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내 집 마련'의 덫인가, '고위험 지뢰밭'인가… 지역주택조합, 그 끝나지 않는 논란의 민낯
'저렴한 내 집 마련', '환상의 황금 입지', '확정 분담금'. 혹하는 문구 뒤에 감춰진 것은 기약 없는 기다림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분담금, 그리고 한순간에 전 재산을 잃을 수도 있는 냉혹한 현실이었다. 취지 자체는 서민 주거 안정을 돕겠다는 '지역주택조합'. 하지만 2025년 현재, 이 제도는 왜 '고위험 지뢰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조합원들은 깊은 절망의 늪에서 헤매고 있을까. 도시정비신문 특별취재팀은 양천구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와 서울시 및 중앙정부의 움직임을 통해 지역주택조합의 민낯을 파헤쳐 봤다.
"조합원은 사업의 주체" 그러나 현실은 '리스크 '
지역주택조합은 토지를 매입하고 시공사를 선정해 아파트를 짓는 '주민 주도' 사업이라는 매력적인 그림을 내세운다. 하지만 이는 이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피해 사례로 입증되고 있다. 사업의 주체라는 호칭은 모든 리스크와 책임을 져야 하는 십자가와 다름없다.
사업 지연은 곧 '분담금 폭탄'이다. 수백, 수천억 원에 달하는 대출 이자와 치솟는 물가와 공사비는 조합원들의 몫으로 전가된다. 예측이 어려운 추가 분담금과 심지어 사업 무산 시에는 초기 납부한 분담금을 떼일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
[취재 질문: 피해 조합원]
- "예상보다 얼마나 더 많은 분담금을 내셨고,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어떤 어려움이 있으셨나요?"
- [피해 조합원 답변] "처음엔 6,500만원이라고 했던 분담금이 3년 만에 1억 3천만원까지 올라갔어요. 노후자금까지 다 털고, 결국 추가 대출까지 받았죠. 이자 부담이 너무 커서 밤에 잠도 못 자고, 퇴직금까지 다 써버렸습니다. 남은 건 빚뿐이에요."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
일반 분양 아파트와 달리 지역주택조합은 강력한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사업에 문제가 발생해도 환불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고, 탈퇴를 어렵게 막는 불리한 약관에 묶여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결국 조합원들의 피해가 된다.
[취재 질문: 지역주택조합 전문가 A씨]
- "지역주택조합 관련 소송에서 조합원들이 승소하기 어려운 법적 구조적 이유는 무엇이며,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까요?"
- [A씨의 답변] "가장 큰 문제는 계약서상 조합원들이 모든 위험을 부담하도록 설계된 점입니다. 특히 '사업 진행 중 발생하는 모든 추가 비용은 조합원이 부담한다'는 조항이 치명적이죠. 주택법에 지역주택조합 계약서 표준안을 도입하고, 업무대행사에 대한 책임 규정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조합원 탈퇴 시 납입금 반환 조건을 명확히 법제화해야 해요."
끝나지 않는 기다림과 주거 불안:
수년, 길게는 10년 이상 사업이 지연되거나 아예 좌초되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이 기간 동안 기존 주택을 처분한 조합원들은 기약 없는 전월세 생활을 이어가야 하며, 막대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주거 불안에 시달린다. 특히 노인 조합원들에게는 남은 생애 중 가장 중요한 시기를 허무하게 소비하는 고통으로 다가온다.
[취재 질문: 피해 조합원]
- "사업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가족의 삶에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 [피해 조합원 답변] "아이들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했어요. 큰 아이는 휴학하고 아르바이트 중이고, 작은 아이는 장학금 받으려고 밤새 공부해요. 집사람은 우울증 약을 먹기 시작했고... 가정이 완전히 흔들리고 있어요. 7년째 전세살이인데, 집주인이 이사 나가라고 하면 정말 갈 데가 없습니다."
- "계속되는 기다림 속에서 가장 큰 정신적 고통은 무엇이며,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까?"
허위·과장 광고와 책임 회피의 악순환
원칙적으로 조합원이 주체가 되어야 할 사업은 대부분 '업무대행사'라는 그림자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달콤한 유혹, 냉혹한 현실: 시행자들은 "시세보다 싸게", "황금 입지 확정", "초고속 착공" 등의 허위·과장 광고로 조합원을 모집한다. 양천구 목4동 지역주택조합 사건이 대표적이다. 추진위원장은 '고층 아파트 건설'과 '토지 70% 확보'를 내세워 조합원 100여 명에게 90억 원 규모의 사기를 쳤고, 이 돈을 유흥비로 탕진했다. 실제 토지 확보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취재 질문: 前 업무대행사 관계자 (익명)]
- "초기 조합원 모집 단계에서 허위·과장 광고가 만연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조합원들에게 가장 흔하게 제시하는 '달콤한 유혹'은 무엇이며, 실제와 어떻게 다른가요?"
