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검증] 8년 준비한 가로주택사업, 핵심부지 35%가 갈라졌다
[한국도시정비신문=최종엽 기자] 8년간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준비해 온 경기 안양의 한 사업장에서 전체 사업부지의 3분의 1을 넘는 대형 토지가 공매로 민간사업자에게 넘어가면서 기존 사업의 향방을 둘러싼 중대한 선택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기자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사업부지는 2,537.6평이다. 이 가운데 구 농협부지는 896.9평으로 35.3%를 차지한다. 해당 부지는 공매를 통해 민간업체 개성개발이 낙찰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 농협부지를 제외하면 기존 사업에 남는 면적은 1,640.7평이다. 조합 측은 핵심부지가 별도로 개발될 경우 기존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사업성이 크게 낮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부터는 주장이 아니라 검증의 영역이다.
정말 896.9평이 빠지면 사업은 어려워지는가
우선 확인해야 할 것은 구 농협부지가 제외될 경우 기존 사업에 실제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다. 전체 부지의 상당 부분이 빠진다는 사실만으로 사업의 가능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 사업구역의 형상과 도로조건, 토지등소유자 현황, 동의율, 건축계획, 용적률과 세대수 등 여러 조건을 함께 살펴야 한다.따라서 필요한 것은 주장보다 객관적인 사업성 비교다.
구 농협부지를 포함한 경우와 제외한 경우의 예상 세대수와 일반분양 물량, 총사업비, 금융비용, 사업기간, 조합원 분담금 등을 같은 기준에서 비교해야 한다. 농협부지가 빠져도 사업성이 유지된다면 조합 측의 우려는 다시 검토돼야 한다.
반대로 사업성이 크게 낮아진다는 결과가 객관적 자료로 확인된다면 이는 단순한 토지소유권 변동을 넘어 주민들의 재산과 장기간 추진해 온 사업에 미치는 영향까지 살펴야 할 사안이다.
'LH 청년주택 추진'도 현재 단계부터 확인해야
개성개발이 해당 부지를 활용해 LH와 청년주택 관련 사업을 추진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정확한 사업유형과 진행단계 확인이 우선이다. LH의 민간주택 매입 관련 사업은 신청부터 심사·선정·협의·약정 등 여러 절차를 거친다.
따라서 사업을 검토하는 단계인지, 신청이 접수됐는지, 심사를 거쳤는지, 실제 약정 단계에 들어갔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본지는 이에 대해 LH와 개성개발 측의 사실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기존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토지소유자의 적법한 사업을 제한할 수 있는지도 별개의 문제다.
개성개발이 적법한 공매절차를 거쳐 토지를 취득했다면 그 재산권 역시 존중돼야 한다. 반대로 기존 주민들이 장기간 추진해 온 사업에 미칠 영향 역시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느 한쪽의 권리만을 전제로 결론을 내릴 사안이 아니라는 의미다.
서로 다른 목적, 그러나 겹치는 이해관계
이번 사안의 주요 이해관계자는 조합·개성개발·LH·안양시다.
√조합은 장기간 추진해 온 사업의 지속성과 조합원의 재산가치를 지키려 한다.
√개성개발은 공매로 취득한 토지의 투자 및 사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는 관련 사업이 실제 추진되고 있다면 공공주택 공급이라는 정책목표와 사업의 안정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
√ 기존 정비사업과 새로운 개발계획이 병존할 경우 도시계획과 주거환경, 주택공급, 주민갈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행정주체다. 각자가 추구하는 목적은 다르다.
그러나 사업의 장기표류와 갈등 확대가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서는 이해관계가 만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새로운 선택지의 가능성이 생긴다.
분리개발인가, 통합개발인가
개성개발이 취득한 896.9평과 기존 사업부지를 각각 개발하는 방식이 현실적으로 유리한지, 전체 2,537.6평을 하나의 사업구조에서 검토하는 것이 더 큰 가치를 만드는지 비교할 필요가 있다.
