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편지] 폴란드 여군이 부르는 ‘전우야 잘 자라’

지인이 보내온 한 편의 영상이 제 마음을 깊이 흔들었습니다. 머나먼 이국, 폴란드의 여군이 또렷한 한국어로 부르는 비장한 진군가 때문이었죠. 단정히 군복을 차려입은 그녀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가락은 물리적 거리는 물론 시간의 장벽까지 허물며, 제 안의 감정을 강렬하게 자극했습니다.
저는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뭉클’이란 감정은 무엇일까? 잿더미를 딛고 일어선 대한민국의 위상에 대한 자긍일까? 아니면 피지도 못한 젊음을 조국에 바치고 산화한 이들에 대한 절절한 동정일까? 조용히 노랫말을 곱씹어 보았습니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원한이야 피에 맺힌 적군을 무찌르고서 꽃잎처럼 떨어져 간 전우야 잘 자라.”
이토록 비장하고 처절한 가사는 시대를 초월한 전쟁의 비극성을 웅변합니다. 꽃잎처럼 스러져간 수많은 생명,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었던 자유와 평화의 숭고한 가치
... 이는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폴란드가 걸어온 고난의 역사 속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인류 보편의 아픔과 희생에 대한 절규이자 고백이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폴란드 여군의 노래는 국경과 이념을 초월해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전쟁의 상흔과 평화를 향한 염원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청아한 목소리가 내뿜는 힘은 문화적 차이와 역사적 배경을 걷어내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깊은 공명이었습니다. 그 진군가는 상실과 고통 속에서도 굳건히 지켜내야 할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뜨거운 외침이었습니다.
결국, 제 ‘뭉클함’은 단지 대한민국의 현재 위상에 대한 자긍심만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타인의 눈으로 바라본 우리의 아픈 역사가 품고 있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경외감, 그리고 물리적 거리를 넘어선 공감과 인류적 연대의 발견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순간, 마주한 이 경이로운 장면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의 무게와 인류가 추구해야 할 평화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가슴으로 되새기게 하는 인문학적 물음이자, 깊은 성찰의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