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

[추적] ‘0.08평’ 지분과 대표권 논란… 증산4구역을 둘러싼 5년의 기록

최종엽 기자
입력
2021년 5월 본지구 동의 요건(2/3) 달성 무렵, 8평 필지 1/100씩 분할 증여 극소 지분 임원진, 5년간 의사결정 주도… ‘대표성 한계’ 도마 위 공급 축소·분양가 급등 속 갈등 격화… 공공의 ‘관리·감독 공백’ 지적 가로·세로 약 51cm. 사무용 A4 용지 4장을 이어 붙인 넓이인 ‘0.08평(약 0.26㎡)’.

[한국도시정비신문=최종엽기자]국내 1호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선도지구인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에서 주민대표회의 핵심 임원진 3명이 보유한 대지 지분이다.

2021년 후보지 선정 직후 압도적인 주민 동의율을 기록하며 같은 해 12월 첫 본지구 지정까지 내달렸던 증산4구역이 깊은 내홍에 빠졌다. 초기 사업설명회 당시 제시됐던 청사진과 달리 건립 세대수는 600가구 넘게 줄었고, 분양가는 5억 원 이상 치솟았다. 원주민들의 추가 분담금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극소 지분만을 보유한 대표진의 ‘대표성 한계’와 ‘의사결정의 불투명성’을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동의 요건 달성 직전 지분 취득… “자격 확보 목적” vs “정상화 위한 헌신”

 

취재 결과, 현재 증산4구역 주민대표회의를 이끄는 핵심 임원 3인은 사업 초기 추진 단계에서 구역 내 단독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공식적인 ‘토지등소유자’ 자격을 취득한 시점은 본지구 지정의 법적 요건인 주민 동의율 3분의 2를 확보해가던 2021년 5월이었다. 이들은 구역 내 대지 8평(약 26.4㎡) 규모의 한 필지를 1/100씩 분할해 증여받았다. 2명은 5월 초 같은 날에, 나머지 1명은 5월 말에 각각 0.08평의 지분을 넘겨받아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해당 필지는 단독 우선공급권(입주권) 요건을 갖추기 어려운 협소 토지다. 이를 매매가 아닌 증여 형식으로 분할 취득한 직후, 이들은 주민대표회의 위원장과 부위원장 등 요직을 맡았다. 문제를 제기하는 주민들 사이에서 “대표 출마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사전에 정밀하게 기획된 지분 양수가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주민대표 측은 “과거 정비구역 해제로 장기간 표류하던 구역을 살리기 위해 초기부터 헌신적으로 활동해 왔다”며 “인허가 관청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및 국토교통부와 공식 협상에 임할 자격을 갖추기 위해 관련 규정에 맞춰 합법적으로 지분을 취득했고, 이후 주민총회의 정당한 인준을 거쳐 선출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책임과 권한의 불균형… “사업계획 변경 과정의 불통이 불신 키워”

 

갈등의 이면에는 주민대표진의 의사결정 권한과 이들이 부담해야 할 경제적 위험 간의 ‘불균형’이 자리 잡고 있다. 구역 내 원주민 다수는 자산 평가액 4억~5억 원 안팎의 주택 한 채가 전 재산인 실소유자들이다. 사업 조건 변동에 따라 수억 원대의 추가 분담금을 감당해야 하거나 자칫 현금청산 후 내몰릴 수 있는 처지다.

 

 반면 극소 지분권자의 경우 사업 계획 변경이나 지연으로 인한 재산 가치 변동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사업 조건이 원주민의 기대와 다르게 악화되며 불신은 커졌다. 

 

2021년 초기 설명회 당시 4,112가구로 제시됐던 공급 계획은 2024년 말 사업승인 과정에서 3,509가구로 603가구 감소했다. 공공자가주택 물량 확대(약 350가구 순증) 등으로 일반분양 수익 감소 요인이 겹치면서, 전용 84㎡ 기준 추정 분양가는 초기 약 6억 2,000만 원에서 최근 약 11억 3,000만 원 선으로 82% 이상 폭등했다.

 

추진위와 LH 측은 "세대수 감소는 서울시 정비계획 심의 과정에서 일조권 확보와 기부채납, 층수 조정 등 공공성 강화 요구를 반영한 불가피한 결과이며, 분양가 상승 역시 원자재 가격과 공사비 폭등에 따른 전국 정비사업장의 공통적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반대 측 주민들은 “외생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세대수 축소, 공공자가주택 비율 조정, 수백억 원대 특화설비 도입 등 중대한 사업성 변화 과정에서 주민 대상 정보 공개와 사전 동의 절차가 미흡했다”고 맞서고 있다. 2025년 11월 치러진 시공사 선정 총회 당시에도 평당 공사비와 세부 입찰 제안 조건이 충분히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도정법과 다른 공공주택특별법… 공공의 ‘관리·감독 공백’ 논란

 

민간 재개발을 규율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의 경우, 지분 쪼개기를 통한 편법 운영을 방지하기 위해 토지 공유 시 대표자 1인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며 대표 공유자의 요건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반면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공공주택특별법)’은 도입 당시의 신속한 공급 취지에 집중한 나머지, 주민대표기구 구성원의 최소 지분 규모나 자격 기준에 관한 세부 규정이 미비한 실정이다. 극소 지분권자가 주민대표직을 유지하며 수년간 의사결정을 주도하더라도 이를 행정적으로 제한할 명문 규정이 없다.

 

사업시행자인 LH와 인허가 감독 관청인 국토교통부의 행정 태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주민들이 17개 항목에 달하는 회계 집행 및 절차상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요구해 왔으나, 관계 부처는 “주민대표회의의 내부적 자율 의결 사항”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해 왔다. 

 

공공이 직접 주도해 신속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겠다던 공공복합사업에서, 정작 핵심 갈등을 주민 간 자율 영역으로만 넘겨두어 분쟁을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제도적 사각지대 해소와 실질적 행정 검증 시급

 

증산4구역 주민들은 2026년 6월, 국토교통부에 17개 감사 항목에 대한 실질적인 재조사와 공공주택 업무처리지침 개정을 요청하는 종합감사 청구서를 다시 제출했다. 서울시 재개발 사업처럼 매몰비용과 주요 사업비를 공공이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주민대표기구의 자격 요건을 정비해 대리인 리스크를 방지해 달라는 취지다.

 

높은 주민 호응 속에 출발했던 선도 사업지가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대표성 논란으로 멈춰 서 있다. 단순히 일개 사업장의 내부 갈등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공공복합사업 전반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전면적인 행정 조사와 입법적 보완이 시급한 시점이다.

 

최종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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