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해설] 도심복합개발, 누가 사업을 결정하고 누가 용역을 수행하나
[한국도시정비신문=최종엽 기자] 도심복합개발사업에는 토지등소유자부터 사업시행자, 시공자, 설계자,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한다. 사업 초기에는 사업기획과 자금조달 등을 지원하는 PM도 등장한다.

그러나 사업에 참여한다고 모두 같은 법적 지위를 갖는 것은 아니다.
현행 「도심 복합개발 지원에 관한 법률」과 서울시 조례를 살펴보면 법에 따라 사업을 결정·시행하는 주체와 선정·계약을 통해 전문업무를 수행하는 업체는 구별된다.
특히 서울시 조례는 설계자·시공자·철거업자 및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등을 ‘용역업체’로 표현하고 이들의 ‘선정계약서’를 공개해야 할 사업관계자료로 규정하고 있다.
사업은 토지등소유자의 결정에서 출발한다
도심복합개발법 제6조는 사업의 출발점을 토지등소유자의 의사에 두고 있다. 토지등소유자는 사업을 제안하려는 구역의 토지등소유자 4분의 1 이상 및 토지면적 2분의 1 이상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받아 사업시행자가 되려는 자, 즉 ‘사업시행예정자’를 결정한다.
결정된 사업시행예정자가 시장·군수 등에게 복합개발계획의 입안을 제안한다. 따라서 사업시행예정자는 특정 업체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지위가 아니라 토지등소유자의 법정 동의절차를 통해 결정되는 지위다.
사업시행예정자와 사업시행자는 다르다, 사업시행예정자로 결정됐다고 곧바로 법률상 사업시행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법 제14조는 시·도지사 등이 법률 요건을 갖춘 토지등소유자, 신탁업자, 위탁관리 부동산투자회사 등 법에서 정한 자 가운데 사업시행자를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법적 절차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 사업시행예정자 결정 → 복합개발계획 입안 및 지구지정 절차 → 사업시행자 지정 → 사업 시행으로 이어진다.
토지등소유자는 사업시행예정자를 결정하고 전체회의를 통해 주요 사항을 의결하는 권리주체이며, 사업시행자는 법에 따라 지정돼 사업을 시행하는 법정 주체다.
토지등소유자 전원이 참여하는 ‘전체회의’
법 제16조는 토지등소유자 전원으로 구성되는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를 두고 있다. 그 임무는 ▲시공자의 선정 및 변경 ▲사업시행계획서의 작성 및 변경 ▲시행규정의 확정 및 변경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및 변경 등 법에서 정한 중요사항은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특히 최초 사업시행계획서 작성에는 토지등소유자 3분의 2 이상 및 토지면적 2분의 1 이상 토지소유자의 찬성을 요구한다. 따라서 전체회의는 단순한 의견수렴기구가 아니라 법률이 주요 사업사항에 대한 의결권을 부여한 법정 의사결정기구다. 사업시행자 역시 법이 전체회의 의결사항으로 정한 사항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운영위원회는 전체회의를 대신할 수 없다 법 시행령은 전체회의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운영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운영위원의 선출·교체·해임과 운영방법, 운영비용 조달 등은 전체회의 의결로 정한다. 따라서 운영위원회는 별도의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아니라 전체회의를 기초로 사업의 원활한 운영을 지원하는 기구로 보는 것이 법 구조에 부합한다.
서울시 조례가 말하는 ‘용역업체’
서울시 조례 제22조는 사업시행자가 토지등소유자와 이해관계인에게 공개해야 할 사업관계자료를 규정한다. 제1항 제2호는 다음과 같다.
“설계자·시공자·철거업자 및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등 용역업체의 선정계약서”
문언상 설계자·시공자·철거업자 및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등을 ‘용역업체’의 범주에서 다루고, 이들의 ‘선정계약서’를 공개대상 사업관계자료로 규정한 것이다.
왜 ‘선정계약서’가 따라 붙었나
조례 제22조는 사업관계서류의 공개와 보관에 관한 조항이다. 따라서 어떤 업체가 참여했는지만 밝히는 것이 아니라 누가 선정됐고 어떤 계약조건으로 사업에 참여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선정계약서를 공개대상 자료로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문의 배열도 주목된다.
조례22조 제1호에는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 운영규정 및 시행규정, 제2호에는 용역업체의 선정계약서를 각각 규정한다. 이는 법정 의사결정체계와 전문업체의 선정·계약관계를 구분해 살펴볼 수 있는 근거다. 다만 용역업체마다 적용 법령과 역할이 다르므로 구체적인 업무와 책임까지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
시공자도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선정된다
법 제17조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는 지구지정·고시 이후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의 의결을 거쳐 경쟁입찰 또는 법이 허용하는 경우 수의계약 방식으로 건설사업자 등을 시공자로 선정한다.
따라서 시공자는 사업의 핵심 참여자이지만 사업시행자와 법적 지위가 같지 않다.
서울시 조례 역시 시공자를 설계자·철거업자·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등과 함께 ‘용역업체’의 범주에서 다루고 그 선정계약서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용역업체의 업무는 계약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용역업체의 구체적인 업무와 책임을 판단할 때는 세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첫째, 관계 법령이 해당 업체에 요구하거나 허용하는 업무는 무엇인가.
둘째, 어떤 절차를 거쳐 선정됐는가.
셋째, 선정계약서에 업무범위·보수·권한·책임이 어떻게 정해져 있는가.
같은 종류의 업체라도 계약조건에 따라 실제 수행업무와 책임범위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계약서에 업무가 기재됐다는 이유만으로 법률이 전체회의나 사업시행자에게 직접 부여한 의결권과 법정 권한까지 당연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용역업무를 맡기는 계약과 법률상 의사결정권은 구별해야 한다.
PM은 법보다 ‘계약’을 먼저 봐야 한다
PM(Project Management)은 현행 도심복합개발법과 서울시 조례에서 전체회의나 사업시행자와 같은 독립적인 법정 사업주체로 별도 규정돼 있지 않다.
따라서 PM이라는 명칭 자체에서 법정 권한이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PM이 사업기획, 금융조달, 행정지원, 업체 간 업무조정 등을 수행할 수 있는지는 계약의 성격과 구체적인 업무범위를 살펴 판단해야 한다. √어떤 업무를 위임받았는지, √보수와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지, √책임범위는 어디까지인지가 중요하다. 아울러 계약내용이 전체회의나 사업시행자에게 법률이 직접 부여한 권한과 충돌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토지주가 확인해야 할 세 가지
도심복합개발은 토지등소유자의 재산을 기반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따라서 사업 초기부터 세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누가 법에 따라 결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가.
누가 선정·계약을 통해 전문업무를 수행하는가.
그 계약서에는 업무·비용·권한·책임이 어디까지 규정돼 있는가.
업체의 직함보다 법적 지위를 보고, 주장하는 권한보다 법률과 계약서를 확인해야 한다.
사업의 의사결정권과 용역업체의 업무범위를 구별하는 것. 그것이 토지등소유자의 재산과 권리를 지키고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하는 첫 번째 원칙이다.
최종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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