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재개발의 만연된 갈등, 본질을 직시하고 공적 해법으로 풀어야

최종엽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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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소유주는 종종 수익 구조의 부속물로 전락 고객과 책임은 사라지고 탐욕만 남는 순간 갈등은 필연 참여업체는 자본과 전문성을 앞세워 지배자의 위치에 서려해

재개발 현장에서 반복되는 갈등은 더 이상 개별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특정 지역이나 조합의 일탈을 넘어, 우리 사회가 재개발을 어떤 가치와 시선으로 다루어 왔는지를 되묻는 구조적 위기다. 갈등의 본질은 이해관계의 충돌이 아니라, 사람과 공동체를 바라보는 인식의 붕괴에 있다.

 

재개발은 원래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공동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공공적 사업이다. 그러나 현실의 현장에서는 거대 자본과 속도 논리가 인간의 삶을 압도하고, 토지소유주는 종종 수익 구조의 부속물로 전락한다. 사람은 사라지고 탐욕만 남는 순간 갈등은 필연이 된다.

 

조합은 다수의 동의를 근거로 스스로를 절대적 주체로 오인하기 쉽고, 시행사와 시공사는 자본과 전문성을 앞세워 지배자의 위치에 서려 한다. 토지소유주 역시 분노와 불신 속에서 공동의 해법보다 개별 생존에 몰두하게 된다. 이 모든 현상은 재개발을 공동의 문장이 아니라, 서로를 지우는 낱말 싸움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 책임을 현장 당사자들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국회와 정부, 지자체의 역할 부재 역시 갈등을 증폭시킨 주요 원인이다. 국회는 재개발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권한 남용, 정보 비대칭, 갈등 조정 실패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갈등 관리와 중재가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입법적 보완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또한 인허가 기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재개발은 본질적으로 공공성이 강한 사업이며, 행정은 중립적 방관자가 아니라 공익의 최종 책임자다. 갈등이 폭발한 뒤 사후 대응에 나설 것이 아니라, 사전에 조정하고 관리하는 적극적 갈등 관리 행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해법은 명확하다.
첫째, 조합은 수익의 극대화 이전에 공공성과 책임을 자각해야 한다.
둘째, 업체는 기술과 자본의 우월성을 윤리적 책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토지소유주는 권리를 주장하되 공동의 질서 속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넷째, 국회는 갈등을 구조적으로 완화할 제도를 마련해야 하며,
다섯째, 정부와 지자체는 조정자이자 보호자로서 적극 개입해야 한다.

 

재개발은 서로를 밀어내는 경쟁의 장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가 조율되어야 할 사회적 과정이다. 각자의 권리와 역할이 존중될 때, 재개발은 갈등의 현장이 아니라 공동체를 갱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사람 역시 사람이다.

이 단순한 진실을 회복하지 못한 재개발은 성공할 수 없다. 이제는 갈등을 키우는 구조를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제도와 행정, 그리고 현장의 태도를 함께 바로 세워야 할 때다. 이것이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을 넘어, 우리 사회가 선택해야 할 책임 있는 길이다.

최종엽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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