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사유] 자전거와 자동차의 충돌 - 도심의 윤리

시간의 경계가 교차하는 찰나, 횡단보도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삶의 순간들을 품고 있었다. 신호가 막 바뀌는 길목, 자전거에 몸을 기댄 노인이 삶의 무게만큼이나 천천히 보폭을 옮기던 순간,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달려오던 자동차는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정지했고 노인은 자전거와 와 함께 나뒹굴었다.
그리고 차에서 내린 운전자는 당혹스런 어조로 "붉은 신호에 왜 건너느냐"고 항변했다. 그러나 노인은 항의 한마디 하지 못한 채, 침묵 속에 다리를 절뚝이며 자리를 떠났다. 노인은 개인의 권리를 회피했다. 권리는 주장하는 자를 돌보며 포기하는 자를 외면한다.
횡단보도는 누구의 존재론적 공간인가?
이 평범치 않은 목격은 내게 두 가지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첫 번째 질문은 사고의 물리적 위치에 대한 것이었다. 사고는 분명 횡단보도 안에서 발생했다. 횡단보도란 차량보다 보행자의 안전한 이동을 위해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 충돌의 순간, 더 큰 주의 의무와 양보의 책임을 지녀야 했던 존재는 누구였을까?
신호를 위반한 자동차 운전자였을까, 아니면 길을 건너던 자전거의 노인이었을까?
법적 잣대는 복잡할 수 있으나, 인간적 시각으로 보면 사회적 약자의 안전과 존엄을 우선시해야 한다. 헌법은 모든 개인에게 존엄과 안전, 자유로운 권리를 보장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약자라는 이유로 그 권리를 주장할 구조와 언어를 갖추지 못한 채, 침묵 속에서 권리를 포기하도록 강요받는 역설적인 상황이 빈번하다.
이는 무관심을 넘어, 인간의 기본적 권리가 현실에서 얼마나 실효적인가에 대한 질문과 정의의 관점에서 약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가치 구조에 문제는 없는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목격자의 윤리적 소명은 무엇인가
두 번째 질문은 사건을 바라본 나 자신에게 향한 준엄한 성찰이다. 나는 그 모든 상황을 연극을 관람하는 관객처럼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심리적 위축 속에 절뚝이며 걸어가는 노인의 뒷모습을 상기하며 '만약 내가 약자의 입장에 서서 상황을 정의롭게 중재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깊은 아쉬움이 밀려왔다. 목격자는 단순한 관찰자를 넘어, 침묵하는 약자를 대변하고, 그들의 권리를 옹호해야 하는 윤리적 대리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순간, 그 중대한 역할을 회피하고 말았다.
우리가 마주한 철학적 질문들
이 도시의 작은 횡단보도에서 벌어진 사고는 나의 존재와 사회에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타인의 입장을 얼마나 헤아리고 있는가? 그리고 위기의 순간, 우리는 과연 어떤 용기와 책임감으로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가?
법과 질서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뼈대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법의 조항 속에 스며들어야 할 인간적인 배려와 책임감은 질서를 넘어, 깊은 윤리적 울림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횡단보도는 개인의 권리와 사회적 책임이 치열하게 교차하는 삶의 현장이며, 도시 공동체의 윤리적 성숙도가 시험받는 곳이다.
따라서 타인의 고통 앞에서 침묵하지 않고, 목소리를 낼 때 살아 숨 쉬는 존재론적인 가치가 된다. 약자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불의에 맞서는 작은 행동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거울이자, 공존의 철학을 완성하는 퍼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