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추적] 표가 모이기 전 남겨진 기록들…용마터널 복합사업 참여자 선정의 궤적
[한국도시정비신문=최종엽기자] 서울 용마터널 인근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에서 복합사업참여자 선정 과정을 둘러싼 검증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본지는 앞선 보도에서 주민총회 이후 투표함과 투표용지 보관 문제를 다뤘다. 그러나 감사 중간보고와 취재자료를 다시 살펴보면 질문은 투표함에 그치지 않는다.
투표함은 의사결정의 종착점.
표가 투표함에 들어가기 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누가 언제 업체를 만났고, 총회 준비는 언제 시작됐는가. 용역업체는 언제 선정·계약돼 업무를 시작했고 주민대표회의는 언제 이를 의결했는가. 주민은 어떤 설명을 듣고 서면 또는 현장에서 의사를 표시했는가.
투표가 끝난 뒤 투표함은 누구에게 인계됐으며, 감사는 그 과정을 확인할 자료를 볼 수 있었는가.
본지는 특정인의 의도나 위법 여부를 미리 판단하지 않고 공모부터 주민투표와 감사에 이르는 의사결정 과정을 시간순으로 살펴봤다.
제보자도 사업 중단이나 특정 건설사에 대한 공격이 목적이 아니라고 밝혔다. 주민이 설명을 듣고 자료를 확인한 뒤 스스로 판단해 투표할 수 있어야 하며, 주민대표회의와 LH, 사업신청자 모두에게 반론과 설명 기회를 달라는 입장이다.
1. 접촉의 기록 — 공모 이후 누가 누구를 만났나
2026년 6월 5일 복합사업참여자 공모가 공고됐다. 제보자료에는 공모 이후 주민대표회의 관계자와 우미건설 측 사이에 방문·전화·만남 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기록이 있어 감사가 확인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공모지침에는 불법·개별 홍보와 주민대표회의 사무실 방문 등에 관한 제한 규정이 있다는 것이 제보자료의 내용이다. 따라서 쟁점은 접촉 자체보다 접촉의 성격이다.
언제, 어디에서, 누가 만났는가. 무엇을 협의했는가. 사무실 방문이 있었다면 당시 적용된 기준은 무엇이었는가. 필요한 경우 LH가 입회했는가. 식사가 있었다면 비용은 누가 부담했는가.
제보자료도 접촉 자체를 담합이나 불법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공모지침상 허용되는 접촉이었는지를 확인해 달라는 취지다. 정상적인 업무협의였다면 적용 지침과 업무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
2. 일정의 기록 — 결정·계약·업무 시작, 무엇이 먼저였나
두 번째는 시간의 선후관계다. 감사 중간보고에는 9월 3일 회의 메모에 총회 날짜와 장소, ‘용역비 지급 선정의 건’이 올라 있다고 적혀 있다.
감사는 주민대표회의 결정 전에 준비와 계약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회의에서는 무엇을 결정했는지를 묻고 있다.
특히 용역업체와 관련해 업체를 정한 날, 계약 일자, 일을 시작한 날은 각각 언제인지, 주민대표회의는 언제 무엇을 승인했는지 설명을 요구했다.
감사자료는 이 기록만으로 경쟁입찰 의무나 규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확인 대상은 주민대표회의 결정과 계약·업무 시작의 선후관계다.
사전협의나 준비가 의결보다 먼저였다는 이유만으로 문제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총회 준비에는 실무작업이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준비와 계약은 구분해야 한다.
업체 협의일, 업체 선정일, 계약일 , 업무착수일 , 주민대표회의 의결일. 등의 날짜를 나란히 놓으면 선후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각 단계에서 누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는가도 확인 대상이다.
3. 서면결의의 기록 — 주민은 무엇을 알고 의사를 표시했나
제보자료에는 일부 주민이 총회 참석 여부를 밝히기 전에 OS요원으로부터 서면결의서 작성을 권유받았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일부 고령 토지등소유자는 OS요원의 안내를 받고 서명했지만 그것이 복합사업참여자 선정과 관련된 투표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관련 통화녹음도 확보돼 있다는 것이 제보자의 설명이다.
다만 일부 주민의 제보가 전체 서면결의 과정에 동일하게 적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OS요원 개인의 안내였는지, 용역업체의 업무지침에 따른 것인지도 확인할 부분이다. 따라서 OS 교육자료와 업무지시, 주민 안내자료, 관련 통화기록을 대조할 필요가 있다.
쟁점은 서면결의 자체가 아니다. 주민이 무엇을 결정하는지 알고 의사를 표시했는가.
