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

[르포 기획] "희망은 어디로 사라졌나?" – 10.15 대책, 초강력 규제가 불러온 좌절

최종엽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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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고문' 된 대책, 젊은 층의 꿈은. "금수저만 집을 살 수 있는 세상? '풍선효과'의 그림자, 그리고 무너진 정책 신뢰
삽화 - 누구를 위한 대책이야?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수많은 시민들은 저마다의 희망을 품었다. 오랫동안 얼어붙었던 경제가 풀리고, 고질적인 부동산 문제에도 시원한 해법이 나올 거라는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특히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워온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간절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불과 몇 달 만에 발표된 '10.15 부동산 대책' 앞에서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초강력'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대책이 드리운 그림자는 생각보다 훨씬 어두웠다.

 

'희망고문' 된 10.15대책, 젊은 층의 꿈은 어디로 가는가?

 

대책 발표 직후 쏟아진 언론과 시민들의 반응은 한목소리로 '부정적'이었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4%가 이번 대책이 "적절하지 않다"고 평가했고, 45.7%"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정책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규제 지역 확대, 중도금·이주비 대출 규제 강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 강력한 조치들이 연달아 발표되면서 시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이는 특히 '생애 최초 내 집 마련'을 꿈꾸던 젊은 세대에게 깊은 좌절감을 안겼다.

 

"결국 금수저만 집을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겠네요. 월급 모아서는 평생 못 살 것 같아요." 수도권의 한 직장인 김모 씨(32)는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규제지역에서는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늘고, 세대주만 1순위 청약을 할 수 있게 되는 등 자격 요건이 강화되면서 가점이 낮은 젊은 층의 당첨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정책 적용 전 청약하자"는 심리가 작용해 경쟁률이 폭등하는 현상도 빚어졌다. "부동산은 생존의 문제"라고 말하는 이들의 목소리에서, 정책이 외면한 서민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풍선효과'의 그림자, 그리고 무너진 정책 신뢰

 

10.15 대책의 가장 큰 역설은 규제가 묶인 지역의 숨통을 조이는 동안, 규제를 피해 간 비규제지역에서 또 다른 과열 현상,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동탄신도시, 인천 송도, 평택 등 비규제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거래량이 폭증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한쪽을 막으면 다른 쪽으로 물이 새는, 전형적인 규제의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책 나오기 전에 사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주었다는 전문가들의 비판과 함께, 정책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사건들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국토교통부 고위 공직자들의 '갭투자 논란', 유력 정치인의 다주택 보유 사실 등이 드러나면서 "본인들은 그렇게 집 사서 강남에 살면서 우리는 안 된다는 게 말이 돼?"라는 시민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정책을 만든 이들의 '내로남불'은 대책의 명분과 정당성을 뿌리째 흔들었고, 이는 곧 정부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는 사회·정치적 파장을 낳았다. 일부에서는 "이재명 정부 시즌2가 우려된다"며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강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재개발·재건축 시장, '죽음'의 문턱에 서다

 

10.15 대책은 재개발·재건축 시장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은 물론, 추가분담금이 억 단위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노원, 도봉구 등 강북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는 급매물이 속출했다. "조합설립인가(재건축), 관리처분계획인가(재개발) 이후에는 조합원 지위 양도도 금지"되는 강력한 규제는 재건축 시장을 "죽어가고 있다"는 표현까지 나오게 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추진 동력이 약화되면서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도심 내 노후 주거지의 슬럼화는 가속화되고, '서울 495893세대'로 재건축될 은마아파트와 같은 일부 대형 사업지를 제외하고는 시장 전반의 활력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억울한 시민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법 정신'이라는 믿음은,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억울함을 만들고 있는 현실 앞에서 무겁게 울린다.

 

정책, 이제는 '사람'을 향해야 할 때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로 부풀었던 시민들은 10.15 대책 이후 깊은 좌절감과 실망감에 빠져들었다. 강력한 규제는 '선한 의도'와는 다르게 '풍선효과'를 낳았고, 정책을 만든 이들의 윤리적 책임 문제는 시민들의 신뢰를 더욱 흔들었다. 이제는 단순한 규제를 넘어,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정책의 수혜와 피해가 균형 잡히도록 설계하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진정한 리더십은 숫자의 통제가 아닌,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배려에서 시작된다. 상호 존중과 배려 없는 관계의 결과는 파멸이라는 님의 깊은 통찰처럼, 정책 역시 시장과 시민의 시간, , 감정을 배려할 때 비로소 진정한 정의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억울한 사람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람 중심'의 정책 재고를 강력히 촉구한다.

최종엽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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