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편지

[아침편지] 말은 문장이 되고 삶은 문학이 된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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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인간은 말이 아니라 삶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아주 먼 훗날,삶 끝에 남겨진 한 사람의 뒷모습이 그가 평생 써 내려간 마지막 문장이 되는 것 아닐까.

며칠 전, 문학이라는 이름 아래 낯선 질문을 받았다.
왜 그곳에 글을 보냈느냐는 물음이었다.

황당했고, 도무지 앞뒤 문맥이 연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 내막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문학의 세계에도 결국 사람의 마음이 있고,
사람 사이에는 쉽게 메워지지 않는 감정의 골이 존재한다

문학은 펜 끝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삶으로 증명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사건이 내 맘속에  남는 여운은 항의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날 이후, 새로운 질문 하나 조용히 피어나기 시작했다.

문학은 과연 어디에서 완성되는가?

 

젊은 날의 나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었다.
늦도록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다듬으며,
더 깊은 표현과 더 고상한 비유를 찾아 헤매곤 했다.

그러나 세월은 문장보다 먼저 사람을 읽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아무리 빛나는 문장도 삶이 따라가지 못하면 힘을 잃는다.
반대로 소박하고 서툰 말씨라도 진심이 스며들면 마음을 움직인다. 

마치 나이테를 숨기지 못하는 나무처럼,

인간 또한 살아온 삶의 결을 감추지 못하는지 모른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사람의 말이나 글보다 태도를 먼저 바라보게 되었다.

자유를 말하는 사람은 정말 타인의 자유를 품고 있는가.
정의를 말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불리한 순간에도 같은 기준 위에 서 있는가.

 

어쩌면 문학은 펜 끝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삶으로 증명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매화는 향기로 피어나고,
소나무는 혹독한 한설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다.
꾸미지 않아도 본성을 잃지 않는 것들.

나는 그런 존재들을 바라보며 문학을 생각했다.

 

인간 역시 자신의 삶을 속일 수 없는지 모르겠다. 

말은 입술에서 태어나지만,
삶으로 증명되지 못한 언어는 바람처럼 흩어진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빛과 색깔을 잃지 않는 말과 태도는
품위를 넘어 결국 인격이 된다.

 

어쩌면 문학이란 잘 쓰인 문장이 아니라,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 가까이에 머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세월이 흐르면 사람들은 우리가 남긴 문장의 일부를 잊게 될 것이다.
그러나 삶으로 증명된 문장은 시간을 넘어 오래 살아남는다. 

 

결국 인간은 말이 아니라 삶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아주 먼 훗날,
삶 끝에 남겨진 한 사람의 뒷모습이
그가 평생 써 내려간 마지막 문장이 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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