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

[탐사기획] 조합장 자녀 용역업체 취업 우연인가, 구조인가

최종엽 기자
입력
광명11R 조합장 자녀 취업 의혹이 던지는 공공성의 질문

[한국도시정비신문, 최종엽기자] 광명11R 재개발사업이 조합장 자녀의 연쇄 취업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조합원들에 따르면 조합장의 자녀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합과 계약 관계를 맺은 복수의 업체에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명 1구역 현장 전경

해당 업체들은 정비사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핵심 용역업체들로 전해진다. 논란의 핵심은 취업 자체가 아니다. 조합원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공적 권한을 행사하는 조합장의 가족이 사업 관련 업체와 고용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이해충돌 가능성이 존재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충분히 투명하게 관리되었는지 여부다. 

 

이번 사안은 특정 조합장의 문제를 넘어 정비사업 구조 전반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다시 묻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재개발 사업은 조합원 재산으로 추진되는 공공적 사업

 

재개발 사업은 민간이 추진하지만 그 영향은 공공적이다. 사업 과정에서 체결되는 각종 용역계약과 사업비 집행은 궁극적으로 조합원들의 재산과 직결된다. 따라서 조합과 계약을 체결하는 업체들은 단순한 거래 상대방이 아니라 조합원 재산의 관리와 사업 수행에 참여하는 공적 파트너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업을 총괄하는 조합장에게는 일반 사기업 대표 이상의 책임이 요구된다.

특히 업체 선정, 계약 체결, 사업비 집행 등 핵심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사적 이해관계와 공적 권한이 명확히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비사업의 기본 원칙이다.

 

조합장은 민간인이지만 공적 책임을 지는 자리

 

재개발 조합장은 법률적으로 민간인 신분이다. 

그렇다고 사적 단체의 대표로만 볼 수도 없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조합 임원에게 공공적 성격의 책임을 부여하고 있으며, 특정 범죄의 적용에 있어서는 형법상 공무원으로 의제하여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정비사업이 단순한 사적 거래가 아니라 도시계획과 주민 재산권, 공공행정이 결합된 공공성이 강한 사업이라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입법자가 이러한 의제 규정을 둔 이유는 명확하다.

조합 임원이 행사하는 권한이 단순한 민간 권한을 넘어 사실상 공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합장에게 요구되는 기준은 단순한 적법성에 머물 수 없다. 

공적 권한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는 만큼 이해 충돌을 회피하고, 조합원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투명성과 청렴성을 확보해야 할 책임이 따른다.

 

이해충돌은 부패 이전에 관리되어야 한다

 

현대 공공윤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 중 하나는 이해충돌이다.

부패가 발생한 이후 처벌하는 것보다 이해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이 가족관계와 친인척 채용 문제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논란 역시 법적 위법성 여부를 떠나 이해충돌 관리가 적절히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조합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단순하다.

왜 용역업체에  취업인가. 

채용 절차는 투명했는가.

조합과 업체 간 계약 과정에 영향력은 없었는가.

이 질문에 대한 객관적 답변이 필요한 상황이다.

 

반복되는 논란,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가

 

정비사업 현장에서 유사한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구조적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첫째, 권한의 집중이다. 조합장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반면 조합원들은 제한된 정보만 접할 수 있다.

 

둘째,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업체 선정 과정과 계약 내용, 사업비 집행 과정 등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을 경우 의혹과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셋째, 견제 장치의 부족이다. 사업 규모는 수천억 원에 달하지만 이해충돌 여부를 실시간으로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결국 특정 개인의 선의에 의존하는 구조만으로는 공공성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필요한 것은 해명이 아닌 검증 

 

조합원들이 요구는  특정인에 대한 인신공격이 아니다. 

객관적 사실 확인이다.

취업과정은 합당했는가. 

근무 내용은 무엇이었는가.

조합과 용역업체 간 계약 과정에 영향력 행사는 없었는가.

 

이러한 의문은 당사자의 해명만으로 해소되기 어렵다.

외부 전문가와 감사기관 등이 참여하는 객관적 검증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조합과 모두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이다.

신뢰는 주장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투명한 공개와 검증을 통해서만 회복될 수 있다.

 

제도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

 

이번 논란은 정비사업 제도의 보완 필요성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합 임원 친인척의 이해 충돌 신고 의무, 

사업 관련 업체 취업에 대한 사전 공개 제도, 

청렴서약 의무화, 

외부 감사 강화 등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재개발 사업은 단순히 건물을 새로 짓는 사업이 아니다.

주민들의 재산과 삶의 터전을 바꾸는 공공적 사업이다.

그만큼 사업을 이끄는 주체에게는 더욱 높은 수준의 책임과 윤리가 요구될 수밖에 없다.

 

[기자의 눈]

 

조합장은 민간인이다.

그러나 법은 특정 업무의 경우 공무원으로 의제하여 처벌한다.

이는 조합장이 가진 권한이 그만큼 공공성을 띠고 있음을 의미한다.

권한은 민간의 것이지만, 책임은 공공의 수준으로 요구되는 자리. 그래서 조합장은 누구보다 엄격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광명11R 논란의 본질은 사람에 대한 비난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공공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권한을 어떻게 통제하며, 신뢰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공공성이란 무엇인가.

대표성이란 무엇인가.

적법성과 정당성은 같은 것인가.

공적 권한에 대한 검증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광명11R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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