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철학의 산책] 갈등 시대, 인간의 존엄을 묻다

최종엽 기자
입력
우리에게 철학이 필요한 이유는

인간의 기술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삶은 풍요로워졌다.

그러면 인간도 그만큼 성숙해졌는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은 여전하다. 생각이 다르고, 이해가 다르고, 원하는 것이 다르다.

어쩌면 오늘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더 많은 지식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인간이 공존하는 지혜인지도 모른다.

여기에서 인문학의 질문이 시작된다.

 

나는 옳은가.
그렇다면 상대는 틀린 것인가.
나의 이익은 어디까지 정당한가.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공존할 수 있는가.

인문학은 답을 서둘러 내놓기보다 인간에게 다시 질문하게 한다.

 

역사를 돌아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무엇을 남겼는지를 살피는 것은

물질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다.

인문학이 말하는 공존은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는 세상이 아니다.

 

사람은 서로 다르다.

욕망도 다르고 경험도 다르며 이해관계 또한 다르다.

함께 살아가는 한 갈등은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평화란 무엇인가.

평화는 갈등 없는 상태가 아니라,

갈등 가운데 서로의 존엄을 지켜내는 질서라 생각한다.

 

나의 권리가 중요한 만큼 타인의 권리를 인정하고,

나의 이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공동체를 생각하는 것.

공존은 그 경계에서 시작된다.

인문학은 각자가 가진 그 힘이 어디에서 멈춰야 하는가를 묻는다.

무엇을 더 가질 것인가보다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를 묻는다.

 

결국 질문은 우리 모두를 향한다.

우리는 얼마나 발전했는가.

그리고 그 발전 속에서

인간은 얼마나 성숙했는가.

어쩌면 그 질문은 갈등의 시대에 인문학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오래된 숙제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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