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편지

물질 중시의 세계에서 나는 진정한 인격을 보았다

최종엽 대표기자
입력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에서의 민첩한 행동은 위험을 감지한 반사적 반응만이... 인간의 삶을 가장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 사이의 사랑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사람 가치를 재는 저울이 많다.

재산, 지위, 능력, 성과. 사람은 어느 순간부터
존재보다 물질이 평가의 대상이 된다.

식사 후 이동하는 건물 에스컬레이터에서  한 노인이 거꾸로 쓰러지는 위험한 상황을 인지하고 반사적으로 구조하는 장면을 이미지화 했다 

사람을 인격으로 보기보다
어떤 쓸모를 가진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이
세상 곳곳에 스며 있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익숙해졌는지도 모른다.
사람을 물질처럼 취급하는 방식과 그런 세상 속에서
나는 어느 날 한 장면을 목격했다. 

 

점심 약속이 있어
한때 경찰 고위직에 몸담았던 분의 사무실을 방문한 날이었다.

18층 사무실에서 마주한 그분의 모습은
권위보다는 따뜻함에 가까웠다.

사무직 직원들에게 보내는 말투에는
지시의 어조가 아닌 가족을 대하듯 자연스러운 배려가 담겨 있었다.

 

우리는 식사를 위해 지층으로 내려갔다.

그때 경비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잠깐 걸음을 멈추고
그 사람의 눈높이에서 다정한 인사를 건넸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인사에는 사람을 향한 존중과 예의가 담겨 있었다.

 

식당에서도 같은 장면이 이어졌다.

종업원을 대하는 태도는 정중했고 다감했다.

그 모습은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을 대하듯 

자연스러웠다.

그날 내가 본 그분의 태도였다.

예의는 배우고 익힐 수 있지만
태도는 삶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에서
한 노인이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순간 그는 망설이지 않고 몸을 날려 
위기에  처한 타인을 구해주었다.

그 행동에는 위험을 감지한 반사적 반응이었다.

 

그 장면을 보며
문득 빅토르 위고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의 작품 레 미제라블 속에서 말했던
인간에 대한 믿음 즉, 인간의 삶을 가장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 사이의 사랑이다"는 사상이 겹쳐왔다.  

 

한편 인간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았던
'레프 톨스토이'의 시선도 떠올랐다.

그는 인간의 삶을 평가할 때
지위나 업적보다 삶의 태도와 양심을 더 중요하게 보았다.

 

경비에게 건넨 눈높이 인사,
종업원을 대하는 겸손한 태도,
위기의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행동.

이 작은 장면들은
그 분이 어떤 세계관으로 세상을 살아 가는지를 
묵언으로 조용히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세계관이 있다.

자기 앞의 이익만 보는 사람이 있고
타인을 존엄의 가치로 대하는 태도가 있다. 

그 차이는 때로 아주 작아 보일 수 있지만
결국 한 개인적 삶의 품격을 결정한다.

그날 나는 깨달았다.

인격이란 거창한 말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작은 태도들의 축적이라는 것을...

 

사람을 물질로 보는 세상에서
나는 진정한 인격을 보았다.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다. 

최종엽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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