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획탐사 제3부] 나그네가 쥔 금고 열쇠… 증산4구역을 가다.
소수 지분의 결집과 공공정비사업의 과제 : 시공간의 자취가 남긴 기록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은 총 3,574세대가 예정된 초대형 정비사업지다. 취재진은 이 거대한 사업의 전권을 쥔 핵심 임원진의 자격 요건을 검증하기 위해 토지 및 건물 등기부 원본을 추적하여 건물 지분율과 주거지 등을 격자형으로 대조한 결과, 이례적인 자산 이동의 자취를 발견했다.
2021년 5월 13일, 본사업지 임원 한 분이 구역 내 엘에스빌 00호의 100분의 1 지분(약 0.074평)을 기존 소유주로부터 ‘증여’받아 등기했다. 놀랍게도 다른 임원 두 분 또한 같은 달 31일, 월드씨티 000호와 한신빌라 2동 000호에 각각 100분의 1 지분(약 0.088평)을 똑같은 방법으로 증여받아 등기해 둔 상태였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이 같은 거래는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기자는 부동산 전문가 A씨에게 자문을 구했다. A씨는 “이런 일은 매우 특이한 사례로, 세 사람이 똑같은 방법으로 공유대지 극소 지분을 증여받았다는 점은 특정 목적을 지닌 기획 증여일 가능성과 통정허위표시에 의한 등기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참고: 민법제108조①상대방과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로 한다 ②전항의 의사표시의 무효는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취재진이 만난 주민 B씨는 "해당 소유주들은 구역 내에 실제 거주가 없는 위장전입 상태를 유지해 왔다"며 쓴웃을을 지었다.
한편 공공시행자인 LH는 주민대표와 일부 임원들의 자격요건에 대한 적격 심사를 행하지 않았다. 단지 형식적 요건을 충족했다는 이유만으로 '공공 사업 파트너'라는 합법적 지위를 부여한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형식적 자격 취득이라도 그 목적이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기 위한 등기라면 이는 권리 남용으로 보아 무효화한다. 결과적으로 공공기관의 방조 속에 실질적 자산 기반이 취약한 소유주들이 주민의 대표권을 행사한 셈이다.
나그네가 금고 키를 쥔 위태로운 구조
해당 자취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준엄하다. 법률가 K씨는 “법조문 자체에는 지분 크기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다.
그러나 실질적인 토지주의 지위 입증이 불가는한 극소의 대지 지분을 쪼개 증여 받은 후, 임원 역할을 맡아 주민의 재산권을 행사하는 것은 민법 제2조가 규정한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및 권리남용 금지’의 대상이 되므로 임원 자격 자체가 원천 무효가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 L씨 역시
“이 사건은 전형적이고 구조적인 위법성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질적 대금 수수 없는 가장 매매와 증여는 부동산실명법 제3조 위반(명의신탁)에 해당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실거주 없이 주소만 등록한 행위는 주민등록법 제37조 위반(위장전입)에 해당함이 명백하다는 취지다.
해당자들은 이제 답해야 한다. 왜 그토록 작은 등기 조각이 필요했는가.
취재진이 만난 사회학자 L교수는 비유를 들어 이 사태의 본질을 짚었다. L교수는 “이 사건은 나그네가 금고 키를 움켜쥐고 주인을 통제하는 격”이라며 “이러한 모순이 바로잡히지 않고 지속된다면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시에 L교수는 주민들의 자각과 책임도 무겁게 강조했다. “자기 재산은 결국 자기 스스로 지켜야 하는 법이다. 수지분석표와 감정평가의 합리성, 그리고 비례율 관계를 정밀하게 따져보면 엄청난 오류가 발견된다.
어떻게 땅 한 평 되지 않는 조각 자산을 비정상적으로 소유한 외지인에게 주민들의 엄청난 자산을 위탁할 수 있는지 아이러니하다”며, 외부의 달콤한 말에 현혹될 경우 그 결과는 원주민 전체의 분담금 폭탄으로 돌아올 것이 확실하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주민대표직 취득 후 드러난 모순적 행적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그들의 입은 언제나 주민들의 재산권 수호를 위해 밤낮없이 투쟁한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실제 행동은 철저한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입으로는 주민을 위한다고 천명하면서, 행동은 정반대의 궤적을 그리며 주민들의 의구심을 자아내는 사안들이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다.

