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4 공공복합사업 검증] ‘공공’은 어디에 있었나
[한국도시정비신문=최종엽 기자]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은 2021년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뒤 빠른 주민동의를 바탕으로 사업이 추진됐다. 그러나 사업이 진행된 지 5년여가 지난 지금 주민들 사이에서는 사업성, 분양가격, 사업비, 주민대표의 대표성 등을 둘러싼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본지가 확보한 주민 측 감사요청서에는 업무추진비와 차입금, 인건비, 시공사 선정, 음식물 이송시설, 분양가격, 감정평가, 매몰비용 등 여러 사안에 대한 재조사 요구가 담겨 있다. 그러나 개별 의혹에 앞서 먼저 확인해야 할 문제가 있다.
공공이 시행하는 사업에서 주민의 재산과 직결되는 사업성과 의사결정은 누가 검증하고 책임지는가.
4,112세대에서 약 3,509세대로…무엇이 달라졌나
주민 측은 초기 설명 당시 4,112세대로 알려졌던 사업계획이 이후 약 3,509세대로 변경됐다며 일반분양과 공공자가 물량 등의 변화가 주민 부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 측이 제시한 수치가 동일한 기준에서 비교 가능한지는 LH와 관계기관의 공식자료를 통해 추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몇 세대가 줄었느냐가 아니다.
일반분양, 공공자가, 임대 등 공급물량이 각각 어떻게 변했고, 이러한 변화가 전체 사업수지와 주민 부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주민 측은 84㎡형 분양가격 역시 초기 약 6억2천만원에서 9억5천만원, 현재 약 11억3천만원으로 변동했다고 주장하며 산출근거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 역시 각 금액이 언제, 어떤 사업계획과 조건을 기준으로 산정됐는지 확인돼야 한다.
공사비 상승 때문인지, 세대수와 공급구조의 변화 때문인지, 금융비용이나 다른 사업비 증가 때문인지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주민대표는 누구를 대표하는가
또 하나의 쟁점은 주민대표의 대표성이다.
주민 측 감사요청서에는 주민대표회의 핵심 관계자 3명이 각각 1/100 지분을 소유하고 장기간 대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담겨 있다.
그러나 지분이 작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대표 자격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현행 「공공주택 특별법」은 복합지구의 토지등소유자 전원을 주민협의체 구성원으로 하고 주민대표회의는 주민협의체 구성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확인해야 할 것은 지분의 크기만이 아니다.
이들은 언제 지분을 취득했는가.
언제부터 사업에 관여했는가.
어떤 절차를 거쳐 주민대표가 됐는가.
당시 적용된 법령과 운영규정은 무엇이었는가.
이 네 가지 사실을 시간순으로 확인해야 한다.
특히 현행 법령에서 극소지분 소유자의 주민대표 자격을 별도로 제한하는 규정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주민 전체의 재산과 관련된 의사결정 구조에서 적절한 것인지도 제도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LH는 무엇을 했나
이 지점에서 증산4 문제는 주민대표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다.
현행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령」은 주민협의체가 운영규정의 제·개정, 시공자 추천, 주민대표회의 구성, 운영경비 등을 의결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민대표회의와 주민협의체가 할 수 있는 일과 공공주택사업자인 LH가 최종적으로 검토·결정해야 하는 일은 어디까지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주민 측은 차입금과 급여·상여금, 과거 발생 비용 등에 대해서도 지급근거와 증빙, 승인절차를 조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음식물 이송시설에 대해서도 주민 측 자료에는 LH 관련 금액 약 335억원과 주민대표 측 약 150억원이라는 서로 다른 금액이 제시돼 있다. 다만 두 금액이 동일한 사업범위와 조건을 기준으로 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의혹의 확대가 아니라 자료 공개와 검증이다.
공공이 참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은 법률상 공공주택사업에 해당한다. 현행법은 이를 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주거지 등에서 공공주택과 업무·판매·산업시설 등을 복합해 건설하는 사업으로 규정한다.
그렇다면 주민에게 ‘공공’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단순히 사업시행자의 이름 앞에 붙는 두 글자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사업계획이 달라졌다면 왜 달라졌는지 설명하고, 주민 부담이 증가했다면 어떤 요인이 얼마만큼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주민대표가 주민의 재산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면 그 권한과 책임의 범위도 명확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이 검증해야 할 사항과 주민이 결정할 사항이 분명하게 구분돼야 한다.
증산4 주민들은 기존 감사요청에 대한 답변이 규정과 절차를 안내하는 수준에 그쳤다며 개별 사항에 대한 실질적인 조사와 판단을 다시 요구하고 있다.
본지는 앞으로 초기 사업계획과 현재 사업계획, 세대수와 공급구조, 사업비와 주민분양가격, 주민대표회의의 구성과 권한, LH의 검증 및 의사결정 과정을 자료를 통해 순차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를 먼저 정하지 않는다.
누가 결정했는가.
무엇을 근거로 결정했는가.
공공은 무엇을 검증했는가.
그 결정으로 주민의 부담은 어떻게 달라졌는가.
증산4에서 다시 확인해야 할 것은 결국 이것이다.
공공이 참여한 사업이라면 주민은 무엇을 더 믿을 수 있어야 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