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편지

[이철규 칼럼]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이철규 본지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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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신영균의 삶에서 다시 묻는 소유와 비움
이철규 한국도시정비신문 기획위원 

배우는 수많은 사람의 삶을 산다.

스크린에서는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울고 웃지만, 막이 내리면 다시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다.

인생도 이와 같다. 직함도 명예도 재산도 언젠가는 내려놓아야 한다. 그렇다면 마지막에 한 인간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배우 신영균의 삶은 이 오래된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 영화의 황금기를 살아온 그는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명성과 부를 얻었다. 그러나 눈여겨볼 대목은 얼마나 많이 얻었느냐보다 그것을 어떻게 사용했는가에 있다.

 

화려한 세계 속에서도 자신을 다스렸고, 평생 일구어 온 재산의 상당 부분을 영화와 교육, 사회를 위해 내놓았다. 여기서 고대 그리스 철학의 오래된 질문과 만난다.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단순한 쾌락이나 소유의 크기로 보지 않았다. 인간이 자신의 삶에서 덕을 실천하며 잘 살아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신영균의 삶에서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부의 가치는 얼마나 가졌는가에 있는가, 아니면 그것을 어떻게 사용했는가에 있는가.

그리고 삶의 끝자락에서 질문은 더욱 단순해진다. “내 관 속에는 성경책 하나만 넣어 달라.”

많은 것을 이루고 소유했던 사람이 마지막에는 재산도 훈장도 영화도 아니었다.

성경 한 권이었다.

 

철학과 신앙은 서로 다르지만 우리에게 오래된 질문을 남긴다. 인간은 무엇으로 자신의 삶을 완성하는가. 신영균의 삶에서 읽히는 것도 거창한 철학보다 단순한 세 가지인지 모른다.

자신을 다스리는 절제.
이룬 것을 나누는 마음.
떠날 때 내려놓을 줄 아는 비움.

배우는 영화가 끝나면 가면을 벗는다.

 

우리도 언젠가는 삶이라는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

그때 중요한 것은 얼마나 화려한 배역을 맡았는가,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가 아닐 것이다.

어떻게 살았고, 무엇을 나누었으며, 무엇을 남기고 떠났는가.

한 노배우의 삶을 바라보며 결국 우리 자신의 삶을 묻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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