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

[탐사기획] 2026년 개정 지역주택조합법의 그늘… ‘80% 룰’이 부른 변칙 계약과 법적 분쟁 리스크

최종엽 대표기자
입력
매도청구 완화가 부른 역설… ‘외상 계약’·‘고가 이면약정’ 현장 혼선 대법원 “총회 결의 없는 채무부담은 무효”… 향후 조합-토지주 간 대규모 소송 뇌관 우려 알박기 차단 취지 살리되, 선량한 지주 재산권 보호와 조합원 분담금 폭탄 막을 행정 실사 시급

[한국도시정비신문 = 최종엽기자] 2026년 8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9월 8일 공포된 개정 주택법은 지역주택조합(이하 ‘지주택’) 사업의 최대 난제였던 사업 지연과 알박기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출범했다. 

 

사업계획승인 단계의 매도청구 요건을 종전 ‘대지 95% 이상 소유권 확보’에서 ‘80% 이상’으로 대폭 낮추고, 반대로 조합원 모집신고 단계는 ‘소유권 또는 매매계약서 80% 이상 확보’로 허들을 상향한 것이 뼈대다.

 

그러나 법 개정 취지와 달리, 일선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초기 ‘80% 요건’을 맞추기 위한 추진위원회와 업무대행사의 무리한 계약 행태가 속출하면서 심각한 법적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일부 지주에게 시세를 상회하는 보상가를 약속하는 변칙 수단과 계약금을 유예하는 조건부 계약이 난무하고 있어, 향후 신설 조합 출범 시 계약 승계 거부와 소송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1. 모집 요건 맞추기 급급… ‘외상 계약’에 묶이는 사유재산권

 

개정 주택법상 최초 조합원 모집신고를 위해선 부지 80% 이상의 소유권이나 매매계약서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초기 자금력이 취약한 비법인사단 형태의 추진위원회가 수백억 원대에 달하는 계약금을 일시에 조달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

 

이로 인해 다수 사업장에서는 매매대금의 10%에 해당하는 정식 계약금 대신 1~2% 수준의 계약금 일부만 우선 지급하고, “나머지 계약금과 잔금은 조합원 모집 완료 및 금융기관 브릿지 대출 실행 시 지급한다”는 식의 조건부 매매계약(일명 외상 계약) 체결을 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계약에 날인한 토지주들이 사업 표류 시 극심한 재산권 동결 피해를 입는다는 점이다. 확정 기한 없이 사업 인허가나 자금 조달을 잔금 지급 조건으로 걸어둘 경우, 지주는 소액의 계약금만 쥔 채 수년간 제3자 매각이나 담보 대출 등 정상적인 재산권 행사를 제한받게 된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계약서 내에 ‘정해진 기한까지 잔금 미지급 시 별도의 최고 없이 계약은 자동 무효가 되고 기지급금은 위약벌로 귀속된다’는 식의 명시적 자동 실효 특약이 부재하다면, 지주가 일방적으로 해제하기 어려워 장기 송사에 휘말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2. ‘특혜성 고가 이면계약’의 덫… 판례로 본 ‘승계 불가’ 리스크

 

더 심각한 뇌관은 초기 동의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해 동원되는 ‘지주별 차등 보상’과 ‘비공개 고가 약정(업계약)’이다. 

사업지 내 핵심 입지나 대규모 면적을 보유한 일부 지주의 동의를 얻기 위해 시세를 크게 웃도는 보상가를 구두로 약속하거나 이면합의서를 작성해 주는 변칙적 수단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약정은 향후 인가를 받아 공식 성립하는 ‘정식 주택조합’ 단계에서 정면충돌을 피할 수 없다.

 

실제 확립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4다233480, 2019다222972 등)는 일관되게 추진위원회 단계의 독단적 채무부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법원은 비법인사단인 추진위원회가 체결한 계약이라 하더라도, 신설 조합의 규약상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과도한 채무부담 행위는 조합에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거나 무효라고 판단해 왔다.

 

결국 정식 조합이 출범한 후 “추진위와 대행사가 독단으로 맺은 배임성 초고가 계약을 조합 총회가 추인할 수 없다”며 계약 승계를 거부할 경우, 토지주는 약정된 대금을 받지 못해 매매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조합 역시 토지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전면 중단되는 파국을 맞게 된다.

 

나아가 일부 지주에게 편중된 무리한 토지 매입가는 고스란히 무주택 일반 조합원들의 수억 원대 ‘추가분담금 폭탄’으로 전가되어,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제도 본래의 취지마저 훼손하게 된다.

 

3. 매도청구 요건 80% 완화의 역설… 잔여 20%의 ‘협상권 증발’

 

사업계획승인 단계에서 매도청구 기준이 95%에서 80%로 낮아진 점 역시 양날의 검이다.

조합 입장에서는 소수의 악의적 알박기를 차단하고 인허가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강력한 무기지만, 반대로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원주민에게는 방어권이 대폭 축소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과거에는 10~15%의 지주들이 연대해 합리적인 보상가 협상을 진행할 수 있었으나, 80% 기준 하에서는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정상적 지주마저 ‘알박기 세력’으로 분류되어 법원 감정평가액 수준으로 토지를 강제 수용당할 위험에 노출된다.

 

민간 지주택 사업에 대한 토지 매매나 매도청구는 조세특례제한법상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온전히 적용받기 어렵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위험 요소다. 사전 세무 검토 없이 서둘러 계약을 맺거나 잔금 청산 전에 등기를 넘겨줄 경우 세무상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대응 제언] 실효 특약 명문화와 행정 관청의 계약 실사 시급

 

전문가들은 법 개정 과도기 속에서 토지주와 조합원 모두가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제도적 안전장치와 자구책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토지주 입장에서는 추진위나 대행사의 구두 약속이나 분리된 이면계약서에 의존하지 말고, 본 계약서 내에 ▲명확한 잔금 지급 기일 설정 ▲미지급 시 자동 해제 및 계약금 몰취 특약 ▲신설 조합의 총회 추인 의무화 조항을 반드시 단일 문서로 명시해야 한다. 

 

또한 잔금이 완납되기 전 소유권 이전등기나 신탁등기를 선이행하는 것은 물권 상실의 위험이 극히 크므로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  동시에 관할 인허가 관청의 실효성 있는 관리·감독도 요구된다. 

 

지자체 주택과는 모집신고 수리 단계에서 추진위가 제출한 ‘80% 토지 매매계약서’가 실질적인 계약금 수수가 이뤄진 진정한 계약인지, 실현 불가능한 이면합의나 외상 계약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은지 면밀한 전수 실사를 진행해야 한다. 초기 토지 계약의 진정성을 확보하는 것만이 향후 발생할 대규모 소송 사태와 조합원-토지주 간의 사회적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는 유일한 해법이다.

 

[공익 보도 알림]

 

본 기획 기사는 2026년 9월 공포된 개정 주택법의 주요 변경 사항과 정비사업 현장의 구조적 법적 쟁점을 분석함으로써, 선량한 무주택 조합원의 분담금 피해 예방과 토지소유자의 정당한 사유재산권 보호라는 공공의 이익(형법 제310조)을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추진위원회나 특정 구역을 비방하거나 사업을 방해할 목적이 없음을 밝힙니다.

최종엽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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