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②] 2026 개정 주택법과 정비사업 현장 진단
[한국도시정비신문 = 최종엽 기자] 2026년 9월 공포된 개정 주택법이 매도청구 요건을 ‘대지 80% 이상’으로 완화하면서, 도심 정비사업 현장이 거대한 법리적·사회적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본지가 어제 보도한 제1탄(‘외상 계약’과 ‘고가 이면약정’의 승계 무효 리스크)에 이어 일선 현장을 취재한 결과, 갈등의 본질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악의적 알박기 차단’이라는 공익적 요구와 ‘사유재산권 보호 및 사업 철회 장치 부재’라는 원주민의 우려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1. ‘입안 취소’ 부재 논란… 공권력 행정계획 vs 민간 사적 자치의 괴리
서울시는 2024년 정비기본계획을 개정해 일반 재개발 및 신속통합기획 구역에서 토지등소유자 20% 이상 반대 시 ‘입안 재검토’, 25% 이상(또는 면적 1/2 이상) 반대 시 ‘입안 취소’라는 출구전략을 명문화했다. 사업성이 결여되거나 찬반 갈등이 극심한 구역을 초기에 신속히 정리해 사회적 매몰비용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일부 토지등소유자들은 “지역주택조합(이하 ‘지주택’) 역시 반대율이 일정 수준에 달하면 지자체가 사업을 강제 정리해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법조계와 추진위 측의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도정법상 재개발은 공공의 행정계획에 따라 구역을 묶고 강제 수용권을 부여하는 공권력 사업이므로 엄격한 행정적 취소 처분이 수반되지만, 지주택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해 토지를 매입하고 주택을 건립하는 ‘민간 사적 자치 사업’이라는 점이다.
만약 소수(20~25%)의 반대만으로 지자체가 민간의 자율적인 계약 및 사업 추진 자체를 행정적으로 취소한다면, 이는 헌법상 보장된 ‘계약의 자유’와 다수 조합원의 재산권 행사를 침해하는 과도한 공권력 개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 ‘토지사용승낙서’의 구속력… ‘거래의 안전’과 ‘착오 서명’의 딜레마
토지사용승낙서 제출을 둘러싼 공방도 뜨겁다. 원주민 단체 측에서는 “추진위나 홍보용역(OS) 요원들이 ‘단순 의견 수렴용 설문지’라며 인감증명서를 받아간 뒤, 단순 변심으로는 철회가 불가능해 재산권 행사가 묶인다”고 토로한다.
반면 추진위와 사업시행자 측은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과 거래의 안전’을 강조한다. 수백 명의 조합원이 승낙서와 계약을 신뢰해 막대한 출자금과 사업비를 투입했는데, 개별 토지주가 단순한 심경 변화나 시세 변동을 이유로 언제든 서명을 철회할 수 있다면 어떠한 민간 개발도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확립된 대법원 판례 역시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가 명백히 입증되지 않는 한 유효하게 작성된 법적 서류의 일방적 철회를 제한하고 있다. 결국 이 문제는 ‘충분한 정보 고지 없는 졸속 서명 징구’를 차단하는 지자체의 관리·감독과, 토지소유자 스스로의 신중한 문서 작성 책임이 맞물려 있는 사안이다.
3. 매도청구 80% 완화… ‘알박기 타파’인가, ‘강제 청산’인가
매도청구 기준이 종전 95%에서 80%로 낮아진 것은 개정 주택법의 최대 뇌관이다.
- 조합 측 입장
- 단 5.1%의 지분으로 시세의 수배를 요구하며 사업 전체를 인질로 잡던 ‘악의적 알박기 세력’을 근절하고, 고금리 브릿지론 이자 부담에 시달리던 서민 조합원들의 분담금 폭탄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정상화 조치라는 입장이다.
- 또한 법원이 지정한 복수의 공인 감정평가기관이 객관적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산정한 ‘정당한 시가(市價)’로 보상하므로 헐값 청산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 토지주 측 입장
- 20%까지 매도청구 대상에 포함되면서, 대를 이어 거주해 온 정상적인 원주민이나 대체 영업지를 마련해야 하는 생계형 상가 소유자마저 법적 방어권을 잃고 축출될 위기에 처했다고 맞선다.
- 특히 세입자 영업손실보상 등이 강제되는 도정법 재개발과 달리, 지주택 매도청구는 순수한 사법상 시가 매매로 다뤄져 실질적인 생활 재건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4. 서울시 실태조사 615건 적발… ‘부실 퇴출’ 속 건전한 사업장 선별 시급
이러한 현장 갈등 속에서 공공의 엄정한 관리 기준이 절실해지고 있다. 서울시가 관내 지주택 114개 사업장을 전수 점검해 발표한 결과(2026년 2월 12일 공식 발표, 보도자료 제452158호)에 따르면, 총 615건의 위법사항이 적발되어 149건이 형사고발, 46건이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적발 유형은 주로 토지확보율 부풀리기, 자금 유용, 불투명한 정보공개 등이었다.
이는 역설적으로 지주택 시장의 불투명한 비리 세력을 솎아내고 건전한 사업장을 육성하기 위한 공공의 ‘자정 작업’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허위 토지확보율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부실 추진위는 행정 처분을 통해 과감히 퇴출하되, 정상적으로 80% 요건을 향해 나아가는 사업장은 신속한 행정 지원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종합 제언] 맹목적 대립 넘어 ‘상생 협의체’와 ‘계약의 투명성’ 확립해야
전문가들은 법 개정 과도기 속에서 소모적인 법정 공방을 막기 위해 조합과 토지주 간의 신뢰 회복과 투명한 계약 문화가 시급하다고 제언한다.
토지소유자는 구두 약속이나 분리된 이면계약에 현혹되지 말고, 본 계약서 내에 ▲명확한 잔금 지급 기한, ▲미지급 시 자동 해제 및 계약금 몰취 특약 등을 명시해 스스로의 법적 권리를 방어해야 한다.
동시에 지주텍 추진위와 조합 역시 단독 매도청구라는 법적 칼자루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구역 내 원주민들과 공식 상생 협의체를 구성해 합리적인 보상과 지주조합원 권익 보호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이라는 주거사다리 복원과 원주민의 정당한 사유재산권 보장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2026 개정 주택법의 본래 취지인 ‘도심 주택공급의 정상화’가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공익 보도 알림]
본 기획 기사는 2026년 9월 공포된 개정 주택법의 현장 적용 양상과 대법원 판례, 서울특별시의 공식 전수 실태조사(2026.02.12.)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조합원의 피해 예방과 토지등소유자의 정당한 재산권 보장이라는 공공의 이익(형법 제310조)을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추진위원회나 특정 구역을 비방하거나 일방을 옹호할 목적이 전혀 없음을 밝힙니다.
한국도시정비신문 최종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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