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

[정책 분석]도심복합개발법이 서울시 조례 문턱에 막히나

최종엽 기자
입력
상위법 취지 무색케 하는 ‘법령-조례 간 충돌’ 성장거점형 ‘단지 규모’의 이중 규제
이 그림은 도심복합개발의 문제를 인포그래픽 스타일로, 독자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법령별 장벽을 형상화하였음 

도심 주택 공급의 ‘새 길’, 시작부터 불협화음

도심 내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위해 제정된 「도심 복합개발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도심복합개발법)이 본격적인 시행 궤도에 올랐다. 민간의 창의적 역량을 활용해 저이용 부지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 주거·상업·문화가 어우러진 복합 거점을 조성한다는 것이 이 법의 핵심 입법 취지다.

 

과거 공공 주도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제안을 활성화하겠다는 야심 찬 출발이었으나, 최근 시행 중인 서울시 조례가 상위법보다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면서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장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상위법 취지 무색케 하는 ‘법령-조례 간 충돌’

현장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큰 걸림돌은 상위법령과 서울시 조례 간의 ‘기준 미스매치’다. 특히 성장거점형 사업의 공동주택 규모에서 현격한 온도 차를 보인다.

 

1. 성장거점형 ‘단지 규모’의 이중 규제

상위법인 도심복합개발법 시행령(제2조)은 각 공동주택단지 면적을 2만㎡ 이하로 규정하여 어느 정도 규모 있는 개발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조례 및 시행규칙은 이를 1만㎡ 이하로 더욱 축소하고, 주거 비중까지 전체 면적의 30% 이하로 묶었다. 이는 대단지 아파트 공급을 사실상 원천 봉쇄하는 결과로 이어져, 민간 사업자의 수익성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

 

2. 입지 및 접도 조건의 경직성

상위법은 민간 참여를 위해 유연한 가이드라인을 지향하지만, 서울시 조례는 간선도로 폭(15~20m 이상) 등 기반 시설 요건을 지나치게 구체화했다. 용적률 700%라는 ‘당근’을 제시하면서도, 정작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지는 극소수로 제한하는 ‘규제의 덫’이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거중심형 vs 성장거점형 요건 비교

구분주거중심형 (대규모 주거 공급)성장거점형 (복합 거점 조성)비고 (규제 충돌 및 쟁점)
최소 면적20,000㎡ 이상5,000㎡ 이상성장거점형이 진입장벽 낮음
접도 조건15~20m 이상 도로 접도2면 이상 도로 접도 (20m & 8m)[충돌] 노후지 현실 반영 미흡
공동주택 면적별도 제한 없음단지별 1만㎡ 이하[상위법] 2만㎡ vs [조례] 1만㎡
주거 비중주택 위주 구성 가능전체 면적의 30% 이하[쟁점] 사업성 저하의 핵심 원인
용적률 혜택최대 700%최대 700%용도지역 상향 인센티브 동일

 3. 서울시 조례 시행 일정과 현행 기준의 한계

서울시는 해당 내용을 담은 「서울특별시 도심 복합개발 지원에 관한 조례」를 통해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위법이 열어준 길을 하위 조례가 가로막고 있는 격"이라며, "이러한 불협화음이 지속될 경우 민간은 결국 기존 도시정비법 체계로 회귀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현장 맞춤형’ 제도 보완이 활성화의 열쇠

도심복합개발법의 성공은 결국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에 달려 있다. 상위법의 입법 취지가 ‘공급 활성화’에 있다면, 하위 조례 역시 이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조례 시행 초기 단계에서라도 입지 여건에 따른 유연한 예외 조항을 신설하고, 단지 규모 제한(1만㎡)을 상위법 수준으로 현실화하는 등 법령의 원칙과 현장의 간극을 좁히는 정책적 결단이 시급하다. 도심복합개발이 ‘서류상의 제도’가 아닌 실제 도심의 활력을 불어넣는 도구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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