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3부작 제1편] 신도림 태영아파트, 주민동의 75.8%인데 왜 법정으로 갔나
[한국도시정비신문=최종엽 기자] 서울 구로구 신도림태영타운아파트의 개별난방 전환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주민동의 75.8%와 구로구청의 행위허가, 경쟁입찰을 통한 시공·감리업체 선정을 근거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일부 주민은 반복적인 재동의와 정보 제공의 편향성 등을 주장하며 법원에 동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표면적으로는 개별난방 전환에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의 충돌이다. 그러나 본지가 확보한 구청 공문과 입주자대표회의 자료를 살펴보면 사건의 중심은 난방방식의 우열보다 주민동의가 형성된 과정에서 형성된 감정 대립이다.
주민동의 75.8%…사업 추진의 핵심 근거
입주자대표회의가 작성한 7월 임시회의 자료에 따르면 개별난방 전환에 대한 주민동의율은 75.8%로 집계됐다. 구로구청은 지난 6월 16일 개별난방 전환에 대한 행위허가를 내줬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같은 달 제한경쟁입찰을 통해 개별난방 전환 시공업체와 시공감리업체를 선정했다. 입주자대표회의 입장에서 주민동의와 행위허가, 경쟁입찰은 사업 추진의 중요한 근거다.
행정기관의 허가를 신뢰하고 주민 다수의 결정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대표기구의 통상적인 업무라고 주장할 수 있다.반면 일부 주민은 75.8%라는 결과보다 그 숫자가 만들어진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복 동의는 설득인가, 결과를 위한 절차인가
반대 주민 측은 이미 반대 의사를 표시한 세대를 대상으로 반복적인 재투표와 재동의가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찬성 세대의 의사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반대 세대만 추가로 접촉하고 설득했으며, 방문동의 담당자의 구성과 운영도 공정하지 않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본인확인과 대리동의, 공동명의 세대 처리, 최종 동의율 산정의 신뢰성도 가처분 신청의 주요 주장에 포함됐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에서 보면
입주자대표회의는 주민에게 추가 정보를 제공하고 의사를 다시 확인하는 행위 자체를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에 설 수 있다. 주민이 충분한 설명을 듣고 기존의 반대 의사를 찬성으로 변경했다면 가장 최근의 의사표시를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방문동의 역시 전자투표에 익숙하지 않거나 정보 접근이 어려운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보완 절차였다고 설명할 수 있다. 반복적으로 연락했다는 사실만으로 강요나 절차적 위법성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침해됐는지는 구체적인 기록과 사실관계로 확인해야 한다.
반대 주민 측에서 보면
반대 주민은 추가 설명과 재동의가 모든 세대를 대상으로 공정하게 이뤄진 것이 아니라 반대 세대를 찬성으로 전환하기 위한 방식으로 운영됐다고 주장한다.
찬성 세대에는 재검토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반대 세대만 반복적으로 접촉했다면 자유로운 의사 확인이 아니라 특정한 결과를 만들기 위한 절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구청 행위허가가 의미하는 것
입주자대표회의는 구로구청의 행위허가를 사업 추진의 적법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구청이 필요한 서류와 주민동의 요건을 심사해 허가를 내준 만큼, 이를 신뢰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구청의 행위허가와 주민동의 과정의 사법적 효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구로구는 민원 회신에서 동의서의 양식과 동의율 등은 검토할 수 있지만, 동의 과정의 공정성·중립성과 민법상 효력까지 행정청이 확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동의 효력과 입주자대표회의 의사결정의 유효성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관련 규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하고, 필요한 경우 법률 전문가나 사법부의 판단을 구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구청의 행위허가는 사업 추진의 행정적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법원이 심리 중인 동의 절차의 적법성까지 확정한 판단으로 보기는 어렵다.
양측이 각각 증명해야 할 것
입주자대표회의는 75.8%라는 결과뿐 아니라 그 숫자가 만들어진 과정을 기록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 최초 동의와 재동의의 집계 기준
- 찬반 세대에 제공된 정보
- 의사 변경의 처리 방식
- 공동명의와 대리동의의 기준
- 최종 동의율의 산정 과정 등 반대 주민도 반복 동의가 부당했다는 주장만으로 다수 주민의 결정을 무효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절차가 부당했다면 대상 세대, 접촉 횟수, 설명 내용, 의사 변경 과정 등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다수의 결정은 존중돼야 하며 소수의 질문도 무시돼서는 안 된다. 양측의 주장을 같은 기준으로 검증할 때 갈등의 실체가 드러난다.
본지는 제2부에서 법원 심리 중 시작된 공사와 공사 지연 비용 및 세대별 부담금의 구조를 살펴본다.
한국도시정비신문은 입주자대표회의와 가처분 신청 주민 양측의 반론권을 존중한다. 양측이 객관적인 자료와 공식 입장을 제시할 경우 이를 동일한 기준으로 검증해 후속 보도에 반영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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