책임 회피의 비대칭: 일단 조합원을 모집해 초기 사업비를 확보한 업무대행사는 사업이 난관에 봉착하면 수수료만 챙긴 채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적 분쟁의 비용과 책임은 고스란히 무지한 조합원에게 전가된다.
[취재 질문: 도시정비 전문가]
- "현행 제도에서 업무대행사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할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책임 회피 구조를 막기 위해 조합 설립 전, 또는 초기에 어떤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까요?"
3. 지자체·중앙정부도 비상… "민원 쓰나미"에 움직이는 당국
지역주택조합의 문제는 더 이상 개별 조합원들만의 고통이 아니다. 서울시와 용산 대통령실 등 최고 권력기관에까지 관련 민원이 빗발치면서 사회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양천구의 선제적 노력: 양천구는 목동 및 오목교 일대에서 잦은 피해가 발생하자, 사업대상지 주민들에게 지역주택조합의 위험성을 알리는 공문을 발송하는 등 선제적 예방 조치에 나섰다. 일부 납입금 반환 소송에서는 피해 조합원들에게 법적 지원을 제공하기도 했다.
[취재 질문: 양천구청 주택 관련 부서 관계자]
- "지역주택조합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는데, 구청 차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리·감독 원칙은 무엇입니까?"
- [양천구청 관계자 답변] "사전 예방과 투명성 확보를 가장 중요시합니다. 목4동 사태 이후 우리 구는 허위광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주민들에게 지역주택조합의 위험성을 알리는 공문을 발송하고 있습니다. 또한 조합 설립 인가 전 토지확보율과 사업성을 더욱 엄격히 검토하고 있으며, 조합 운영 실태 점검 횟수도 연 1회에서 2회로 늘렸습니다."
- "피해 발생 후 사후 지원보다는 사전 예방에 중점을 두는 이유는 무엇이며, 구체적인 예방책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서울시의 고강도 실태조사: 서울시는 이러한 '민원 쓰나미'에 대응하기 위해 시내 118개 지역주택조합을 대상으로 고강도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만 7개 조합에서 약 100건의 부적정 사례가 적발되었으며, 정보 공개 미흡, 자금 운용 부적정 등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 고발 및 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 처분이 뒤따랐다. 서울시는 '지역주택조합 피해상담 지원센터'를 운영하며 법률 및 행정 상담으로 피해자들을 돕고 있다.
[취재 질문: 서울시 주택정책실 관계자]
- "118개 조합 전수조사를 통해 확인된 가장 심각한 공통 문제점은 무엇이며, 서울시는 향후 어떤 제도적 개선을 계획하고 있습니까?"
- [서울시 관계자 답변] "가장 심각한 문제는 조합 운영의 불투명성과 업무대행사의 과도한 영향력입니다. 73%의 조합이 지구단위계획 단계에도 이르지 못한 채 조합원 모집 단계에만 머물러 있어요. 서울시는 '지역주택조합 운영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분기별로 사업 진행 현황을 공개하는 '투명성 강화 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또한 피해상담 지원센터의 법률 지원 기능을 대폭 확대할 예정입니다."
- "피해상담 지원센터의 역할 확대 및 실질적인 피해 구제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요?"
대통령실까지 나섰다: 대통령실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국토부에 전국 618개 지역주택조합의 분쟁 상황을 조사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지역주택조합 문제가 더 이상 일부 지자체의 골칫거리가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대통령실은 피해상담센터와 사법기관의 민원 데이터를 분석하여 사기·비리 의심 조합을 우선 조사하고, 위법 정황 시 수사 의뢰까지 불사할 방침이다.
[취재 질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 관계자]
- "대통령실 지시 후 지역주택조합 문제 해결을 위한 국토부의 핵심적인 추진 과제는 무엇이며, 제도 개선의 방향성은 어디에 있습니까?"
- "사기·비리 의심 조합에 대한 조사와 수사 의뢰를 통해 궁극적으로 달성하려는 목표는 무엇입니까?"
4. 탐사보도팀 제언: '재개발의 주체는 주민'… 보호를 위한 제도는?
재개발 사업의 주체는 결국 주민이다. 하지만 지역주택조합의 현실은 그 주체가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역설을 보여준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악용하는 비도덕적인 사업 행태를 근절하고, 선의의 조합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더욱 촘촘히 구축할 때다. 지자체와 정부는 적극적인 관리·감독을 통해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주택조합의 허가에 신중하고 감시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할 것이다.
[취재 질문: 도시정비 전문가 / 입법기관 관계자]
- "지역주택조합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 어떤 입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보십니까?"
- "국민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안전하게 이룰 수 있도록, 지역주택조합 제도 대신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