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검증] 길 하나 건너 달라진 고도 제한의 셈법…양천구 신정4동 922번지 25층이 던진 질문
[정책검증, 한국도시정비신문 =최종엽기자] 서울 양천구 신정4동 922번지 일대에 최고 25층, 약 2,170가구 규모의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신속통합기획이 발표되면서 인접 지역에도 새로운 질문이 던져지고 있다.

922번지는 김포공항의 영향을 받는 원추표면구역이다. 서울시는 현행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을 전제로 건축 가능한 최대 높이를 해발 100m 내외로 보고 최고 25층의 단계적 스카이라인을 제시했다. 고도제한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고도제한이 그대로 존재하는 상태에서 25층이라는 계획이 나왔다는 것이 핵심.
길 건너 946·947번지가 바라보는 ‘25층’
이 발표를 다른 시선에서 볼 수 있는 곳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신정동 946·947번지 일대다.
이 지역 역시 과거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김포공항 고도제한이 사업성의 제약으로 작용했다. 용적률을 높여도 건축물 높이가 제한되면 이를 실제 건축면적으로 모두 전환하기 어려웠다.
946·947번지 일대에서는 922번지 발표 이전 24층 이하의 높이가 검토됐다. 그런데 길 건너 922번지에서 최고 25층 계획이 나왔다.
주민 입장에서 한 층의 차이는 단순하지 않다.
“같은 고도제한의 영향을 받는데 922번지는 어떤 조건 때문에
25층이 가능했는가”라는 질문이다.
다만 25층을 곧바로 946·947번지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단정하자는 것은 아니다. 지표고와 대지 형태, 학교 일조권, 기반시설, 용도지역, 건축물 배치 등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교해야 할 것은 ‘24층 대 25층’이 아니라 조건이다.
사업성 보정계수가 고도제한을 푼 것은 아니다
922번지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숫자는 사업성 보정계수 1.63이다.
서울시는 사업성이 부족한 정비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사업성 보정계수와 현황용적률 인정 등 개선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922번지에는 제3종일반주거지역 상향과 용적률 300%, 사업성 보정계수 1.63이 제시됐다.
그러나 사업성 보정계수가 항공고도제한을 완화해 24층을 25층으로 올린 것은 아니다.
사업성 보정계수는 용적률과 사업성을 보완하는 도시계획 장치이고,
항공고도제한은 항공안전을 위한 별도의 높이 규제다.
문제는 용적률을 높여줘도 고도제한 때문에 실제 건축할 공간이 없다면 인센티브의 경제적 가치가 제한된다는 점이다.
고도제한 지역의 오랜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용적률은 있는데 쓸 수가 없다.’
922번지는 무엇이 다른가 , 서울시는 922번지에서 고도제한을 없애지 않았다. 현행 규제를 전제로 건축 가능한 높이를 산정하고, 양동초등학교 주변은 낮추면서 단지 중심부로 갈수록 높아지는 단계적 스카이라인을 계획했다.
여기에 종상향과 사업성 보정제도를 결합했다.
따라서 922번지를 평가할 때는 단순히 ‘25층을 허용했다’가 아니라 고도제한이라는 한계 안에서 확보한 용적률을 실제 건축면적으로 얼마나 구현할 수 있는가를 봐야 한다.
가능하다면 922번지는 김포공항 고도제한 지역의 정비사업에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반대로 용적률 300%가 계획상의 숫자에 머물고 실제 사업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다면 평가도 달라져야 한다.
946·947번지에서 다시 계산해 본다면 946·947번지는 이 문제를 검증할 수 있는 하나의 현장 사례다.

두 지역의 지표고와 장애물제한표면에 따른 최고 해발고도는 각각 얼마인가. 실제 건축에 사용할 수 있는 높이는 몇 m인가. 24층과 25층의 차이는 지표고 때문인가, 층고와 설계 때문인가, 아니면 적용된 도시계획 제도가 달라졌기 때문인가.
또 사업성 보정계수와 종상향을 946·947번지에 적용한다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용적률과 계획 세대수는 얼마나 달라지는가. 이 질문에 답하면 차이를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과거의 사업계획과 현재의 기획을 단순 비교해서도 안 된다. 적용 제도와 도시계획 기준, 사업방식과 주변 여건이 달라졌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922번지는 되는데 왜 우리는 안 됐나”가 아니라
“922번지에 적용한 현재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면
이 지역은 어떻게 달라지는가”라는 정책검증의 질문이다.
질문은 원추표면구역 전체로 향한다, 서울시와 양천구도 답할 필요가 있다.
922번지가 한 사업장만의 해법인지, 아니면 김포공항 고도제한을 받는 다른 노후주거지에도 적용할 수 있는 정비모델인지 설명해야 한다.
고도제한 지역에서 용적률을 높여도 실제 사용할 수 없다면 주민에게는 종이 위의 숫자다. 반대로 고도제한을 지키면서 종상향과 사업성 보정, 건축배치를 통해 추가 용적률을 실제 사업성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922번지가 그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제 질문은 946·947번지를 넘어 김포공항 고도제한 지역 전체로 향한다.
922번지에서 가능했던 것은 무엇이며, 다른 고도제한 지역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서울시는 더 큰 질문에 답해야 한다.
고도제한을 ‘높이의 한계’로만 설명할 것인가, 아니면 그 한계 안에서 주민에게 돌아갈 최대의 사업성을 다시 계산할 것인가.
922번지가 쏘아 올린 것은 25층만이 아니다.
김포공항 고도제한 지역의 개발 가능성을 다시 계산해 보자는 질문이다.
최종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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