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명진의 인문학 칼럼] 양비론을 넘어, 믿음의 근거는.

정치적 갈등이 커질 때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냉소가 돌아온다. 여야 모두 문제라며 양쪽을 싸잡아 불신하는 태도는 얼핏 공정해 보인다. 그러나 사실관계와 책임의 무게를 따져보지 않은 양비론은 공정이 아니다.
최근 25사단 지역 지뢰 폭발 사건을 본다. 북한과의 관련성을 의심하는 시각과 섣부른 단정을 경계하는 지적이 맞선다. 진실은 양쪽 주장의 절충선이 아니라 오직 증거가 가리키는 곳에 있다. 그래서 엄정한 조사가 필요하다.
문제는 그 조사를 신뢰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하는 배경에는 정치가 자초한 불신이 있다. 번복되는 말과 책임 회피를 겪으며 국민의 의심은 깊어만 간다. 그렇다고 불신 자체가 진실이 될 수는 없다.
누가 조사했는가, 어떤 증거를 확보했는가, 다른 가능성은 없는가 따져보아야 한다. 조사 결과 역시 검증의 대상이다. 권위가 증거를 대신할 수 없듯, 불신도 검증을 대신할 수는 없다.
사건 현장을 과학적으로 확인하고 배경을 묻고, 근거와 조사 과정을 검증한 뒤 비로소 판단하고 책임을 따져야 한다. 민주주의는 시민에게 판단의 수고를 요구한다. 누가 어떤 말했는지가 아닌 어떤 근거와 자료로 말했는지 살펴야 한다. 주장보다 근거를, 그 근거가 반론과 반례의 공격을 견뎌내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언론 또한 마찬가지다. 좌나 우 특정 진영에 서서도 안 되지만, 기계적으로 중간을 찾아 타협해서도 안 된다. 확인된 사실을 투명하게 드러내고 평가는 독자에게 넘겨야 한다. 진실은 좌나 우또는 경계가 아니라 증거에 있다. 언론이 설 자리도 치우침이 아닌 움직일수 없는 증거를 바라보는 그곳이 답이다.
고려대학교 정책포럼 공동대표 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