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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루의 펜, 하나의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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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펜을 드는 이유는 사건의 기록 속에서 내일의 기준을 발견하고 싶다 우리 모두는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엄하다.
스케치로 담아낸 최종엽 작가

나는 사건을 취재하지만, 사건만을 기록하지 않는다.

현장은 늘 모순으로 가득하다.


누군가는 세우려 하고, 누군가는 허물려 한다.
그 사이에는 탐욕이 있고, 두려움이 있으며, 저마다의 절박함과 

상처가 얽혀 있다.

나는 그 소란 속에서 누구의 편을 들기보다,  무엇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가를 묻고자 한다.

 

기자의 펜은 사람을 겨누는 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 펜은 사실을 밝히고, 원칙을 세우며, 잊힌 목소리를 세상에 

 조용히 드러내는 등불이어야 한다.

 

나는 권력을 미워하기 위해 기사를 쓰지 않는다.
권력이든 자본이든 다수든 소수든, 누구라도 인간의 존엄을 가볍게 여길 때 

그 사실을 기록하기 위해 펜을 든다.

 

사람은 직함이나 계급으로 귀하지 않다.
시장의 상인도, 현장의 노동자도, 기업의 대표도, 국가의 최고 권력자도,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엄하다.


그 존엄은 누구에게서 빌린 것이 아니라, 누구도 함부로 빼앗을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이다.

그러므로 내가 지키려는 것은 특정한 개인이나 조직이 아니다.

내가 끝내 지키고 싶은 것은 인간에 대한 존중이며, 공동체를 지탱하는 신뢰이다.

 

나는 기사가 하루의 뉴스로 소비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오늘의 사건 속에서 내일의 기준을 발견하고 싶다.
갈등과 사건을 보도하는 데 머물지 않고, 갈등을 넘어서는 길을 함께 찾고 싶다.

내가 걷는 길은 빠른 길이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방향을 잃지 않는 길이기를 바란다.

 

세상은 더 큰 소리를 내는 사람보다, 끝내 원칙을 지킨 사람을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펜을 든다.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잊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것이 내가 기자로 살아가는 이유이며,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놓지 않을 내 존재의 가치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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