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글이 삶이 되는 순간

그분의 집무실, 정갈한 프레임 속에 담긴 글귀가 기자의 시선을 붙들었습니다.
꿈과 희망, 자유와 평등, 정의와 공정, 나눔과 베품을 통해 너와 내가 우리가 되는...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단어들입니다.
그러나 그 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인생의 준령(峻嶺)일 것입니다.
형이상학이 사물의 본질을 묻는 학문이라면
삶의 본질은 결국 한 사람의 살아온 시간 속에서 드러납니다.
평생 공직의 길을 걸어온 그분의 태도는 족자 속 문장을 앞세우지 않았습니다.
대신 상대의 마음을 먼저 살피는 겸손과
자신을 비워 타인의 자리를 내어주는 배려 속에서 그 글은 이미 조용히
살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기자의 눈에 비친 그의 일상은 가치를 선포하는 말이 아니라
묵묵한 실천으로 보여주는 철학적 삶이었습니다.
‘나’와 ‘너’가 만나 ‘우리’가 된다는 말은
따뜻한 찻잔 하나를 건네는 손길,
상대를 향해 몸을 낮추는 정중한 몸짓 속에서
이미 조용히 실현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습니다.
나는 족자를 본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이 써 내려가는 글을 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화려한 수사에 있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삶이 그가 말한 가치와 조용히 비례할 때
우리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어떤 정수(精粹)의 미학을 발견하게 됩니다.
세월이 흐르면 저 족자 속 글귀는 빛이 바랠 것입니다.
그러나 한 공직자가 남긴 아름다운 삶의 뒷모습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오래도록 잔잔한 울림으로 남을 것입니다.
나는 깨닫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힘이 아니라
말이 삶으로 증명되는 한 사람의 품격이라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