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주민이 주인이다 3] 업체는 누구인가

최종엽 대표기자
입력
전문가는 필요하다…그러나 선택과 판단의 주인은 주민이다

재개발은 주민만으로 할 수 없다. 설계·사업관리·감정평가·회계·법률·금융·홍보·시공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들을 흔히 ‘업체’라고 부른다.

 

업체는 전문지식과 경험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경제주체다. 주민에게 없는 전문성을 보완하고 사업을 실행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전문가와 주인은 다르다. 

재산을 가진 사람은 주민이고, 사업의 결과에 따른 이익과 부담 역시 주민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업체의 자리는 분명하다. 업체는 주민의 재산을 대신 결정하는 주인이 아니라, 맡은 전문업무를 수행하는 전문가다.

 

누가 누구를 선택하는가 문제는 업체가 존재하는 데 있지 않다. 주민보다 정보를 많이 가진 업체가 사업을 설명하고 계획을 만들고 다른 업체까지 사실상 정한다면 어느 순간 관계가 뒤바뀔 수 있다.

주민이 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업체가 주민의 선택을 이끄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물어야 한다.

 

지금 누가 누구를 선택하고 있는가.

전문성을 맡긴 것과 선택권까지 넘긴 것은 다른 문제다.

일은 맡기되 선택까지 맡기지 말자

주민이 모든 전문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일을 맡긴다.

그러나 누구에게 어떤 일을 맡길 것인지는 다른 문제다.

 

특정 업체가 다른 협력업체까지 미리 구성해 들어온다면 주민은 물어야 한다.

왜 이 업체인가. 다른 업체와 비교했는가. 가격과 조건은 적정한가. 잘못됐을 때 누가 책임지는가. 업체를 의심하기 위한 질문이 아니다.

주인이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질문이다.

 

주민 측이 중요한 업체를 직접 비교하는 의미도 여기에 있다.

경쟁을 만들고 가격과 조건을 비교하며 불필요한 중간비용과 중복용역을 살필 수 있다. 제대로 작동한다면 사업비를 통제하고 줄일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러나 직접선정 자체가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몇몇 주민대표가 마음대로 업체를 고른다면 그것 역시 주민주권이 아니다.

 

주민이 주인이라는 말은 주민대표 몇 사람이 주인이라는 뜻이 아니다.

법과 규정에 따라 비교하고 결정하며 그 과정과 근거를 주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주민의 업체 선택 4원칙 업체의 이름과 종류를 모두 알 필요는 없다.

 

주민이 기억해야 할 것은 네 가지다.

첫째, 비교하라.  한 업체의 설명만 듣지 말고 가능한 범위에서 복수의 조건을 비교한다.

둘째, 근거를 보라. 좋은 말보다 사업비·가격·기간·계획의 산출근거와 자료를 확인한다.

셋째, 책임을 물어라. 누가 그 말을 했으며, 약속이 계약에 반영되는지, 잘못됐을 때 누가 책임지는지 확인한다.

넷째, 기록을 남겨라. 누가 추천했고 무엇을 비교했으며 왜 선택했는지를 남긴다.

 

좋은 업체는 이런 검증을 피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자료와 실력으로 자신의 전문성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주민과 업체의 자리를 바로 세우자

주민주권은 업체를 배척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좋은 전문가를 주민이 제대로 선택하고 그 전문성을 충분히 활용하자는 것이다.

 

주민은 사업의 목적과 방향을 정하고, 전문가는 자신의 능력으로 그 목적을 실현한다.

주민은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업체는 맡은 업무와 약속에 책임을 진다.

주민은 주인의 자리에, 업체는 전문가의 자리에 있을 때 관계는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재개발에는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전문가는 주인이 아니다.

일은 맡길 수 있다.
전문성도 빌릴 수 있다.
그러나 내 재산에 관한 선택과 판단까지 맡긴 것은 아니다.

최종엽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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