① 공사비 제안서 누락과 쓰레기 이송설비 예산의 수수께끼
2025년 11월 29일, 복합사업참여자(시공사) 선정을 위한 전체회의 당시 주민대표회의는 확정 공사비와 관련된 시공업체의 구체적인 제안서를 누락한 채 의결을 진행했다.
그 후 주민대표회의는 단지 내 ‘음식물 쓰레기 이송설비 공사’ 예산을 150억 원으로 책정했다고 발표하면서, 당초 LH가 제시했던 332억 원의 견적을 절반 이하로 과감하게 줄였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주민은 공식 문건을 제시하며 반박했다. LH의 공모지침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 이송설비 공사비는 이미 시공사 총공사비에 기 포함되어 있다”고 전제되어 주민들이 따로 자금을 조달할 이유가 원천적으로 없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수도권의 유사 규모(3,500세대) 정상 설치 공사액은 약 60억~80억 원 수준으로 확인되었다. 이미 공사비에 포함된 시설을 두고 주민대표회의가 주장하는 150억 원과 LH가 제시했다는 332억 원이라는 거대한 숫자는 대체 어떤 근거로 산출된 것인지, LH와 주민대표회의는 이에 대해 명확히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② 운영규정 효력 전, 2억 4,800만 원 무단 인출의 실체
운영경비의 집행 절차에서도 심각한 모순이 발견된다. 증산4구역 주민대표회의의 운영규정이 주민총회에서 결의되어 공식적인 법적 효력을 발휘한 날짜는 2022년 10월 19일이다.
그러나 대표회의는 주민들의 적법한 추인이 이루어지기 무려 10개월 전인 2022년 1월부터, 급여와 상여금 명목으로 총 2억 4,800만 원을 대여금 통장에서 사전 인출하여 소비했다. 이에 더해 과거 자신들이 사적으로 차용했다고 주장하는 개인 차입금 55,584,000원 역시 총회의 승인 절차 없이 인출하여 ‘셀프 상환’을 감행했다.
주민을 위한다는 대표자가 주민의 허락도 없이 공공 통장에 손을 댄 것은 명백한 법적 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토지등소유자들의 깊은 불만이자 주장이다.

③ '용도불명 업무추진비'의 모순
대표회의는 서신 등을 통해 "정비사업 인허가와 대외 협력 업무를 위해 주말과 심야를 가리지 않고 공식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호소해 왔다.
그러나 취재진이 확보한 법인카드 영수증 일람표에 기록된 공간적 자취는 전혀 달랐다. 관할 구역이 아닌 부산 해운대 횟집, 양평 연꽃박물관, 포천 아트밸리, 경기 광주 등 외지 관광지에서 지출된 내역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더욱이 심야 시간대의 주점 출입과 대형마트에서의 사적 식품 구입 비용 등을 공금으로 충당한 뒤, 장부에는 이를 일괄 ‘용도불명’으로 기록해 두었다. 이는 주민들의 자산을 개인적 여가와 유흥비로 전용한 비정상적 지출이라는 주민들의 의미 있는 불만이 제기되는 이유다.
[취재 방향] 사람이 아닌 문제를 직시하며, 약자 보호를
모든 사건과 사고의 진실은 인과율과 내적 동기, 그리고 행위와 절차의 자취 속에 숨어 있습니다.
2021년 5월, 사업구역 내 위치한 빌라 및 다가구 주택을 대상으로 3인이 각각 0.074평에서 0.088평에 불과한 극소의 조각 땅을 증여 명목으로 등기한 명백한 자료가 존재합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를 실정법 위반으로 지적합니다. 그리고 그 직후, 3인은 주민대표회의 위원장과 부위원장, 사업이사라는 핵심 보직에 나란히 올랐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자취를 대입해 이들의 행적을 돌아보면 그들의 동기와 목적 윤곽을 드러내며, 그동안 집행부의 활동들이 주민들의 이익에 얼마나 부합했는지 깊은 경각심을 일깨워 줍니다.
천문학적인 주민 자산을 노린 지능적 계획 범죄라는 의혹 앞에 주민대표회의가 태동한 후 주민들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증산4구역은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으며, 이로 인한 모든 피해는 결국 사업의 주체이자 약자인 원주민들의 몫으로 돌아올 청구서가 될 것입니다.
본 취재팀은 사람이 아닌 문제를 직시하며 정의로운 대안을 고민합니다. 본 기사의 목적은 오직 사회적 약자인 주민 보호와 정비사업의 정의롭고 투명한 재개발 문화 발전에 기여하자는 취지의 글임을 밝힙니다.
- 다음 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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