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변호사, 인간 존엄의 최후 보루

오늘날 법률 시장은 무한 경쟁의 파고 속에서 변호사의 정체성을 거세게 흔들고 있습니다. AI 리걸테크의 공습과 생존을 향한 절박함 속에서, 일각에서는 결국 이윤을 최우선으로 하는 ‘상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숫자와 효율의 논리에만 매몰되는 순간,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법치주의라는 기둥에는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삼례의 기적이 우리에게 묻는 것
우리는 기억합니다. 이른바 ‘삼례 나라슈퍼 사건’으로 억울한 옥고를 치러야 했던 세 청년의 눈물을, 당시 세상은 그들을 외면했고, 법은 차가운 판결문 속에 그들을 가두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다시 빛의 세계로 이끈 것은 화려한 대형 로펌의 변론도, 막강한 권력의 자비도 아니었습니다.
스스로를 ‘삼류’라 낮추면서도, 파산의 위기 속에서 오직 진실과 인권을 쫓았던 한 변호사의 헌신적인 희생에 세상은 그에게 뜨거운 환호로 응대하고 있습니다.
범죄자의 누명을 쓰고 가슴치는 부서진 삶을 대하며 짓밟힌 한 인간 존엄의 가치를 승화시키는 헌신의 길을 선택했던 인권의 길이야말로 이 시대 모든 법조인이 가슴에 새겨야 할 진정한 법정신이라 생각합니다.
윤리는 사회를 지키는 가장 단단한 갑옷
대법원은 변호사를 상법상 상인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전문직의 권위를 지켜주려는 선언이 아닙니다. 변호사의 존재 이유는 영리 활동을 넘어 '기본적 인권 옹호'라는 공적 사명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변호사가 이윤 만을 추구하는 ‘법 기술자’로 전락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법조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논리적으로 보아도 윤리는 규제가 아니라, 전문직의 정체성과 사회적 신뢰를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이성적인 선택은 ‘본질’로의 회귀
급변하는 시대에 변호사도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이성적 판단은 단기적 이익을 위해 직업적 본질을 훼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ai기술이 발전해도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고 정의를 수호하는 인간 변호사의 고유한 가치는 대체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시대가 혼탁할수록 삼례의 청년들 곁을 지켰던 그 ‘바보 같은 헌신’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강력한 경쟁력이자 사회적 자본이 됩니다.
다시 쓰는 우리의 자부심
시대의 흐름에 비쳐 지금은 처음 법조인의 길을 선택했던 그 뜨거운 초심을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 변호사는 단순히 법률 지식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억울한 이의 손을 잡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지키는 파수꾼의 본질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이윤보다 윤리를, 개인의 이익보다 인간의 존엄을 한 걸음 앞세울 때, 법조계는 국민의 깊은 신뢰 속에서 비로소 존립할 수 있다는 성찰이 깊어질수록 법치는 더욱 굳건해질 것입니다. 판결의 승소를 넘어 무너진 존엄의 회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