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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사법 개혁인가: 형식에 갇혀 길 잃은 정의

함명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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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소 분리와 보완수사권 폐지가 놓친 ‘시민의 권리’ 수단이 목적을 삼킨 도구적 합리성의 함정 사법
함명진 본지 고문 

 개혁의 궁극적 목적은 억울한 시민이 없도록 정의를 실현하고 기본권을 온전히 지켜내는 일이다. 그러나 작금의 수사·기소 분리와 보완수사권 폐지 논쟁은 본말이 뒤바뀌어 있다. 

 

권력 기구의 해체와 물리적 재배치라는 ‘수단’이 개혁의 최종 목적으로 둔갑하면서, 제도의 주인인 시민은 거대한 시스템 개편의 소외된 구경꾼으로 전락했다. 

 

기구를 쪼개어 배치하면 자동으로 정의가 구현된다는 발상은 제도 결정론적 착시일 뿐이다. 수사청을 행정안전부에, 공소청을 법무부에 둔다 한들 결국 행정부 내부의 ‘기능적 하청’에 불과하며, 푸코의 통찰처럼 권력은 해체되기보다 미세화된 관리 기구로 침투해 통제망을 재배치할 따름이다.

 

민생으로 전가된 관료적 실험의 청구서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관료적 실험의 피해가 시민의 일상적 형사사건으로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점이다. 보완수사권이 전면 폐지되면 검사는 미진한 사안을 직접 보강하지 못하고 서류만 되돌려 보내는 ‘핑퐁 수사’를 제도화하게 된다.

 

 책임 주체가 실종된 구조 속에서 일상 범죄의 처리는 한없이 늘어지고, 무고한 피의자는 사법적 불안정 상태에 방치되며, 피해자는 스스로 증거를 입증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린다. 나아가 검사의 직접 대면 조사가 차단되면 수사 과정의 과오를 걸러낼 통제망도 무력화되어 사건이 암장되거나 부실 기소로 인한 무죄 선고 위험만 커진다.

 

형식적 합법성을 넘어 실질적 정의로 

 

라드브루흐가 경고했듯 정의가 결여된 형식적 합법성은 실질적 정의를 담보할 수 없다. “더 많이 쪼갰다”는 양적 성과의 나열은 개혁의 본질을 비켜간 수사학적 기만이다. 

 

시민이 바라는 진정한 사법 개혁은 권력 기술자들의 지분 나누기나 행정적 속도전이 아니라, 억울함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털어내는 사법 서비스의 안착이다. 시민의 구제받을 권리를 희생양 삼는 제도 개편은 개혁의 외피를 쓴 관료주의적 퇴행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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