통합개발이 반드시 정답인 것은 아니다. 개성개발의 독립사업이 경제성과 사업속도에서 유리하고 기존 조합 역시 잔여부지만으로 정상적인 사업이 가능하다면 통합의 필요성은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분리개발로 도로·건축계획 등의 제약이 커지고 양측의 사업성이 함께 낮아지는 반면, 통합할 경우 세대수·사업수익·사업기간 등에서 더 큰 편익이 발생한다면 그 차이는 새로운 협상의 자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결론을 먼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분리와 통합의 비용과 편익을 동일한 기준에서 비교하는 일이다.
뺄셈에서 곱셈으로
정비사업의 이해관계를 사칙연산에 대입하면 이번 문제의 구조가 보다 선명해진다.
뺄셈은 묻는다.
896.9평이 빠지면 무엇을 잃는가.
나눗셈은 묻는다.
각자가 자신의 몫만 지키려 할 때 어떤 갈등 비용이 발생하는가.
덧셈이 말한다.
서로의 자원과 사업기반을 합치면 어떤 새로운 선택지가 생기는가.
곱셈도 말한다.
조합의 사업기반, 개성개발의 토지, LH의 공공주택 정책수단, 안양시의 도시계획·행정조정 기능이 서로 연결될 때 각자가 따로 움직이는 것보다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는가.
아직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사업성 분석과 법률검토, 그리고 네 주체의 공식 입장이 답해야 한다.
무엇을 지키고, 어떤 가치를 만들 것인가
철학은 무엇을 지킬 것인가를 묻는다.
법은 선택의 근거와 권리·책임의 경계를 묻는다.
경제는 각 선택에 따르는 비용과 편익을 살핀다.
경영은 흩어진 자원과 이해관계를 어떻게 결합해 더 큰 가치를 만들 것인지를 고민한다.
그리고 언론은 그 판단을 뒷받침하는 근거와 자료가 무엇인지 묻는다.
구 농협부지의 기존 사업 참여 및 동의 여부, 공매와 소유권 이전 과정, 개성개발의 사업계획과 LH 관련 절차, 안양시의 인허가 현황 등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분리와 통합 가운데 어느 선택이 더 큰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만드는지를 검증할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조합에는 주민의 재산을 지키면서 협력할 수 있는 지점이 무엇인지 묻고, 개성개발에는 정당한 사업이익을 확보하면서 기존 사업과 함께할 여지가 있는지 묻는다.
LH에는 공공주택이라는 정책목표와 기존 주민의 정비사업이 함께 갈 수 있는 길이 있는지를 묻고, 안양시에는 두 사업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도시 전체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행정적 선택지가 있는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네 주체의 이해가 만나는 지점이 확인된다면 그 선택지를 독자에게 공개하고 서로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공론의 장도 모색할 계획이다.
본지가 지향하는 것은 어느 한쪽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으며 윈윈전략을 생각한다.
주민은 장기간 준비해 온 사업의 가치를 지키고, 민간사업자는 정당한 사업이익을 얻으며, LH는 공공의 목적을 실현하고, 안양시는 더 나은 도시를 만드는 것.
각자의 권리를 존중하면서 협력을 통해 전체의 가치를 키워 지금보다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지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그 가능성이 없다면 그 사실 역시 있는 그대로 보도할 것이다.
그러나 가능성이 있다면 갈등 때문에 그 가치가 사라지지 않도록 선택지를 찾아 보여주는 것 역시 공익언론이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주장에는 근거를 묻고, 근거에는 반례를 묻는다. 그리고 반례를 견딘 사실 위에서 더 나은 선택지를 찾는다.
뺄셈으로 시작된 896.9평의 문제가 덧셈을 지나 곱셈의 가치로 이어질 수 있을지 한국도시정비신문은 그 과정을 계속 검증해 나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