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갭발 인문학 ①] 왜 재개발에 철학이 필요한가
[한국도시정비신문 = 최종엽 기자] 재개발은 흔히 건물을 새로 짓는 사업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좀더 깊이 들여다보면, 재개발은 사람과 사람, 세대와 세대, 현재와 미래가 다시 만나는
공동체의 재구성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재개발을 돈과 법의 문제로 바라보았다.
공사비를 계산했고, 분담금을 따졌으며, 사업성을 분석했다.
법률은 절차를 설명했고, 경제학은 비용을 계산했으며, 공학은 건물을 설계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을 놓치고 있었다.
갈등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사건은 우연히 생기지 않는다.
감정의 대립, 상생이 아닌 지배, 상호 가치관이 충돌할 때 사건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 사건은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신호다.
사건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누가 잘못했는가."를 묻는다. 그러나 철학은 질문을 던진다.
재개발의 이유와 목적은 무엇인가.
지켜야 할 원칙은 무엇이며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
이런 질문들은 상대방이 아닌 궁극적인 목적을 확인하게 만든다.
질문의 수준이 공동체의 수준을 결정한다.
상대보다 먼저 자신을 성찰해야
재개발에서 대부분의 갈등은 이해관계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갈등이 장기화되는 이유는
이해 부족과 자신의 유익을 앞세우며,
절차보다 감정이 앞설 때 갈등은 깊어진다.
성찰은 상대의 잘못이 아닌 자신이 놓치고 있는 것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신뢰는 상대를 이길 때 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려 할 때 비로소 회복된다.
무지는 갈등을 만들고, 앎은 신뢰를 만든다
재개발의 갈등은 무지에서 비롯된다.
법을 모르고,
절차를 모르고,
사업 구조를 모르며,
서로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지식은 상대를 이기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공동체를 이해하기 위한 다리다.
갈등을 방치하면 사업은 지연되고, 금융비용과 공사비는 늘어난다.
결국 그 부담은 모든 주민들의 몫이 된다.
그래서 지식은 비용을 줄이는 가장 큰 투자이며, 신뢰를 쌓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정비사업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법은 절차를 경제학은 비용을 계산한다.
그러나 사람 사이의 신뢰문제는 인문학이 다루는 영역이다.
재개발 인문학은 재개발을 반대하거나 옹호하는 학문이 아니라
갈등을 이해하고, 신뢰를 회복하며, 공동체를 다시 세우기 위한 학문이다.
맺음말
대한민국 재개발은 법률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이제는 법률만으로는 부족하다.
법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말하고,
경제학은 얼마의 비용이 드는가를 계산하며,
철학은 왜 그것을 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이 세 가지가 함께할 때 비로소 재개발은 개발사업을 넘어 공동체를 회복하는 문명이 될 수 있다.
나는 오늘 하나의 새로운 질문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 싶다.
과연 재개발은 아파트를 새로 짓는 사업인가,
아니면 사람과 공동체를 다시 세우는 과정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