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

[발행인 칼럼 ] "지역주택조합" 이름으로 자행되는 비인간화 — 이제는 멈춰야 한다

최종엽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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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 공동체를 파괴하고 얻은 이익을 과연 ‘개발’이라 부를 수 있는가?

재개발이라는 이름은 그럴듯하다. 도시 재생, 생활 환경 개선, 공공의 이익. 그러나 그 말들이 현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구현되는지를 들여다보는 순간, 우리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재개발은 때로는 삶을 바꾸는 희망이 아니라, 토지주에게 고통을 주고 삶을 허물어 버리는 기능으로 전락한다. 


지주책 현장에는 외로이 버티는 노인, 소리 없이 무너지는 생계, 인간을 숫자로 계산하며 “정리의 대상”으로 여기는 차가운 시선이 존재한다. 사업 설명회는 절차를 갖춘 듯 보이나 사실상 결정은 이미 끝나 있고 주민의 의견은 검토 대상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참여는 형식이고, 결정은 권력의 전유물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비인간화의 구조적 고착화다.
사람을 생활권에서 강제로 떼어내고, 보상은 현실과 괴리되어 있으며, 협의 과정은 ‘협박에 가까운 설득’으로 변질되곤 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은 고려되지 않는다. ‘속도가 생명’이라는 미명 아래 절차적 정의는 생략되고 공동체는 쪼개지며, 한 세대의 터전은 “사업성”이라는 계산 앞에 희생된다.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 과연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
  • 도시의 윤리는 왜 회계표 뒤편으로 밀려나는가?
  • 공동체를 파괴하고 얻은 이익을 과연 ‘개발’이라 부를 수 있는가?

재개발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주택 방식은 위험하다. 
도시는 사람이 만든다.
그리고 사람 없는 발전은 폐허일 뿐이다.

이제라도 재개발은 사람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


절차적 정당성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며, 약자 보호는 비용이 아니라 공공성이 지켜야 할 원칙이다. 정비사업이 진정한 ‘정화’를 목표로 한다면, 가장 먼저 정화해야 할 것은 탐욕이 만든 구조적 폭력이다.

최종엽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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