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엽의 갈등경제학 제3편] 갈등은 어떻게 돈을 태우는가?

중동의 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남과 북의 대치에서 정치갈등, 노사 문제, 재개발 현장과 개인의 다툼에 이르기까지 갈등은 인류의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갈등의 규모와 원인은 다르나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상대의 소리에 귀를 기우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케스트라의 연주회가 있었다.
지휘자는 거장이었고 연주자들은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이었다. 악기와 악보도 완벽했다. 그러나 연주가 끝난 공연장은
가라앉아 있었다. 관객들은 기대했던 울림을 얻지 못한 채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누군가는 지휘자를, 누군가는 연주자를, 또 다른 이는 선곡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때 한 원로 음악가가 말했다. “진단이 틀렸습니다. 모두가 자기 연주에 몰두한 나머지 서로의 소리를 듣지 않았습니다.”
갈등을 어떻게 관리 하느냐 에 따라 기회가 되기도 하고 전쟁터로 변하기도
오케스트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로의 소리를 듣지 않는 순간 화음은 실종되고 상대의 목소리를 외면할 때 균열이 시작된다. 생각과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길목에서 갈등은 피하기 어렵다. 문제는 갈등 자체가 아니라 그 갈등을 어떻게 관리 하느냐 에 따라 기회가 되기도 하고 전쟁터로 변하기도 한다.
갈등이 깊어지면 조직은 피로해지고 의사 결정은 늦어진다. 지연된 시간은 결국 비용이 된다.
그 시작은 의외로 소소하다. 질문을 회피하면 의도를 의심한다. 답이 없으면 추측이 생기고, 추측은 오해를, 오해는 불신을 낳는다. 작은 질문 하나를 외면한 대가가 조직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갈등은 어떻게 경제가 되는가
갈등으로 의사 결정이 늦어지면 사업이 정체되고 이는 인건비와 금융비용, 행정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또한 공사비가 증가 되고 법률비용과 매몰비용까지 발생한다. 보이지 않는 비용도 있다. 서로 믿지 못하면 확인과 감시에 더 많은 시간과 돈이 들고, 이미 결정한 일도 반복해서 검증하는 과정에서 비용은 추가된다.
신뢰가 사라지면 갈등이 채워지고 갈등에는 비용이 발생한다.
갈등은 작은 감정에서 시작되지만 그 결과는 손질로 돌아온다.
바로 이 순간 갈등은 경제가 된다.갈등경제학은 여기서 출발한다.
누가 옳고 그른가를 넘어 갈등이 왜 발생하고, 어떤 비용을 만들며, 그 비용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서로다른 목소리를 화음으로
신뢰와 존중, 질문과 답변은 단순한 미덕이 아닌 공동체가 가진 사회적 자산이다.
오케스트라의 목적은 자신의 소리를 키우는데 있지 않다. 서로의 소리를 듣고 조율하여 하나의 화음을 만드는 데 있다.
조직, 공동체도 이와 같다. 갈등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조율하고 관리하는 것, 이때 갈등으로 사라지는 비용을 신뢰와 협력의 가치로 관계를 경제의 관점으로 돌리려는 노력를 나는 ‘갈등경제학’이라 명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