 운을 떼었다.
“월백, 인생은 참 알 수 없는 길입니다.
인생길 칠십을 걸어왔지만 돌아보면 나의 족적에 갈지자(之)로 흔들린 구간이 참 많았지요.”
월백이 미소 지으며 답했다.
“그것은 길을 잃은 흔적이 아니라, 풍랑 속에서도 노를 놓지 않은 항해의 흔적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하지만 세상의 바람은 쉼 없이 불어옵니다.
특히 이해관계가 얽힌 재개발 현장에서는
상상 못 할 험한 바람이 앞길을 막아서곤 하지요.”
월백이 조용히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결국 남는 것은 결과보다 과정 아니겠습니까.”
나는 산 아래 빽빽하게 들어선 아파트 숲을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그래서 제가 정한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옳은 길이면 간다’는 것입니다.”
월백이 물었다.
“그러면 거센 바람이 불어올 때는 어떻게 하십니까?”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답했다.
“무모하게 파도에 정면으로 부딪치려 하지 않습니다.
다만 바람의 결을 세밀히 읽어 돛을 조정하려 노력할 뿐이지요.”
잠시 후 나는 독백처럼 덧붙였다.
“바람은 언제나 불어오지만, 정작 흔들리는 것은
마른 낙엽보다 가벼운 인간의 마음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월백이 낮게 말했다.
“그래서 사람은 때로 바람을 탓하며 살기도 하지요.”
나는 깊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저는 이제 바람을 멈추려 하기보다,
제 마음의 방향을 가끔 돌아보려 합니다.”
그때 능선 위로 또 한 줄기 바람이 요란하게 지나갔다.
그러나 서산의 노을은 아무런 말 없이 제 빛을 온전히 지키고 있었다.
능선 위의 길은 고요히 이어졌고, 나는 깨달았다.
바람을 이기는 것은 강한 힘이 아니라,
자기의 색채를 유지하는 저 노을 같은 ‘지향(指向)’임을.
칠십 년 세월, 내 나침반의 바늘은 때로 격렬하게 흔들렸을지언정
언제나 '본질'이라는 북극성에서 눈을 떼지 않으려 했다.
“월백, 이제 내려가야겠습니다.
내 말에 월백이 웃으며 앞장섰다.
산 아래 불빛들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