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

[정책검증]‘100분의 1 지분’으로 주민대표 위원장 됐다?…LH에 묻는다, 적법하면 충분한가

최종엽 대표기자
입력
주민대표 자격 놓고 주민 반발…사업 시점 지분 증여 경위 쟁점 LH에 자격검증 기준·취득시점·대표성·전국 동일 적용 여부 공개질의 “누가 옳으냐보다 어떤 기준으로 주민대표를 인정했는지 검증해야”

[한국도시정비신문=최종엽 기자] 일부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의 주민대표회의 위원장 자격을 둘러싼 주민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단순하다. 제보에 따르면 일부 주민대표회의 위원장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빌라 대지지분의 100분의 1을 증여 받아 토지등소유자 자격을 갖춘 뒤 주민대표회의 위원장이 됐다.

주민들은 “법률상 토지등소유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사업 추진 시점에 극히 일부의 지분을 증여받은 사람이 주민 전체를 대표하는 위원장이 되는 것이 제도의 취지와 상식에 부합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반면 주민 측이 받은 답변에 따르면 LH는 해당 위원장의 자격에 법률상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는 어느 한쪽의 주장을 사실로 단정하기보다 주민들이 제기한 문제를 토대로 LH에 주민대표 자격 판단의 근거와 기준을 공식 질의하기로 했다.

 

1. 문제는 ‘100분의 1’보다 대표성이다

증산4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은 서울 은평구 증산동 205-33번지 일대에서 추진되고 있는 대규모 공공개발사업이다. 따라서 주민대표회의는 단순한 친목단체가 아니다. 사업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모으고 시행자인 LH와 협의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때문에 이번 논란의 핵심도 지분이 크냐 작으냐에만 있지 않다.

 

공공사업의 주민대표에게 요구되는 대표성과 정당성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바로 이 질문이다.

 

2. “두 발 크기” 논란…그러나 숫자보다 취득 경위를 봐야 한다

주민들은 문제의 지분을 두고 “전체 대지지분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대지지분이 10평인 빌라의 100분의 1이라면 약 0.1평, 약 0.33㎡에 해당한다.

그러나 본지는 지분의 크기만으로 주민대표 자격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더 중요한 것은 언제, 어떤 경위로 지분을 취득했고 그 지분 취득이 주민대표 자격과 어떠한 관계가 있었는지​다.

따라서 LH가 단순히 등기상 토지등소유자 여부만 확인했는지, 지분 취득 시기와 경위까지 검토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3. 법률상 자격과 주민대표의 정당성은 같은가

공공주택 특별법 체계는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에서 주민대표회의를 두고 있다.

주민대표회의 승인 과정에는 운영규정과 구성 동의서, 위원장·부위원장·감사의 선임을 증명하는 서류, 토지등소유자 명부 등이 제출된다.

그렇다면 LH와 관련 행정기관은 주민대표회의 구성 과정에서 무엇을 확인했는가.

단순히 형식적 자격요건만 확인했다면 그것으로 공공사업 주민대표의 대표성이 충분히 확보됐다고 볼 수 있는가.

주민들의 문제 제기는 바로 여기에 있다.

 

4. 정언명령으로 묻는다 — 모두가 이렇게 해도 되는가

법률적 판단과 별도로 하나의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철학자 칸트의 정언명령을 이 사안에 적용하면 질문은 오히려 간단해진다.

 

“이와 같은 방식이 모든 사업장에서 일반적인 원칙이 되어도 괜찮은가.”

사업 추진 과정에서 극히 일부의 지분을 증여받아 토지등소유자가 되고, 이를 토대로 주민대표회의 위원장이 되는 것이 적정하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같은 방식이 다른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에서도 반복되는 것을 허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경우 주민대표가 되기 위한 소규모 지분 증여가 여러 사업장에서 반복되더라도 주민대표제도의 취지와 대표성이 유지될 수 있는가.

이는 특정 위원장 개인의 도덕성을 판단하려는 질문이 아니다.

하나의 행위를 모두가 똑같이 했을 때에도 그 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5. 한국도시정비신문, LH에 9개 항 공개질의

본지는 증산4 주민대표회의 위원장 자격 논란과 관련해 LH에 다음 사항을 공개 질의한다.

 

첫째, 증산4 주민대표회의 위원장의 자격을 적정하다고 판단한 구체적인 법적·행정적 근거는 무엇인가.

둘째, 해당 위원장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대지지분 100분의 1의 취득 시점과 취득 형태를 LH가 확인했는가.

셋째, 사업 후보지 선정 또는 지구지정 이후 증여 등을 통해 지분을 취득한 사람도 기존 토지등소유자와 동일하게 주민대표회의 위원장 자격을 가질 수 있는가.

넷째, 주민대표회의 위원장 선임 과정에서 최소 지분, 지분 취득 시점, 거주 여부 또는 실질적인 이해관계를 판단하는 별도의 기준이 있는가.

다섯째, 주민대표의 지분 취득이 대표자 자격 취득을 목적으로 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거나 검증하는 절차가 있는가.

여섯째, 주민들이 주민대표의 자격이나 대표성에 문제를 제기할 경우 LH 또는 관련 기관이 이를 재검증하는 절차가 있는가.

일곱째, 증산4구역에서 적용한 주민대표 자격 판단 기준을 다른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는가.

여덟째, 법률상 자격요건과 별도로 주민대표에게 요구되는 대표성·이해충돌 방지·윤리성 등에 관한 내부 기준이나 지침이 있는가. 있다면 공개할 수 있는가.

아홉째, 사업 추진 과정에서 극히 일부 지분을 증여받아 토지등소유자 자격을 취득한 사람이 주민대표회의 위원장이 되는 방식이 전국의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에서 반복되더라도 주민대표제도의 취지와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가.

 

6. 이 기사의 질문은 ‘누가 옳은가’가 아니다

 

증산4 주민대표회의를 둘러싼 갈등이 깊어질수록 주민들은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사실을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이번 보도의 목적은 위원장을 공격하거나 반대 주민의 주장을 대신하는 데 있지 않다.

 

주장에는 근거를 묻고, 근거에는 자료를 묻고, 결정에는 기준과 책임을 묻는 것이다.

LH가 법률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그 판단의 근거를 공개하면 된다.

반대로 현행 제도가 극소 지분의 취득 시기와 주민대표의 실질적 대표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못하는 구조라면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다.

법은 최소한의 자격을 정한다.

그러나 공공사업에서 주민대표제도가 신뢰받으려면 또 하나의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적법한가.” 그리고 그다음이다.

 

“그 기준을 누구에게나 적용해도 괜찮은가.”

한국도시정비신문은 LH의 공식 답변을 받아 주민 측 주장과 대조하고 관련 법령 및 주민대표회의 운영기준을 추가 검증해 후속 보도할 예정이다.

최종엽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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