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 제4부] 공공의 이름으로 반복되는 갈등,
공공주택 공급의 새로운 실험?
그러나 현장은 흔들리고 있다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은 주택 공급 확대와 사업 기간 단축이라는 시대적 요구 속에서 탄생했다.
복잡한 이해관계로 수십 년씩 표류하던 정비사업을 공공이 주도하여 신속하게 추진하고, 도심 내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실제로 사업 추진 속도와 행정 효율성 측면에서 기존 민간 재개발이 안고 있던 한계를 상당 부분 보완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그러나 사업 현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주민 간 갈등의 심화, √대표성 논란, √보상 형평성 문제, √원주민 재정착 실패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사업의 본래 취지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사업 자체가 아니라 제도 설계의 빈틈에 있다.
왜 갈등은 반복되는가?
이 갈등은 단순 돈의 문제가 아니다.
주민들은 자신이 살아온 터전이 어떻게 평가받는지, 사업 이후에도 계속 그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지에 더 큰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현행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은 공공의 신속한 사업 추진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다양한 자산 유형과 생활 형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빌라, 단독주택, 상가 등 서로 다른 자산이 하나의 사업구역 안에서 각기 다른 평가 체계에 따라 보상되면서 주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갈등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누군가는 자신의 재산이 과소평가되었다고 느끼고, 또 다른 누군가는 상대방이 지나친 혜택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웃은 협력의 대상이 아니라 경쟁의 대상으로 변하게 된다.
대표성의 심각성, 누가 주민을 대변하는가
현 제도는 소유권 여부를 중심으로 권리를 인정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수십 년 동안 지역을 지켜온 원주민과 단기간에 유입된 이해관계자가 동일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문제는 특정 개인이 아니라 대표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데 있다.
√실거주 여부, √거주 기간, √지역사회 기여도 √책임감 등은 사실상 고려되지 않는다.
그 결과 사업 참여의 주민이 아닌 집행부 당사자의 이해관계자에 따라 사업결과가 반영되는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공공사업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사업 속도만큼이나 대표성의 정당성이 중요하다.
원주민 재정착 문제는?
사업의 성공 여부의 기준은 공급 물량만이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지역에서 살아온 주민들이 사업 이후에도 지역 공동체 안에서 삶을 이어갈 수 있는가에 있다. 현재 상당수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은 보상금 규모보다 재정착 가능성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영세 상가 소유자, 고령 원주민, 장기 거주 실수요자들은 사업 이후 주거비 상승과 자격 기준 문제로 인해 기존 생활권에서 밀려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공공주택 사업이 진정한 공공성을 갖기 위해서는 원주민의 재정착을 핵심 가치로 삼아야 한다. 주민이 사라진 공공개발은 성공한 사업이라 보기 어렵다.
제도 개선 방향
전문가들은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첫째, 주민대표성 검증 제도 도입이다.
실거주 여부, 거주 기간, 소유 기간 등을 일정 부분 반영하여 사업의 실질적 이해관계자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원주민 재정착권 강화다.
장기 거주자와 영세 상인을 대상으로 한 우선 공급 제도와 재정착 지원 정책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셋째, 자산 유형별 평가 불균형 보완이다.
빌라, 단독주택, 상가 등 자산 특성에 따른 평가 차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넷째, 공공의 설명 책임 강화다.
사업 과정과 평가 기준, 입주권 산정 기준 등을 주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갈등의 상당수는 정보 부족에서 발생한다.
[언론의 시각]
좋은 제도는 완벽해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스스로를 수정하고 보완할 때 비로소 좋은 제도가 된다.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주택 공급 확대라는 시대적 과제는 중요하다. 그러나 공급의 속도만 강조한 나머지 그 공간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
공공은 공동체를 설계하는 주체여야 한다.
√사람을 탓하기보다 제도의 빈틈을 바라보는 시선,
√갈등을 조장하기보다
√해법을 모색하는 논의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유다.
사업의 성공은 속도보다 주민들의 재정착을 통해 웃으며 살아가는 날 완성된다. 이것이 공공의 역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