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

[칼럼] 속도전에 갇힌 도심공공복합사업, 주민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최종엽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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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4 대책을 통해 등장한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의 출발은 화려했다. 복잡한 이해관계를 공공(LH 등)의 권한으로 정리하고, 파격적인 용적률을 부여해 노후 도심을 빠르게 고밀도로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이었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지금, 현장에서는 속도는커녕 이웃 간의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참담한 내전이 벌어지고 있다. 행정 편의주의적 정책이 낳은 뼈아픈 부작용이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재산권 침해와 주민 주도권의 상실’이다. 도심공공복합사업은 투기 차단을 명목으로 권리산정기준일 이후 주택을 매수한 이들에게 현금청산을 강제했다. 이로 인해 해당 지역의 부동산 거래는 마비되었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집을 팔아야 하는 원주민들마저 생존권의 위협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시행의 칼자루를 공공이 쥐면서 원주민들은 사업의 주인이 아닌 ‘협의 대상자’로 전락했다. 민간 재개발의 조합과 달리 법적 권한이 빈약한 ‘주민대표기구’는 태생적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지구 지정 1호인 증산4구역에서는 주민대표 선출 과정의 불투명성과 서면 결의서 위조 의혹 등을 두고 주민 간 극심한 갈등이 터져 나왔다.

 

 “주민대표가 주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LH의 거수기, 들러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불신은 결국 대표기구 직무정지 가처분 등 기나긴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주거와 상업 기능이 혼재된 역세권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연신내역 일대가 대표적이다. 

 

낡은 빌라를 허물고 새 아파트를 짓길 원하는 주택 소유주들과, 당장 수년간의 임대 수익이 끊기고 헐값 보상으로 생명줄이 끊길 위기에 처한 상가 및 꼬마빌딩 소유주들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하라”는 폭력적인 프레임 속에서 수십 년을 함께한 마을 공동체는 깊은 갈등으로  등을 돌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공사비 급등까지 겹치며 원주민들이 짊어져야 할 분담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파격적인 용적률 상향을 약속했지만, 늘어난 용적률의 상당수를 공공임대주택  등 과도한 기부채납 구조 탓에 비례율이 떨어지고  보수적인 감정평가로 자산은 줄어드는데 치솟는 건축비는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분담금 폭탄’ 앞에 주민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결국 정부가 호언장담했던 ‘속도전’은 완벽한 역설을 맞이했다. 복잡하게 얽힌 주민들의 재산권과 생존권을 공공의 힘으로 단칼에 무 자르듯 정리할 수 있다는 행정의 오만함이, 행정 소송과 위헌 논란, 주민 간의 물리적 충돌을 부추기며 오히려 사업을 기약 없이 수렁에 빠뜨린 것이다.

 

이제라도 궤도 수정이 시급하다. 공공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수용 방식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갈등이 첨예한 구역은 과감히 출구 전략을 열어주어야 한다. 나아가 최근 본격 시행을 앞둔 ‘민간도심복합개발법’처럼 민간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존중하고 토지주의 재산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방향으로 도심 정비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도시 개발은 도면 위에서 선을 긋는 지우개 장난이 아니다. 그곳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재산을 다루는 일이다. 공공성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희생을 짓밟고 세워진 아파트가 과연 누구를 위한 주거 안정인지, 우리는 무겁게 되물어야 할 때다.

최종엽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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