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

[의사결정검증] 신갈 360억 대출사건, 68억은 어떤 근거로 움직였나

최종엽 기자
입력
계약서와 실제 자금 흐름은 일치했나…지급·승인 과정의 기록이 핵심 시행사·금융기관 주장보다 계약·지급지시·출금전표·수취계좌로 검증 개인의 형사책임과 금융기관 내부통제는 분리해 살펴야

[한국도시정비신문=최종엽 기자] 본지는 앞선 보도에서 용인 신갈 주상복합 개발사업의 360억 원 브릿지론(BL)과 관련해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대출이 실행된 그날, 68억 원은 어떤 계약에 따라 누구의 동의를 받아 누구에게 지급됐는가.”

당시 본지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시행사 측이 “몰랐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68억 원을 곧바로 불법적으로 빠져나간 돈이라고 볼 수 없고, 반대로 대출 과정에 수수료와 비용에 관한 약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68억 원 전체가 정상적인 금융비용이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누가 어떤 근거와 권한으로 그 돈의 지급을 결정하고 집행했는가.

 

돈이 움직였다면 결정의 기록이 있어야 한다

사건은 2020년 7월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중앙새마을금고 등 8개 새마을금고가 참여한 총 360억 원 규모의 BL이 실행됐다. 시행사 측은 대출 실행 당일 이 가운데 68억 원이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 움직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68억 원은 전체 대출금의 약 18.9%다.

 

그러나 금액이 크다는 사실만으로 비정상적인 거래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브릿지론에는 이자와 금융주선 수수료 등 금융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차주가 이를 알고 계약에 동의했다면 대출 실행과 함께 지급됐다는 사실만으로 문제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본지가 확보한 관련 판결문에도 해당 대출 업무협약에 ‘수수료 및 비용’에 관한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시행사 측 주장과 함께 당시 계약 내용과 실제 자금 집행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핵심은 그 돈을 움직인 계약과 권한, 그리고 기록​이다.

 

계약과 실제 지급은 일치했는가  핵심은 양자의 주장을 비교하는 데 그치지 않는 것이다.

먼저 대출약정서와 업무협약서에 금융비용이 어떻게 규정돼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어 금융주선계약과 별도 수수료 약정이 존재했는지, 존재했다면 얼마를 누구에게 지급하도록 정했는지를 확인하고 실제 지급액과 대조해야 한다.

 

질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누가 지급을 지시했는가.
그 사람에게 그럴 권한이 있었는가.
금융기관에서는 누가 이를 확인하고 승인했는가.
출금전표와 지급지시서는 어떻게 작성됐는가.
계약서상 수취인과 실제 돈을 받은 사람은 같은가.

 

이를 확인할 자료는 하나의 사슬로 연결된다.

 

대출약정 → 업무협약 → 금융주선·수수료 계약 → 지급지시 → 금융기관 승인 → 출금 → 실제 수취계좌, 이중 어느 한 지점이라도 맞지 않는다면 그 차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기자의 가설도 검증받고자 한다

시행사 측 주장과 다른 자료나 설명이 있다면 같은 기준으로 확인해야 한다.

대출 실행과 함께 금융비용이 지급될 수 있는 만큼 이 사건에서도 계약 내용과 실제 지급 절차가 일치했는지가 중요하다.

시행사 또는 적법한 권한을 가진 사람이 지급지시서 등에 정상적으로 서명·날인했다는 자료가 확인된다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금융주선 또는 수수료 계약에 금액과 수취인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고 실제 계좌도 계약대로 움직였다면 ‘동의 없는 지급’이라는 주장 역시 다시 살펴봐야 한다.

반대로 계약서에 없는 수취인에게 돈이 갔거나 계약금액과 실제 지급액이 다르거나 지급·승인 과정에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 경위를 확인해야 한다.

 

본지가 확인하려는 것은 어느 한쪽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아니라 

서로 다른 주장 가운데 무엇이 객관적 기록과 일치하는가이다.

 

시행사 측의 당시 상황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360억 원의 대출 과정에서 금융비용과 금융주선계약이 어떻게 설명되고 체결됐는지, 법인인감과 금융서류는 어떤 절차로 관리됐는지 살펴봐야 한다.

또 문제의 자금 이동을 언제 인지했고 이후 금융기관에 어떤 확인이나 이의를 제기했는지도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는 데 필요한 부분이다.

 

이를 통해 자금 집행 과정에서 시행사와 금융기관이 각각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다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책임을 미리 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권한과 역할, 실제 행위가 계약과 기록에 부합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개인의 형사책임과 금융시스템의 책임은 구분해야

이 사건과 관련해 여러 형사절차와 판결이 존재한다.

그러나 다른 사건에서 시행사 관계자에게 내려진 판단을 이유로 68억 원에 관한 주장을 거짓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금고 관계자의 다른 범죄에 관한 유죄판결이 존재한다고 해서 68억 원 전체가 불법적으로 지급됐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68억 원은 68억 원에 관한 증거로 판단해야 한다.

금융기관의 역할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대출금을 집행하면서 어떤 내부 확인 절차를 거쳤는지, 거액의 자금이 제3자에게 지급됐다면 계약과 차주의 의사를 누가 확인했고 그 기록은 남아 있는지가 핵심이다.

개인의 형사책임과 금융기관의 내부통제 책임은 별개의 문제다.

돈의 흐름과 권한의 흐름을 함께 봐야

이 사건의 실체를 확인하는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돈의 흐름권한의 흐름을 같은 시간표 위에 놓으면 된다.

360억 원이 실행된 시점부터 문제의 자금이 어느 계좌를 거쳐 어디로 갔는지 확인한다.

동시에 계약 체결 → 지급지시 → 금융기관 접수 → 확인 → 승인 → 실제 지급 과정에서 누가 어떤 권한을 행사했는지 확인한다.

두 흐름이 일치한다면 정상적인 거래라는 설명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어느 지점에서 갈라진다면 그 이유가 설명돼야 한다.

 

8개 새마을금고 대주단에 묻는다

본지는 대주단에 확인을 요청한다.

68억 원 또는 그 일부의 지급 근거가 된 계약은 무엇인가.

금액과 수취인은 어떻게 결정됐는가.

차주의 지급 의사는 어떤 자료로 확인했는가.

지급지시서와 출금전표는 누가 작성·제출했고 금융기관에서는 누가 확인하고 승인했는가.

계약서상 수취인과 실제 수취인은 일치하는가.

 

관련 절차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당시 기록을 공개할 수 있는가.

질문의 목적은 범인을 정하는 데 있지 않다

이 사건은 6년 넘게 이어졌다. 그동안 여러 주장과 고소·재판이 뒤따랐다.

그러나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로 최초의 질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360억 원이 실행된 그날 68억 원은 어떤 결정과 절차를 거쳐 움직였는가.

그 결정에는 계약이 있었는가.

적법한 동의가 있었는가.

지급지시와 금융기관의 승인은 적정했는가.

실제 돈은 계약서가 정한 곳으로 갔는가.

 

본지는 어느 한쪽의 주장으로 결론을 정하지 않는다.

주장에는 근거를 묻고, 근거에는 자료를 묻는다.
자료에는 출처를 묻고, 숫자에는 기준을 묻는다.
우리의 판단에는 반증과 반례를 묻는다.

그래도 설명되지 않는 사실이 남는다면 다시 질문할 것이다.

신갈 360억 대출사건에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주장이 아니라 결정의 기록이다.

 

계약서와 지급지시서, 출금전표와 실제 계좌가 같은 말을 하는지 확인하면 된다.

금융의 신뢰는 말이 아니라 기록으로 증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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