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증산4구역 1/100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이 있다
[한국도시정비신문=최종엽 대표기자]
집 한 채를 짓는다고 생각해 보자.
집주인이 집을 지을지 결정하고, 필요하면 자신을 대신할 사람을 정한다. 대표자는 주인을 대신해 전문가와 업체를 알아본다. 상식적인 순서는 이렇다. 주인 → 대표자 → 업체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에서는 이 단순한 원칙을 놓고 다시 확인해야 할 일이 있다.
본지가 주목하는 것은 1/100 지분 자체가 아니다. 그 지분을 취득하기 전과 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이다. 동의가 먼저였고 지분은 나중이었다 증산4구역은 2021년 3월 31일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선도사업 후보지로 선정됐다.
사업은 빠르게 진행됐다. 국토교통부는 같은 해 5월 12일 증산4구역이 후보지 가운데 처음으로 본지구 지정에 필요한 주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후보지 선정 후 불과 40여 일 만이었다.그런데 본지가 확보한 자료를 시간순으로 놓으면 눈여겨볼 대목이 나타난다.
주민동의 활동
→ 3분의 2 이상 동의 확보
→ 3인의 극소지분 취득
→ 토지등소유자 자격 확보
→ 이후 주민대표 조직 핵심직위 진입
본지가 확인 중인 자료에 따르면 주민동의 활동에 참여했던 세 사람은 당시에는 증산4구역 토지등소유자가 아니었고, 이후 2021년 5월 각각 극소지분을 취득했다. 그리고 세 사람은 이후 주민대표 조직의 대표·부대표·임원 등 핵심직위에 들어갔다.
여기까지가 본지가 주목하는 시간의 순서다.
동의서를 받은 것 자체가 문제인가 그렇지는 않다. 토지등소유자가 아닌 사람이 동의서 징구 활동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당사자들이 주민의 요청을 받아 자발적으로 도왔을 수도 있다. 사업 추진을 원하는 주민조직의 활동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또는 사업 관계자의 요청을 받아 동의활동에 참여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본지가 묻는 것은 “왜 동의서를 받았느냐”가 아니라 “누구의 요청과 어떤 관계에서 받았느냐”이다.
누가 세 사람에게 동의서를 건넸는가.
누가 동의 징구를 요청했는가.
누가 활동을 관리했는가.
징구한 동의서는 누구에게 전달됐는가.
활동비나 급여 등 대가가 지급됐다면 누가 부담했는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또는 다른 사업 관계자와 계약·고용·업무지시 관계가 있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있어야 세 사람의 당시 역할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1/100 지분 취득도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극소지분을 증여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위법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본지는 1/100이라는 지분의 크기만을 문제 삼지 않는다.
질문은 따로 있다.
왜 당시 사업에 참여하고 있던 세 사람 모두에게 토지등소유자 자격이 필요했는가.
그리고 그 자격을 갖춘 뒤 왜 세 사람 모두 주민대표 조직의 핵심직위에 들어갔는가.
우연일 수도 있다.
주민들이 이들을 신뢰해 대표자로 선택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과정과 절차를 확인하면 된다.
반대로 지분 취득 이전부터 향후 대표조직 참여가 논의됐다면 그것 역시 당시 회의자료나 통신기록, 주민대표 구성자료 등에 흔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본지는 결과를 먼저 정하지 않는다.
자료를 통해 순서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정부가 강조한 것도 ‘주민 선택권’이었다
이 문제에서 주민대표성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에 대해 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가 있어야 사업추진이 확정되고, 예정지구 지정 이후에는 토지주 과반수 동의로 주민대표회의를 구성하도록 제도를 설명했다. 정부 역시 주민대표회의 운영과 민간브랜드 선정 등에서 주민의 선택권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누가 토지등소유자였느냐가 아니다.
누가 주민의 대표가 되었고, 주민은 어떤 절차를 통해 그 사람에게 권한을 맡겼느냐이다.
세 사람에게 묻는다
본지는 세 사람의 동의활동이 불법이었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극소지분 취득 자체가 불법이었다고 단정하지도 않는다.
대표·부대표·임원이 된 사실만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 세 과정이 같은 세 사람에게 연속해서 나타났다면 그 연결과정은 설명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질문은 단순하다.
첫째, 토지등소유자가 되기 전 세 사람은 누구의 요청과 어떤 자격으로 주민동의 활동에 참여했는가.
둘째, 왜 세 사람 모두 2021년 5월 극소지분을 취득했는가.
셋째, 지분 취득 전부터 세 사람의 향후 주민대표 조직 참여가 논의된 사실이 있는가.
넷째, 세 사람에게 동의 징구를 요청한 사람 또는 조직과 이후 주민대표 조직 구성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었는가.
답은 주장보다 자료가 말해줄 것이다.
동의서와 수령·제출기록, 등기자료, 당시 회의록, 주민대표 구성자료, 관계기관 제출문서, 계약·비용자료 등을 시간순으로 맞춰보면 된다.
문제는 1/100이 아니라 ‘과정’이다
증산4는 후보지 선정 후 불과 40여 일 만에 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를 확보했다. 정부도 당시 이를 빠른 사업추진의 사례로 평가했다.
빠른 동의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많은 주민이 개발을 원했다면 높은 동의율은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도 있다.
그래서 더욱 확인해야 한다.
그 빠른 동의는 누가, 어떤 조직과 역할분담을 통해 만들어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 참여했던 세 사람이 왜 이후 극소지분을 취득하고 주민대표 조직의 핵심으로 들어갔는가.
본지가 묻는 것은 사람의 의도가 아니다.
과정이다.
누가 동의를 받았는가.
누가 그들에게 동의를 받도록 했는가.
왜 세 사람에게 토지등소유자 자격이 필요했는가.
그리고 왜 세 사람 모두 주민대표 조직의 핵심이 되었는가.
증산4의 1/100 논란은 지분의 크기보다 그 앞과 뒤의 과정에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