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주택공급 늘리려다 발목 잡히나… 서울시의 '민간복합 딜레마'
민간도심복합개발이라는 새로운 주택공급 제도가 서울시에 정책적 고민을 안기고 있다.
기존 정비사업을 추진하던 일부 지역에서 민간복합으로 사업방식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가운데, 서울시의 세부 운영기준 마련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일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소라 의원은 주거중심형 민간도심복합개발 운영기준이 당초 6월 마련될 예정이었으나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명노준 서울시 주택실장은 사업의 부작용과 기존 정비사업과의 형평성 등 정책적 고려사항을 검토하고 있어 일정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개발제도를 활성화하면 기존 사업과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기준 마련이 늦어지면 사업방식 변경을 기다리는 현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 기존 정비사업에 등장한 새로운 선택지
서울시는 그동안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 역세권 개발 등을 통해 노후 주거지를 정비하고 주택공급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공사비 상승과 사업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부 지역에서는 다른 사업방식을 찾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2월 시행된 「도심 복합개발 지원에 관한 법률」이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했다. 민간도심복합개발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지역에 용적률과 건축규제 특례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높은 용적률은 사업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공공기여와 기반시설 부담, 공사비 증가까지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기존 방식보다 반드시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민간복합 전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 기존 사업이냐, 민간복합이냐… 깊어지는 주민 고민
문제는 사업방식을 바꾸는 과정뿐 아니라 새로운 제도의 적용 여부를 기다리는 시간이다.
주민들의 고민은 더욱 깊다. 기존 사업을 계속할 것인가, 민간복합으로 바꿀 것인가. 주민마다 기대하는 이익과 감수할 위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업방식을 놓고 찬반이 갈리면 주민 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사이 사업은 늦어지고 비용은 늘어날 수 있다.
기존 사업을 공식적으로 중단하지 않았더라도 설계와 주민동의, 인허가 등 중요한 결정을 미루는 '정책 대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민간복합이 사업성을 개선해 오랫동안 정체된 사업을 다시 움직이게 할 가능성도 있다.
새로운 제도가 주택공급의 기회가 될지, 또 다른 갈등의 출발점이 될지는 주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선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 서울시의 고민… 형평성과 공급 속도
서울시는 올해 1월 관련 조례를 시행했지만 주거중심형 사업의 추가 운영기준을 놓고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의회 업무보고에서 드러난 핵심 쟁점은 기존 사업과의 형평성, 그리고 새로운 제도가 가져올 부작용이다.
민간복합에 유리한 조건을 부여할 경우 기존 정비사업을 유지해 온 지역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반면 기준 확정이 늦어지면 전환을 검토하는 사업장에서는 어느 방식이 유리한지 판단하기 어렵다.
서울시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새로운 제도를 활성화하면서 기존 주택공급사업의 추진에도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 사업 지연이 주택공급 지연으로 이어질까
정비사업에서 시간은 비용이다.
사업방식 변경이나 정책 대기로 일정이 1~2년 늦어진다면 인허가와 착공, 입주 시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비용과 공사비 부담 역시 달라질 수 있다.
다만 1~2년은 지연 가능성을 설명하기 위한 가정일 뿐, 서울시 전체에서 실제로 확인된 지연 기간은 아니다.
또한 사업 지연에는 주민 갈등과 자금조달, 기존 사업성 부족 등 여러 원인이 작용한다. 모든 책임을 새로운 제도나 서울시의 운영기준 지연에 돌릴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민간복합 전환을 검토하는 지역이 얼마나 되는지, 그 과정에서 실제로 어떤 절차가 늦어졌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서울시는 운영기준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기존 사업의 전환·대기 현황과 공급 일정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한 새로운 정책이 기존 공급사업의 발걸음을 늦추고 있지는 않은가.
서울시가 답해야 할 질문이다.
최종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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