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정부와 서울시 재개발 속도 싸움
[한국도시정비신문=최종엽 기자] 서울의 500가구 이하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둘러싸고 정부·여당과 서울시가 맞붙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3일 고위당정협의회를 통해 500가구 이하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정비구역 지정 등 관련 권한을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이양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비사업 절차를 단축해 도심 주택공급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권한을 자치구로 넘긴다고 사업기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는 것은 아니며 자치구별 도시계획 역량 차이와 난개발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주장은 다르지만 주민에게 필요한 질문은 간단하다.
구청장에게 권한을 넘기면 사업은 실제 빨라질까.
정부는 ‘속도’, 서울시는 ‘실효성’
당정의 논리는 행정의 병목을 줄이자는 것이다. 현재 서울의 정비사업은 자치구와 서울시의 여러 절차를 거친다. 일정 규모 이하 사업은 현장을 잘 아는 자치구가 보다 많은 권한을 갖도록 해 행정절차를 단축하자는 것이다.
정비사업에서 시간은 곧 돈이다. 사업기간이 길어지면 금융비용과 사업비가 늘고 공사비 상승 위험도 커져 결국 조합원과 토지등소유자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반론도 있다. 서울시는 정비사업 장기화의 원인을 서울시 심의에서만 찾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최근 3년간 도시계획위원회 평균 처리기간은 84일, 통합심의는 32일이라는 자료를 제시했다.
또 도로·교통·공원·학교 등 기반시설과 용적률, 높이, 경관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만큼 25개 자치구가 각각 정비구역을 결정할 경우 도시계획의 일관성과 지역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500가구는 왜 기준이 됐나
480가구와 520가구 사업장은 규모 차이가 크지 않지만 제도가 확정되면 서로 다른 행정체계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500가구라는 기준의 정책적 근거와 함께 사업기간 단축과 공급 확대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기준에 맞추기 위해 사업구역을 나누거나 사업계획을 조정하려는 유인이 발생할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
‘속도’를 내건 과거 정책의 교훈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LH 시행참여'의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의 배경은 각종 특례를 통해 절차를 단축해 도심 주택공급을 앞당기겠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그러나 제도에서 계산한 속도와 현장의 반응은 달랐다. 주민동의와 사업성, 분담금, 보상방식 그리고 주민 간 이해관계가 변수로 등장했다. 행정절차 간소화가 사업속도를 보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권한을 넘기면 책임도 넘어가는가
구청장에게 정비구역 지정 등의 권한을 확대했는데 사업이 늦어진다면 누가 책임지는가. 자치구의 결정이 서울시 광역계획이나 기반시설 계획과 충돌해 다시 협의해야 한다면 새로운 행정절차가 생길 가능성은 없는가.
권한을 이양하려면 전문인력과 심의역량, 책임도 함께 넘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행정기관의 이름만 바뀌고 주민체감하는 시간은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
정부는 구청장에게 권한을 이양하면 정비사업이 빨라진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얼마나 줄어드는지 제시해야 한다.
서울시는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전체 사업기간 가운데 서울시와 자치구에서 각각 얼마의 시간이 소요되는지 보여줘야 한다. 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정부와 서울시 간 이의 권한 논쟁이 아니라 숫자다.
현재 정비구역 지정에 평균 몇 개월이 걸리고 제도를 바꾸면 얼마나 단축되는지, 그 결과 금융비용과 사업비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
재개발·재건축에서 사업기간은 주민의 재산과 직결된다. 정비사업 제도개선의 성적표는 권한을 누가 가져갔느냐가 아닌 시간과 비용을 얼마나 줄였느냐로 가름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