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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경제학 제2편] 공동체는 어떻게 파괴되는가

최종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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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무시될 때 갈등은 시작된다
       최종엽기자

어제 우리는 갈등이 어떻게 공동의 자산을 태우는지 살펴보았다. 갈등은 시간을 멈추게 하고, 멈춘 시간은 비용이 되며, 그 비용은 결국 공동체 모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그러면 이제 한 걸음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갈등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많은 사람은 이해관계의 충돌을 말하고, 어떤 이는 돈을, 또 어떤 이는 사람을 원인으로 꼽는다.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갈등이 드러난 뒤의 모습이다.

갈등은 생각보다 훨씬 조용하게 시작된다.

 

공동체는 거대한 사건으로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작은 균열이 서서히 번질 때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균열은 대부분 질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질문은 공동체를 세운다

인간은 질문하는 존재다.

"네가 어디 있느냐."는 인류 최초의 질문이었다. 그것은 장소를 묻는 말이 아니라 인간의 양심과 책임을 향한 물음이었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 또한 인간을 성찰로 이끄는 질문이었다.

인류의 문명은 질문으로 성장했고, 공동체는 질문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발전해 왔다.

질문은 상대를 이기기 위한 무기가 아니다.

질문은 함께 길을 찾기 위한 대화의 시작이며, 신뢰를 세우는 첫걸음이다.

질문이 살아 있는 공동체는 사실을 확인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간다.

 

질문이 무시될 때 공동체는 흔들린다

그러나 질문이 무시되는 순간 공동체의 균열도 함께 시작된다.

질문을 던진 사람은 자신의 의문보다 자신의 존재가 외면당했다고 느낀다. 질문을 외면한 사람은 설명 대신 침묵을 선택하고, 그 침묵은 어느새 독선으로 비쳐진다.

독선은 대화를 멈추게 한다.

 

대화가 멈추면 사실보다 추측이 앞서고, 설명보다 소문이 퍼진다. 사람들은 확인된 사실보다 자신이 믿고 싶은 이야기를 믿기 시작한다.

신뢰가 있어야 할 자리를 의심이 채우고, 의심은 감정을 불러온다. 감정은 이성을 밀어내고 마침내 충돌을 만든다. 갈등은 결국 '우리'를 잃게 만든다

 

자연에는 작용과 반작용의 이치가 있다. 인간의 공동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존중은 존중을 낳지만, 독선은 저항을 낳는다. 질문을 무시한 작은 순간은 시간이 흐르며 더 큰 반작용으로 돌아오고, 작은 불만은 공동체 전체의 갈등으로 번져 간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이 아니라 서로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

'우리'라는 말은 사라지고 '자기편'만 남는다.

공동의 목적은 희미해지고,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보다 이기려는 마음이 앞선다. 의사결정은 늦어지고, 늦어진 시간은 비용으로 바뀐다.

 

공동체가 잃는 것은 시간만이 아니다. 신뢰를 잃고, 기회를 잃고, 마침내 공동의 자산까지 

잃게 된다.

갈등은 돈을 태우기 전에 먼저 공동체를 태운다.

공동체는 질문을 존중할 때 살아난다

어떤 공동체도 제도나 자본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서로의 질문을 존중하고, 끝까지 대화를 이어 가려는 태도가 공동체를 지탱하는 가장 깊은 힘이다.

 

공동체는 질문이 많아서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질문을 존중하는 마음을 잃을 때 비로소 무너지기 시작한다.

어쩌면 갈등의 시작은 의견의 차이가 아니라 질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 우리 공동체는 서로의 질문을 존중하고 있는가.

갈등경제학이 우리에게 건네는 두 번째 성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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