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

[단독, 기획탐사 제5부] 증산 4구역, 가처분 기각은 끝이 아닌 시작

최종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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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의 갈등과 과제 증산4구역 가처분 기각이 남긴 사회적 이정표

법원은 절차를 선택했다… 증산4구역이 던진 공공정비사업의 숙제

 

[요약]

  • -법원은 주민대표 직무정지 가처분을 기각했으나 대표성 논란 자체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 -형식적 적법성과 실질적 정당성 사이의 간극이 공공정비사업의 구조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수사기관의 사실 규명과 주민대표·임원 적격성 검증 강화가 제도 개선의 핵심 과제로 제기된다.

 

최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증산4구역 일부 토지등소유자들이 제기한 주민대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번 결정은 주민대표회의를 둘러싼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었다는 의미라기보다, 대규모 공공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과 사업 지연 가능성을 고려한 민사 가처분 절차상의 판단으로 해석된다.

 

민사 가처분은 본안 소송의 최종 판단 이전에 권리관계를 임시적으로 정리하는 제도다. 따라서 법원은 본안에서 다투어질 쟁점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기보다, 현 단계에서 직무를 정지시킬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게 된다.

 

형식적 적법성과 실질적 정당성 사이의 간극

 

현행 법체계상 토지등소유자 자격은 기본적으로 등기부 등 공적 장부를 기준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지분 규모가 크든 작든 법률상 소유권이 존재하는 이상 일정한 권리 주체로 인정된다.

반면 일부 주민들은 극소 지분 취득 경위, 전입 시점, 실질적 이해관계 등을 문제 삼으며 주민대표회의의 대표성과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쟁점은 민사 가처분 절차에서 즉시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명의신탁 여부, 부동산실명법 위반 가능성, 위장전입 의혹, 절차적 적법성 문제 등은 수사기관의 조사와 본안 재판을 통해 사실관계가 규명되어야 할 사안이다.

 

결국 이번 결정은 "의혹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라기보다, "현 단계에서 직무를 정지할 정도로 명확하게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해석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제도적 공백이 드러낸 공공정비사업의 구조적 위험

 

증산4구역 사례는 특정 개인이나 특정 집행부의 문제를 넘어 공공정비사업 제도 전반의 취약성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는 공공시행자의 신뢰성 문제다.

공공시행자인 LH는 현행 법령과 운영규정에 따라 주민대표회의를 사업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으나, 일부 주민들이 대표 자격과 대표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공공의 신뢰성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향후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판단 결과에 따라 공공사업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둘째는 주민 대표성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다.

대표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사업 자체보다 절차의 정당성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다.

정비사업은 단순히 법률에 의해 움직이는 사업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들의 신뢰와 동의를 기반으로 추진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주민 피해 확대 가능성이다.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사업 일정 지연, 금융비용 증가, 추가 분담금 부담 등 다양한 형태의 부담이 주민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갈등 당사자가 아니라 다수의 토지등소유자와 거주민일 가능성이 높다.

 

주민의 역할과 과제

 

정비사업은 일부 임원이나 특정 집단만의 사업이 아니다. 

수천 명 주민의 재산권과 주거권이 걸린 공동의 사업이다.

따라서 주민들은 모든 권한을 대리인에게 위임한 채 결과만 기다리는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 사업 추진 과정과 예산 집행 내역을 점검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법과 규정이 보장하는 절차에 따라 문제를 제기하고, 사업 운영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시민적 감시 역시 중요하다. 민주주의는 참여하는 시민이 있을 때 비로소 작동한다.

정비사업 또한 예외가 아니다.

주민들은 운영규정과 관계 법령이 정한 절차에 따라 감사 요구, 정보공개 요구, 총회 소집 요구 등 정당한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필요할 경우 공익감사청구 등 제도적 수단을 활용해 사업 운영의 투명성과 적정성을 검증 받을 수 있다.

 

[기자의 시선]

 

문제는 갈등 그 자체가 아니다.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신뢰의 시스템이 존재하느냐가 본질이다.

증산4구역의 논란은 한 지역의 분쟁을 넘어 대한민국 공공정비사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과제를 드러내고 있다.

 

법원은 절차적 안정성을 선택했고, 주민들은 실질적 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 두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필요한 것은 감정적 대립이나 진영 논리가 아니다. 투명한 정보 공개, 객관적 검증, 그리고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공정한 기준이다.

 

증산4구역의 진통이 또 하나의 갈등 사례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대한민국 공공정비사업의 신뢰와 대표성 문제를 재점검하는 전환점이 될 것인지는 결국 제도와 주민 모두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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