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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검증] 500가구 이하 재개발 권한 이양 논쟁…사업은 도대체 어디서 멈추나

최종엽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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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구청장에게 권한 넘겨 사업 속도”…서울시 “실효성 낮고 난개발 우려” 서울시 “193곳 중 구역지정 단계 31곳…주요 인허가 9개 중 7개 이미 자치구 권한” 권한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병목…‘몇 개월 단축되는가’ 숫자로 검증해야

 

[한국도시정비신문=최종엽 기자] 500가구 이하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서울시장에서 구청장으로 넘기는 방안을 놓고 정부·여당과 서울시가 맞서고 있다.

 

정부·여당은 주택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권한을 자치구에 넘겨 절차를 단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주요 인허가 대부분을 이미 자치구가 담당하고 있어 실효성이 크지 않고, 자치구마다 다른 기준이 적용될 경우 난개발과 행정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양쪽의 명분은 같다.

정비사업을 빨리 추진해 주택공급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논쟁은 '누가 권한을 가져야 하는가'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야 한다.

 

권한을 넘기면 실제 사업기간이 얼마나 단축되는가.

본지는 지난 1차 보도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에는 당정과 서울시의 주장을 숫자와 현장 사례를 통해 다시 들여다본다.  당정 “구청장에게 권한 넘기면 빨라진다” 

정부·여당은 500가구 이하 재개발·재건축의 정비구역 지정 등 관련 권한을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이양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자치구가 정비계획을 입안하고 주민공람과 구의회 의견 청취 등을 거쳐 서울시에 정비구역 지정을 요청하면 서울시 심의를 거쳐 지정·고시한다.

당정은 일정 규모 이하 사업의 권한을 자치구로 이양하면 행정절차가 간소화돼 사업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논리는 명확하다.

 

단계를 줄이고 권한을 현장 가까이 내려보내면 사업이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책의 효과를 판단하려면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그래서 실제 몇 개월이 단축되는가.권한 하나를 옮기는 것과 전체 정비사업 기간이 실질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정부가 예상하는 단축기간과 그 산출 근거가 있어야 정책의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

서울시가 내놓은 ‘193곳·31곳’ 숫자

서울시는 구체적인 숫자로 맞서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추진 중인 500가구 이하 정비사업은 193곳이며 이 가운데 정비구역 지정 단계는 31곳, 약 16%다. 또 정비사업 주요 인허가 9개 가운데 조합설립, 사업시행, 관리처분 등 7개는 이미 자치구가 담당하고 서울시는 구역지정을 위한 심의와 사업시행 전 통합심의 등 2개를 담당한다고 설명한다.

 

서울시는 자신들이 담당하는 구역 지정 심의와 통합심의에 걸리는 기간이 약 4개월이고, 전체 정비사업 기간을 12년으로 볼 경우 약 2.7%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4개월’이 어디에서 어디까지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서울시에 정식 안건이 접수된 이후 순수 심의기간인지, 관계부서 협의와 보완·재심의 등에 걸리는 기간까지 포함한 것인지에 따라 주민이 체감하는 기간은 달라질 수 있다.

또 전체 사업기간 12년에는 조합설립과 사업시행, 관리처분, 이주·철거와 공사기간까지 포함된다.

따라서 서울시 심의기간 4개월을 전체 12년과 비교한 2.7%라는 숫자가 권한 이양의 효과를 판단하는 적절한 기준인지도 검증할 필요가 있다.

 

당정은 ‘얼마나 빨라지는가’를, 서울시는 ‘4개월과 2.7%가 무엇을 기준으로 한 숫자인가’를 각각 자료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자치구에서는 실제 얼마나 걸리나

현장에서는 또 다른 확인이 필요하다.

종로구 창신9·10구역은 지난 6월 사업시행자 지정에 필요한 동의율을 확보해 종로구청에 지정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주민들은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의 요구만으로 행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신청서 보완이나 관계기관 협의, 법률·행정적 검토 등 처리에 시간이 필요한 사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청서 접수 이후 현재까지의 처리 단계와 소요기간, 지정이 이뤄지지 않은 사유와 향후 처리계획 등에 대한 종로구의 설명도 확인돼야 한다.

 

구청의 설명까지 확인해야 이 사례가 실제 행정 병목인지, 정상적인 검토 과정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이는 권한 이양 논쟁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서울시의 권한을 자치구로 넘기면 실제 처리기간이 단축되는가.

하나의 사업장 사례로 전체 자치구의 행정 효율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이미 자치구가 담당하는 인허가의 실제 처리기간을 확인하면 권한 이양이 사업 속도에 미칠 영향을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시간이 늘어나면 결국 주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정비사업에서 시간은 단순한 기간의 문제가 아니다.

사업이 지연되면 금융비용과 용역비, 조합 운영비 등이 발생하고 공사비와 금리, 분양시장 등 외부환경도 변할 수 있다.

행정절차가 실제로 단축된다면 그 편익은 주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 반대로 권한만 이동하고 처리기간이 줄지 않는다면 제도 개선의 실익은 다시 따져봐야 한다.

 

따라서 이번 논쟁은 ‘권한을 누가 갖느냐’보다 ‘얼마의 시간을 줄이고 얼마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느냐’​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사업기간 단축뿐 아니라 행정의 예측가능성과 서울 전체 도시계획의 일관성도 함께 살펴야 한다.

 

권한보다 먼저 ‘병목’을 찾아야

500가구 이하 재개발·재건축 권한 이양 문제를 정치적 공방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정부에는 묻는다.권한을 넘기면 어느 절차에서 실제 몇 개월이 단축되는가.

 

서울시에도 묻는다.

4개월과 2.7%라는 숫자는 주민이 체감하는 실제 사업기간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

그리고 자치구에는 확인해야 한다. 이미 맡고 있는 인허가는 실제 얼마나 걸리고 있으며, 사업이 멈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누가 옳은지를 먼저 결정할 필요는 없다.

주장에는 근거를 묻고, 근거에는 자료를 묻고, 숫자에는 비교기준을 물으면 된다.

권한을 어디로 옮길 것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그 선택으로 사업기간이 실제 얼마나 줄고, 주민 부담이 얼마나 감소하는가다. 

그 답은 정치적 주장보다 자료와 결과가 말해야 한다.

최종엽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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