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재 지주택 40년 잔혹사 ②]빈 땅이 사라지자, 사업 방식이 바뀌다
[한국도시정비신문 최종엽 기자] 1편에서는 지역주택조합의 출발을 살펴봤다. 1980년대 집 없는 사람들이 조합을 만들고 돈을 모아 땅을 산 뒤 아파트를 짓던 ‘무주택자의 아파트 공동구매’였다. 그러나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편에서는 빈 땅이 줄고 사업이 복잡해지면서 지역주택조합의 구조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따라 간다.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수도권에 대규모 신도시가 들어섰다. 도시는 빠르게 팽창했고, 아파트를 지을 만한 넓은 땅을 한꺼번에 확보하기도 점점 어려워졌다.
여러 토지주를 만나 가격을 협의하고 사업성을 따져야 했다. 설계·금융·인허가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평범한 무주택자들이 모여 직접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일이 많아졌다. 그 틈을 전문업체가 채웠다. 업무대행사였다.
사람 먼저로 시작한 사업이 사용권 선행으로 변모
업무대행사는 사업지를 찾고 사업계획을 세웠다. 토지주를 만나고 조합원 모집에도 관여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의 순서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업 초기에는
무주택자들이 모였다. → 돈을 모은다 → 땅을 산다 → 아파트를 짓는다.
그러나 일부 사업에서는
업체가 사업지를 정한다 → 토지주에게 동의나 매매약정을 받는다 → 조합원을 모집한다 →
사업을 추진한다.
차이는 분명하다. 과거에는 사람이 먼저 모여 필요한 땅을 찾았다.
이제는 땅을 먼저 정한 뒤 그곳에 들어올 사람을 모집하는 사업으로 변형되었다. 땅을 먼저 사려면 큰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토지주의 동의나 매매약정을 먼저 받으면 땅값 전부를 지급하기 전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일정한 토지 권원을 확보한 뒤 조합원을 모집하면 자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 돈은 토지매입뿐 아니라 업무대행비·홍보비·설계비 등 여러 사업비로 사용된다. 쉽게 말하면 일종의 ‘외상거래’와 비슷한 구조다.
땅값을 모두 지급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토지주와 약속을 맺고 이후 들어오는 자금으로 나머지 토지대금과 사업비를 충당하며 사업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사업이 순조로우면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토지 확보가 늦어지거나 조합원 모집이 부족하고 사업비까지 늘어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조합원은 이미 돈을 냈고, 토지주는 땅을 팔기로 약속한 상태다. 사업을 계속 진행할 자금이 부족해지면 조합원의 돈과 토지주의 땅이 하나의 위험 안에 묶이게 된다.
사업의 무대가 도심으로 옮겨갔다
사업 방식의 변화는 사업지를 찾는 방식도 바꿨다. 더 이상 비어 있는 땅만을 찾아다닐 수 없었다. 업체들은 기존 주택과 상가가 들어선 도심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이미 집과 땅을 가진 토지주가 있었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에서 출발한 지역주택조합이 이제 다른 사람의 집과 땅을 사업에 포함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다음편 예고
3편에서는 — 토지주는 봉인가
업체는 토지주에게 말한다.
“당신의 땅을 좋은 가격에 사겠습니다.”
그러나 가격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그 땅을 살 돈이 실제로 있는가.
계약금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중도금과 잔금은 무엇으로 지급하는가. 조합원이 낸 돈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3편에서는 지역주택조합이 도심으로 들어온 뒤 토지주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땅값’이 아니라 ‘돈의 흐름’을 따라가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