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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사업 많이 하는 정부”에서 “국민 삶 바꾸는 정부”로

최종엽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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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정보화 넘어 AI 시대로…대한민국의 다음 길은 박병식 한국공공정책평가협회장 “정책 성과, 국민 삶의 변화로 평가해야” AI는 사람을 대신하는 기술 아닌 ‘정책역량 증폭기’

[한국도시정비신문=최종엽 기자] 정부가 많은 사업을 하고 예산을 투입해도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 정책을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한국공공정책평가협회 박병식 회장 강의 장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가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얼마나 바꾸었는가.”

지난 12일 고려대학교 교우회관에서 열린 고대정책포럼 정기 정책세미나는 이 질문을 화두로 던졌다. 이날 박병식 한국공공정책평가협회장은 「AI 시대 정책분석평가를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 방안」을 주제로 강연했다. 

 

본 강연에 앞서 배기선 고대정책포럼 상임대표(제14·16·17대 국회의원)는 박정희 시대의 산업화와 김대중 시대의 정보화가 이룬 성과를 거론했다. 

배 상임대표는 산업화가 경제성장의 기반을 닦고 정보화가 디지털 강국으로 도약하는 토대를 만들었듯, 오늘의 AI 혁명도 지난 반세기 동안 축적한 국가 역량의 연장선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중요한 것은 이를 진영의 시각이 아니라 국가 발전의 연속선에서 바라보자는 데 있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다. 

 

“AI 시대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박 회장이 내놓은 답 가운데 하나는 ‘Great Brother Korea’​다. 먼저 우리 힘을 키우고(Great Korea), 우리의 발전 경험과 기술을 세계와 나누며(Sharing Korea), 다른 나라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Growing Together Korea), 궁극적으로 함께 번영하는 나라(Great Brother Korea)로 나아가자는 구상이다.

 

박 회장은 대한민국이 과거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이제는 다른 나라가 스스로 성장하도록 돕는 나라로 기억돼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결국 ‘Great Brother Korea’는 AI 시대 대한민국이 어떤 국가를 지향하고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제안이다.

그렇다면 이 국가비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정부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정부의 성적표를 바꾸고, AI를 도구로 박 회장은 먼저 정부의 ‘성적표’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정부의 성과를 평가할 때는 투입한 예산, 사업 건수, 시설 확충 등이 주요 기준이 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질문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삶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예컨대, 도로를 건설했다면 사업 규모와 성과만 볼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정책도 사업이 끝난 뒤 평가하는 데 머물지 않고 기획부터 집행, 결과까지 살펴 문제를 고쳐 나가야 한다. 박 회장이 강조한 ‘전 생애주기 성과관리’​의 핵심이다.

 

여기에 AI가 새로운 정책도구로 등장한다. AI는 방대한 법령과 통계, 연구자료를 빠르게 분석하고 정책의 문제와 위험을 찾아내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모든 결정을 AI에 맡길 수는 없다.

무엇이 문제인지,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는 결국 사람이 판단해야 한다. 박 회장이 AI를 사람의 대체자가 아닌 ‘정책역량 증폭기’​로 보는 이유다.

 

AI가 수많은 자료와 대안을 제시할수록 좋은 질문을 던지고 자료를 확인하며 대안을 비교해 책임 있게 판단하는 사람의 능력은 오히려 중요해진다. 평가도 서랍 속 보고서로 끝나서는 안 된다. 

 

박 회장은 정책의 성과를 살핀 뒤 잘된 것은 확대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고쳐 다음 결정과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평가 → 학습 → 결정 → 예산 → 재설계의 과정으로 설명했다. 쉽게 말하면 해보고 → 결과를 살피고 → 잘못됐으면 고쳐 → 다음 정책과 예산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평가는 과거의 잘잘못을 가리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음 선택을 더 나은 선택으로 만드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국민의 역할도 달라진다. 

정부가 어떤 기술을 도입하고 어떤 사업을 추진하는지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정책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며 어떤 결과를 만들려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AI는 목적이 아니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국가의 미래를 만드는 수단이다. AI 시대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에 대한 막연한 기대나 두려움보다 질문하고 확인하며 판단하는 힘인지 모른다.

 

강연장에서 식탁으로…고대의 또 다른 힘

 

강연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식당 ‘스시미소’로 자리를 옮겨 3부 행사를 이어갔다. 

배기선 상임대표의 축배사 모습, 좌측은 함명진 공동대표의장 
60년 차 선후배 간 우의를 다지는 모습 

강연장에서 국가와 AI의 미래를 이야기했다면 식탁에서는 선후배들이 격의 없이 어울리며 경험과 생각을 나눴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세대와 활동 분야를 넘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는 고려대 특유의 공동체 문화와 응집력이었다.

선후배라는 인연은 단순한 친목에 머물지 않았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후배의 생각을 선배가 듣고 선배의 경험을 후배에게 전하는 모습에서 공동체가 가진 힘을 엿볼 수 있었다. 

서로 다른 경험과 생각을 연결하고 힘을 모을 때 공동체의 역량은 더 커진다. 이날 식탁에서 확인한 고대의 응집력은 AI 시대에도 기술 못지않게 중요한 자산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했다.

 

[취재기자주]

대한민국은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다시 정보화사회로 이동하며 빠른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격차와 갈등이라는 과제도 남았다. 과거의 성공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까지 다음 시대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이제 AI가 새로운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과거의 경험을 딛고 또 한 번의 전환을 앞둔 지금, 한국도시정비신문은 하나의 질문을 남긴다.

 

“AI 시대, 대한민국은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

최종엽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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