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

[갈등경제학 ④] 왜 갈등이 터진 뒤에야 고민하는가

최종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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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에는 흐름이 있다… 작은 의견 차이가 불신과 대립으로 번져 갈등의 진원지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 ‘누가’에서 ‘무엇’으로 질문 바꿔야 갈등이 사람을 향하면 대립, 문제를 향하면 발전의 동력

[한국도시정비신문 =최종엽기자] 갈등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 작은 관계에서 조직과 공동체, 정치·사회적 대립, 국가 간 외교문제에 이르기까지 갈등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한 피하기 어려운 숙명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오랫동안 갈등을 없애거나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다른 질문을 던져보자.

 

갈등에는 에너지가 존재한다. 

서로의 생각이 부딪힌다는 것은 각자의 이해와 요구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 에너지가 상대를 향하면 대립과 파괴가 되지만, 문제를 향하면 변화와 발전의 힘이 될 수 있다. 갈등에도 흐름이 있다

 

기상청은 비가 내린 뒤에야 하늘을 보지 않는다. 기압과 바람, 구름의 움직임을 관측하고 태풍이 어디에서 만들어져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살피며 위험이 예상되면 미리 알린다. 그런데 우리는 갈등이 터진 뒤에야 고민한다. 

 

기자가 재개발 취재 현장에서 본 갈등의 시작은 대부분 작은 의견 차이였다. 질문에 충분한 답을 얻지 못하면 의심이 생긴다. 여기에 감정이 쌓이면 불신으로 번지고, 어느 순간 사람들은 찬성과 반대로 갈린다.

 

이때부터 문제보다 사람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같은 말도 친소관계에 따라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진다. 신뢰가 흔들리면 협력은 어려워진다. 참여가 줄고 동의를 얻기도 힘들어진다. 사업에 영향을 미치면 시간은 길어지고 비용도 따라온다. 

 

갈등에는 기상도 처럼 진원지와 방향, 속도와 흐름​이 있다.

갈등이 폭발한 뒤 책임을 따지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갈등의 출발점은 어디에있고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갈등이 커지면 원인을 사람에게서 찾기 쉽다. “저 사람 때문에 안 된다.” 상대를 문제의 원인으로 규정하는 순간 해결은 더 어려워진다. 질문을 바꿔야 한다. 

 

누가 문제인가가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가. 정보공개가 문제라면 자료를 공개하고 사실을 검증하면 된다. 절차에 대한 이견이 있다면 법과 규정에 따라 확인하면 된다. 공사비가 의심스럽다면 함께 들여다보면 된다. 여기에 감정을 앞세울 이유는 없다.

 

주장이 사실이라면 받아드려 고치고, 사실이 아니라면 근거로 설명하면 된다. 그 순간 갈등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 서로를 향하던 에너지가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힘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반대하는 사람을 반드시 방해자로 볼 이유도 없다.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위험을 먼저 발견했을 수도 있다. 물론 모든 반대가 옳다는 뜻은 아니다.

 

주장은 검증하되 의견 차이에서 생긴 에너지는 버리지 않는 것.

갈등을 발전의 힘으로 바꿀수는 없을까?  갈등의 반대말은 협력이다, 갈등의 목표를 단순히 ‘싸우지 않는 상태’에 두어서는 부족하다. 생각과 이해가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한 의견 차이는 계속된다. 중요한 것은 갈등이 생겼을 때 다시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이다.

 

찬성과 반대 주민이 서로를 적으로 바라보는 대신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를 바라본다면 대립의 구조는 달라질 수 있다. 갈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갈등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갈등을 제대로 다루면 숨어 있던 문제가 드러나고, 잘못된 결정은 바로잡히며 더 나은 대안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갈등에는 위험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안에는 공동체를 변화시킬 에너지도 있다. 그 에너지가 사람을 향하면 대립이 되고, 문제를 향하면 발전의 동력이 된다. 그래서 갈등의 진원지를 찾아야 한다. 그곳에서 질문을 듣고 사실을 확인하며 서로를 향하던 힘을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돌려야 한다.

 

갈등의 반대말은 무갈등이 아니다. 협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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