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분석기사] 아파트와 빌라 사이 도심 블록형 주택이 온다
도심 블록형 주택이란 필지 단위로 쪼개져 지어지던 기존의 빌라(다세대·다가구)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개의 땅을 하나로 묶은 ‘블록’ 단위로 공동 개발하여 아파트 수준의 편의시설을 갖춘 중밀도 주거 모델을 말한다.

10년 이상 걸리는 대단지 아파트 재개발보다 사업 속도가 훨씬 빠르면서도, 지하 주차장이나 통합 관리 시스템 같은 아파트의 장점을 도입해 저층 주거지의 고질적인 난개발 문제를 해결하고 도심 내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입주 절벽’ 2026년, 시간과의 싸움
정부가 이 모델을 전격 검토하는 이유는 ‘공급 시차’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대규모 정비사업으로는 당장 1~2년 내의 전세난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판단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2일 주택공급추진본부 출범식에서 "전세 물량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은 아니지만, 공급 감소로 인한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며 "도심 블록형 주택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주택 공급을 통해 전세 시장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아파트에만 쏠린 공급 채널을 다각화하여 임대차 시장에 즉각적인 ‘수혈’을 하겠다는 신호탄이다.
주거 품질의 비약적 향상
일부 전문가들은 ‘난개발의 종말’을 기대한다. 기존 빌라가 주차난과 보안 취약으로 외면받았다면, 블록형 주택은 여러 필지를 합쳐 지하 공간을 통합 개발함으로써 쾌적한 주거 환경을 보장한다. 이는 아파트 거주를 선호하는 젊은 층을 저층 주거지로 유도하는 핵심 기제가 될 수 있다.
‘속도’라는 인센티브와 ‘이해관계’라는 암초
가장 큰 장점은 빠른 공급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토지주 간의 합의"를 최대 변수로 꼽는다. "필지별 가치 평가가 다른 상황에서 이를 하나의 블록으로 묶는 과정의 갈등은 필연적"이라며, 이를 중재할 공공 코디네이터와 명확한 지분 산정 기준이 마련에 깊은 고민이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사업성을 결정할 ‘규제의 파격’
용적률 상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 중론이다. "민간 건설사가 참여할 만큼의 수익성이 나오려면 층수 제한을 과감히 풀고, 기부채납 비율을 낮추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 패키지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심 블록형 주택은 아파트의 쾌적함과 빌라의 신속함을 결합해 도심 전세난을 타개할 혁신적 대안이다. 하지만 토지주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과 아파트 선호 사상을 넘어서야 하는 현실적 장벽도 만만치 않다. 결국 이 모델이 단순한 구상을 넘어 시장의 대세로 안착하려면, 토지주들의 합의를 끌어낼 객관적인 보상 기준과 민간의 참여를 자극할 파격적인 용적률 상향, 그리고 아파트와 차별 없는 금융·세제 혜택이 패키지로 지원되어야 한다.
결국 정책 성공의 성패는 정부가 얼마나 '현장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규제 완화 보따리를 풀어놓느냐에 달려 있다. 오는 1월 중순 발표될 세부 실행 방안이 아파트에만 쏠린 주거 수요를 분산시키고, 꽉 막힌 도심 공급의 물꼬를 트는 실질적인 '주거 사다리'가 될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