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지역주택조합 특정인에게 얹어준 ‘웃돈’의 역설: 축복인가, 공멸의 도화선인가
지역주택조합(이하 지주택) 사업장에서 종종 흘러나오는 은밀한 소문이 있다. “누구네 땅은 평당 몇백만 원을 더 쳐주기로 이면계약을 맺었다더라.”
웃돈을 약속받은 당사자는 쾌재를 부르고, 소문을 들은 이웃 주민들은 박탈감을 느낀다. 그렇다면 특정인에게 제시된 높은 토지가는 과연 당사자에게 온전한 ‘축복’일까?

나아가,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그 높은 기준을 구역 내 모든 토지주에게 보편적으로 적용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개발 금융과 주택법의 냉혹한 잣대로 이 질문을 파고들면, 그 끝에 기다리는 것은 축복이 아닌 ‘사업의 파탄과 조합원 전체의 공멸’이다.
5가지 핵심 질문을 통해 이 위험한 환상의 실체를 짚어본다.
Q1. 약속된 높은 토지가격, 과연 ‘진짜 내 돈’이 될 수 있는가?
특정인에게 제시된 고액의 토지가는 대개 추진위원회나 업무대행사가 사업 초기 동의율을 확보하기 위해 내건 ‘조건부 약정’에 불과하다. 계약서 특약을 뜯어보면 대부분 ‘조합설립인가 후’, ‘사업계획승인 후’, ‘본 PF 대출 실행 시’ 잔금을 치른다는 조항이 붙어 있다.
그러나 이 단계까지 도달하는 지주택은 전체의 10~20%에 불과하다. 토지 대금을 완납받기는커녕, 토지사용승낙서에 도장을 찍어준 탓에 수년간 재산권 행사(매매, 신축, 담보대출)만 가로막히는 ‘소유권의 족쇄’를 찰 확률이 훨씬 높다. 실현되지 않는 숫자는 자산이 아니라 부채일 뿐이다.
Q2. 이면계약으로 약속한 특혜, 법적으로 안전한가?
초기 대행사가 특정인과 체결한 고가 매입 이면계약은 법적 지위가 지극히 취약하다. 사업이 진행되어 정식 조합이 설립되면, 이 계약은 조합원 총회의 추인(승인)을 거쳐야 한다.
특정 지주에게만 특혜성 고가를 얹어준 사실을 알게 된 일반 조합원들이 총회에서 이를 승인해 줄 리 만무하다. 총회에서 부결되는 순간 계약은 무효화되거나 기나긴 소송전에 휘말린다.
심한 경우 업무대행사 임원과 해당 지주는 조합에 대한 ‘업무상 배임 및 공모 혐의’로 형사 고발 대상이 된다. 달콤했던 특혜 약속이 법적 분쟁의 불씨로 둔갑하는 순간이다.
Q3. 그 높은 가격을 모든 주민에게 똑같이 적용하면 어떻게 되는가?
특정인에 대한 고가 매입 사실이 알려지면, 당연히 다른 토지주들도 “나도 같은 가격을 달라”며 매도를 거부한다. 만약 조합이 갈등을 무마하기 위해 구역 내 모든 지주에게 그 높은 가격을 동일하게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답은 간단하다. ‘사업의 즉각적인 좌초’다. 토지 매입비가 20~30%만 폭증해도 사업지의 총지출은 수백억 원 단위로 불어난다. 금융기관은 사업성(LTV, 수지분석)이 나오지 않는 현장에 본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내주지 않는다.
자금줄이 끊긴 사업은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멈춰 서고, 토지주들은 매매대금은커녕 기약 없는 사업 지연의 늪에 빠지게 된다.
Q4. 불어난 토지비는 결국 누구의 주머니에서 나오는가?
지주택은 민간 조합원들이 갹출한 돈으로 땅을 사는 구조다. 토지 매입비가 천문학적으로 치솟는다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일반 조합원들의 억 단위 추가분담금’으로 전가된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들어온 서민 조합원들은 감당할 수 없는 분담금 폭탄을 맞고 계약을 해지하려 든다. 이는 조합원들의 연쇄 탈퇴와 분담금 미납, 집단 소송으로 이어지며, 사업비가 바닥난 조합은 파산 수순을 밟게 된다. 결국 토지주 역시 조합이 망해버리면 계약 잔금을 받을 창구 자체가 사라진다.
Q5. ‘모두에게 좋은 토지가격’이란 지주택에서 성립 가능한가?
근본적으로 지역주택조합에서 토지 매입은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다. 파는 사람(토지주)이 이익을 독식할수록, 사는 주체(조합과 사업)는 질식한다.
재개발은 용적률 상향과 일반분양 수익을 조합원들이 지분대로 나누는 상생 구조를 짤 수 있지만, 지주택은 토지비가 오르면 분양가가 치솟아 일반분양 경쟁력마저 잃는다. 따라서 주변 시세를 비정상적으로 뛰어넘는 토지가격 제시는,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단 사업권만 쥐고 보자는 업체의 ‘도덕적 해이’가 낳은 독약이다.
특정인에게 슬그머니 건네진 고액 보상의 약속은 축복이 아니다. 그것은 다른 지주들의 박탈감을 자극해 연쇄적인 토지가 상승 요구를 부르고, 사업수지를 파괴하며, 종국에는 PF 대출 무산과 조합 파산이라는 거대한 쓰나미가 되어 현장 전체를 덮치는 ‘공멸의 도화선’이다.
눈앞에 흔들리는 비현실적인 웃돈의 숫자에 현혹되지 마라. 사업이 성공해야 내 땅값도 현금으로 돌아온다. 객관적인 감정평가와 투명한 수지분석을 벗어난 고가 매입 약속은, 신기루를 좇다 삶의 터전마저 묶여버리는 가장 위험한 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