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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엽의 시사논평]규제는 풀렸는데 사업성은 왜 막혔나

최종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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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규제를 풀어도 현장은 여전히 힘든가?" "왜 사업성은 개선되지 않는가?" "누가 비용을 부담하는가?" "누가 검증하는가?"
최종엽 기자

[3줄 요약]

◾ 용적률 1,560% 파격 완화는 좋은 신로지만 초고층화에 따른 공사비와 금융비용 급증은?

◾ 서울시의 파격적 개선안은 상위법 체계와의 정합성 문제를 넘어야

◾ 진짜 문제는 규제가 아니라 검증 시스템의 부재다. 공공기여 현실화,  공사비 검증, 공공 금융       지원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서울시 주택실 재정비촉진과가 지난 5월 발표한 ‘도시정비형 재개발 3차 개선안’은 시장의 이목을 단숨에 집중시켰다. 상업지역 용적률을 최대 1,560%까지 확대하고 도심 높이 제한을 사실상 폐지한다는 내용은 그 자체로 파격적이었다. 

 

특히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발표되었다는 점은 단순한 행정계획을 넘어 공급 확대를 둘러싼 정치적 메시지로도 읽힌다. 오세훈 시장은 정부 정책과 차별화된 공급 드라이브를 통해 도시정비 정책의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언뜻 보면 규제의 빗장이 풀리면서 도심 재개발의 길이 활짝 열린 듯 보인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기대만큼 낙관적이지 않다. 규제 완화라는 화려한 숫자 뒤에 사업성을 가로막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높은 용적율은 마법인가?

많은 사람들은 용적률이 높아지면 사업성이 자동으로 개선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비사업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건물은 높아질수록 건축비가 증가한다. 

특히 50층 이상의 초고층 건축물은 특수 구조 설계와 고성능 자재, 강화된 안전설비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여기에 공사 기간 장기화에 따른 금융비용까지 더해진다. 

 

결국 사업성은 ‘얼마나 많이 지을 수 있는가’가 아니라 ‘추가 수익이 추가 비용을 넘어서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세대 수 증가가 곧바로 조합원 이익 증가를 의미하지 않는 이유다. 자칫 잘못하면 완화로 얻은 분양 수익보다 늘어난 공사비 청구서가 더 커지는 ‘배보다 배꼽이 큰 사업’이 될 수도 있다.

 

법적 현실 역시 녹록지 않아.

서울시 조례가 바뀐다고 해서 모든 규제가 즉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용적률 체계와 공공기여의 기본 원칙, 도시계획의 근간은 상위 법령인 도시정비법과 국토계획법이 규정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의욕적인 정책이라 하더라도 상위법의 범위를 벗어날 수는 없다. 조례와 상위법 간의 정합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인허가 과정에서 추가 협의와 보완 요구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현장에서 “정치적 선언과 사업 현실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공기여의 합리성 

주민들은 기부체납이 과하다 주장한다, 서울시 역시 용적률 완화에 따른 개발 이익이 사회 전체로 환원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공개공지와 공공시설 확보를 위한 공공기여는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문제의 본질은 규제 완화의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서로 상반된 주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건설사는 공사비 상승을 주장하고, 

조합은 과도한 증액을 의심한다.

지자체는 공공기여를 요구하고, 

사업 주체는 사업성 악화를 호소한다.

그러나 어느 쪽이 옳은지 독립적으로 검증할 장치는 여전히 부족하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는 아무리 규제를 완화해도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번 개선안이 일회성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실질적 공급 확대 정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세 가지 보완책이 필요하다.

 

첫째, 공공기여 매입 단가를 현실화해야 한다.

공공이 확보하는 임대주택과 공공시설의 매입 기준을 시장 현실에 맞게 조정하여 사업 주체가 과도한 부담을 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공사비 검증 및 중재 시스템을 상설화해야 한다.

시공사의 실제 원가와 조합의 부담 능력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독립적 공공 중재기구를 제도화함으로써 반복되는 공사비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셋째, 공공 금융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주택도시기금과 공공 보증 제도를 활용한 저리 금융 지원은 사업 리스크를 줄이고 사업 참여자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도시정비는 단순히 건물의 높이를 경쟁하는 사업이 아니다.

 

더 높게 짓는다고 반드시 더 좋은 도시가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도시를 만드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신뢰다.  용적률 1,560%라는 화려한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비용을 부담하고, 누가 위험을 떠안으며, 누가 그 과정의 공정성을 검증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다.

 

공급 정책은 구호로 완성되지 않는다.

상반된 이해관계를 제도 안으로 끌어들여 팩트를 검증하고, 비용과 위험을 공정하게 분담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때 비로소 정책은 현실이 된다. 

규제 완화는 시작일 뿐이다. 지속 가능한 도시의 미래는 결국 숫자가 아니라 신뢰 위에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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