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엽의 정책 비평] 앞문 낮춘 재개발 70%, 뒷문에서 터진 ‘갈등의 뇌관’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을 75%에서 70%로 전격 완화한 지 어느덧 2년이 흘렀다. ‘마의 5%’ 문턱을 낮춰 도심 주택 공급의 시계를 앞당기겠다는 정책적 기대는 뜨거웠다.
실제로 법 개정 직후, 동의율 70% 언저리에서 발이 묶여 있던 노후 빌라촌들이 잇따라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내며 축배를 들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2026년 현재, 현장이 받아 든 성적표는 냉혹하다. 앞문을 5%포인트 낮춰 서둘러 밀어 넣었더니, 굳게 닫혀버린 뒷문 앞에서 사상 초유의 병목과 갈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입구의 속도, 출구의 지옥: ‘갈등의 이연(移延)’이 현실화되다
아픈 대목은 우려했던 ‘갈등의 이연’이 고스란히 입증되었다는 사실이다. 완화된 기준을 발판 삼아 턱걸이 인가를 따낸 사업장들이 시공사 선정과 건축심의를 거쳐 사업시행인가 단계에 진입하자, 설립 당시 배제되었던 30%의 반대 주민들이 조직적인 비대위로 결집했다.
총회가 열릴 때마다 조합설립 무효 확인 소송, 임원 해임 결의, 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빗발쳤다. 조합설립을 1년 앞당겼다는 안도감은 잠시였을 뿐, 후속 인허가 단계에서 2~3년씩 발목을 잡히며 공사비 급등과 금융비용 누적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상가·단독주택의 ‘구역 제척’ 법정 공방
상가와 대토지주들의 ‘구역 제척’ 갈등 또한 걷잡을 수 없는 법정 공방으로 비화했다. 매달 안정적인 월세 수익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대로변 상가와 다가구주택 소유주들에게, 기약 없는 먼 미래의 아파트 입주권은 대안이 될 수 없었다. 이들은 “우리 땅을 정비구역에서 제외하라”며 집단 행정소송에 돌입했다.
실제로 법원이 상가 소유주의 손을 들어주며 핵심 도로변이 통째로 잘려 나간 구역들이 속출했다. 그 결과 정비구역은 기형적인 형태로 변질되었고, 이미 완료했던 건축설계와 교통영향평가를 원점에서 다시 수립하느라 수백억 원대의 사업비 손실이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으로 고스란히 얹어졌다.
숫자의 딜레마: ‘면적 50%’에 가로막힌 공회전과 공동체 파괴
주민 수(70%)는 채웠으나 ‘토지면적 50%’ 요건을 채우지 못한 구역들의 분열도 한계에 다다랐다. 법안이 토지면적 요건을 유지한 탓에, 소수의 대형 단독주택 소유자나 종중 토지주가 버티는 구역은 2년째 조합설립 인가 신청조차 못 한 채 표류 중이다.
수백 명의 소액 빌라 지분자와 소수의 대토지주 간의 감정싸움은 법정 다툼을 넘어 물리적 대치로 격화되었고, 동네 공동체는 회복 불능 수준으로 두 동강 났다.
다수결 밀어붙이기의 종말: 퇴로 없는 속도전은 감옥이다
결국 ‘동의율 70% 시대’의 2년은, 정교한 퇴로 없는 다수결 밀어붙이기가 주택 공급의 해법이 될 수 없음을 명백히 증명했다. 30%의 정당한 사유재산권과 상가 영업권에 대한 실질적 보상 방안, 그리고 대토지주를 설득할 현실적 유인책 없이 단순히 동의율 수치만 깎아내린 결과는 ‘출구 없는 소송 지옥’이었다.
앞문만 넓히고 뒷문을 걸어 잠근 방은 탈출구가 될 수 없다. 그것은 결국 추진위도, 조합원도, 반대 주민도 모두가 함께 갇혀버린 또 다른 감옥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