4. 투표함의 기록 — 결과가 아니라 관리 과정을 묻는다
주민총회가 끝난 뒤에는 투표함과 투표용지의 관리 문제가 남았다. 그러나 투표함이 이동했다는 사실과 투표 결과의 신뢰성은 구분해야 한다. ㄹ현재 확보된 자료만으로 투표용지가 변경됐다거나 개표 결과가 조작됐다고 단정할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확인할 것은 투표 종료 이후 관리 과정이다. 누가 투표함을 인계했고 누가 인수했는가. 누구의 지시에 따라 어디로 이동했는가. 현재 어디에 보관돼 있으며 이동·보관 기록은 남아 있는가.
기록이 있다면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본지가 해당 기록을 확보하지 못한 것과 기록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 따라서 먼저 기록의 존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5. 감사의 기록 — 자료를 보지 못하면 무엇으로 확인하나
감사 중간보고에는 9월 11일 LH와 주고받은 문서 등을 요청했으나 제공받지 못했고, 9월 14일에는 컴퓨터와 위원장실 문서 열람에 제한을 받았다는 감사 측 주장이 담겨 있다. 9월 15일 이후 요청한 용역업체 연락처와 보안서약서 등도 중간보고 작성 시점까지 받지 못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감사가 요구한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부당성을 단정할 수는 없다.
감사의 자료 요구·열람 권한이 운영규정상 어디까지인지, 요구자료가 그 범위에 포함되는지, 자료를 제공하지 못할 사유가 있었다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제보자료에는 운영규정상 감사가 주민대표회의 사무, 운영비 예산 집행, 복합사업참여자 선정 등에 관한 사항을 감사하고 자료 제출 등의 협조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있다고 적혀 있다. 따라서 확인할 것은 네 가지다.
무엇을 언제 요구했는가. 무엇이 제공됐는가. 무엇이 제공되지 않았는가. 제공되지 않았다면 이유는 무엇인가.
6. 공공의 기록 — 공공시행자 LH는 무엇을 확인했나
여기까지 따라가면 또 하나의 주체가 남는다. 공공시행자인 LH다. 제보자료에 따르면 구청과 LH에 문의한 결과 주민협의체·주민대표회의 내부 운영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관리·감독 권한이 없고 내부 절차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주민대표회의의 자율적 운영 영역과 LH가 공공시행자로서 확인할 영역의 경계는 어디인가. △공모 이후 주민대표회의 관계자와 참여 희망 업체의 접촉에는 어떤 기준이 적용되는가.△ LH는 관련 접촉을 알고 있었는가. 알고 있었다면 어떻게 판단했는가.
총회와 복합사업참여자 선정에서 LH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서면결의와 주민투표에서 LH가 확인하는 사항은 무엇인가.
투표함과 투표용지의 인계·보관에 관한 기준은 있는가.
감사가 제기한 자료 접근 문제를 LH는 알고 있었는가.
이 질문들이 LH의 책임을 미리 전제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확인할 것은 LH의 권한 범위와 실제 수행한 역할이다.
주민대표회의에는 절차를, 참여업체에는 공모지침 준수를 묻는다면 공공시행자인 LH에는 그 절차와 지침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무엇으로 확인했는가를 물을 수 있다.
기록을 시간순으로 놓으면 이번 취재에서 제기된 사안을 시간순으로 놓으면 다음과 같다.
공모
업체 접촉, 총회 준비, 용역업체 협의·선정. 계약·업무착수, 주민대표회의 의결
서면결의 주민총회·투표, 투표함 이동·보관, 감사자료 요구, 이 배열이 각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누가 무엇을 언제 결정했고, 어떤 규정과 절차가 적용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시간표다.
질문은 세 가지로 모인다.
결정 전 — 무엇이 진행됐는가.
결정 당시 — 주민은 무엇을 알고 선택했는가.
결정 후 — 그 과정을 확인할 기록은 남아 있는가.
사람의 의도가 아니라 결정의 과정을 본다
현재 확보된 자료만으로 특정 개인이나 업체의 위법·부정행위를 확정할 수는 없다.
제보자료도 감사가 확인 중인 사항과 주민 제보가 포함돼 있으며 위법·부정행위가 확정됐다는 취지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관계자 설명과 추가 자료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지는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확인된 것은 사실로 기록한다.
주장은 주장으로 밝힌다.
확인되지 않은 것은 질문으로 남긴다.
반론은 함께 확인한다.
주장이 충돌하면 원자료로 돌아간다.
정상적인 절차였다면 기록으로 확인하면 된다. 잘못 알려진 사실은 바로잡고, 기록과 설명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그 차이를 확인하면 된다. 제보자도 사업 중단이 목적이 아니며 사업의 정상적이고 신속한 추진을 원한다고 밝혔다. 다만 주민이 설명을 듣고 자료를 확인한 뒤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남는 질문은 단순하다.
누가 결정했는가.
어떤 절차를 거쳤는가.
공공은 무엇을 확인했는가.
그 기록은 남아 있는가.
본지는 사람의 의도를 추측하지 않는다.
기록된 의사결정의 순서를 확인한다.
그 기록에 대한 평가는 주민과 독자의 몫이다.
최종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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