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

[심층기획] 주객전도된 지역주택조합 — 토지소유자의 절규가 묻는다

최종엽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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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지켜온 내 땅이 하루아침에 남의 사업장 원수에게는 지역주택조합을 권하라.”

전국 곳곳에서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시작되면 토지주들의 삶은 하루아침에 흔들립니다.
수십 년 동안 피땀으로 일군 내 집, 내 땅이 어느 날 낯선 사람들의 개발 계획 속 ‘매입 대상’이 되어버립니다.

 

서울시도 “위험하다”며 안내서를 만들고, 대통령실까지 “준(準)사기”라 경고했지만, 여전히 많은 조합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계속될까요?

 

■ “개발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 뒤바뀐 상식의 시작

지역주택조합은 본래 무주택자들이 함께 집을 짓는 제도로 출발했습니다.
좋은 취지였죠. 하지만 지금은 그 구조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조합의 이름으로 외부 대행업체와 추진위원장이 사업을 주도하고,
정작 땅 주인은 개발의 주체가 아니라 ‘방해꾼’ 취급을 받습니다.

어느새 개발의 ‘주인’은 사라지고, 돈을 앞세운 ‘객’들이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주객전도(主客顚倒)”, 즉 사람과 이익의 자리가 뒤바뀐 개발의 비극입니다.

 

■ “사업 지연의 책임은 왜 늘 토지주에게 돌아오는가?”

조합은 흔히 말합니다.
“토지주가 비협조해서 사업이 늦어진다.”
하지만 그건 절반의 진실일 뿐입니다.

토지주가 자신의 재산을 지키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입니다.
사업이 늦어지는 진짜 이유는

  • 사업성 검토 부족,
  • 투명하지 않은 자금 관리,
  • 경험 없는 대행업체의 무리한 추진,
    이런 내부 문제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토지주에게 돌리는 것은,
결국 “이성의 실패이자 윤리의 파산”입니다.

 

■ “왜 위험하다는 경고에도 사람들은 속을까?”

이제 대통령까지 “준사기”라고 말합니다.
서울시는 “위험하다”는 경고문을 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개발되면 돈 번다”는 말에 기대를 겁니다.

그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과 ‘인지의 착각’ 때문입니다.
좋은 이야기만 들리고, 경고의 목소리는 묻힙니다.
‘성공’이라는 단어가 진실보다 더 달콤하게 들리는 사회 분위기,
그 속에서 냉철한 판단은 사라지고 희망만 남습니다.

 

■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요?” — 이성적이고 품격 있는 대응법

1️⃣ 연대하라.
혼자 싸우면 지지만, 모이면 지혜가 생깁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서로 정보를 공유하세요.

2️⃣ 전문가를 만나라.
지역주택조합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세요.
감정보다는 법과 데이터로 판단해야 합니다.

3️⃣ 단호히 거절하라.
사업 구조가 불투명하다면, 묻지 말고 거절하세요.
당신의 재산은 당신의 인생이며, 당신의 존엄입니다.

4️⃣ 세상에 알리라.
언론과 지자체에 제보하세요.
침묵은 문제를 키우는 또 다른 공범이 됩니다.

 

■ “진짜 개발은 건물보다 사람을 세우는 일입니다”

개발이란 벽돌을 쌓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가치를 세우는 일이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토지주를 희생시키는 방식은 이미 개발이 아니라 파괴입니다.

대통령의 경고와 정부의 제도 개편은 잘못된 구조를 바로잡는 첫걸음이어야 합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돈 되는 개발’이 아니라
‘사람 사는 개발’입니다.

사람의 품격이 지켜지고,
상식이 통하며,
진심이 통하는 개발.

그것이 바로 우리가 다시 세워야 할, “인간의 얼굴을 한 개발입니다.

 

기사 요약 한 줄:

“지역주택조합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개발,
그 이면에는 토지주들의 눈물이 있다.
진짜 개발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의 존엄’을 세우는 일이다.”

최종엽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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