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 감천은 남았고 너부대는 흩어졌다
도시재생은 낡은 공간을 정비하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재생’보다 ‘이탈’, ‘공동체 회복’보다 ‘원주민 밀려나기’라는 비판이 반복되고 있다.
광명 너부대 일대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반면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주민 참여형 도시재생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는다. 두 지역의 차이는 무엇일까. 본지는 주민 인터뷰와 관계기관 입장, 타지역 사례를 통해 도시재생의 본질을 짚어봤다.
“전세도 못 얻는 돈”… 주민들의 호소
광명 너부대 주민들은 보상 체계와 이주 대책의 실효성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K 위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현실적으로 전세조차 구하기 어려운 수준의 보상으로 주민들이 생활 기반을 잃고 있습니다. 많은 주민들이 결국 광명시 밖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과 실질적 재정착 대책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령층 주민들 사이에서는 “수십 년 살아온 공동체가 해체됐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약속을 믿었다”… 엇갈린 기억
주민 A씨는 과거 주민설명회 과정에서 임대주택과 재정착 지원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본지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광명시장의 설명을 믿고 동의서를 제출했습니다. 당시에는 주민들이 계속 지역 안에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실제 사업 진행 과정에서 주민 기대와 차이가 발생했다는 것이 주민 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광명시 측은 “사업은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진행됐으며, 임대주택 공급 및 이주 대책은 사업 기준과 공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특정 주민을 기만하거나 허위 약속을 할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제집행과 재결서 논란
일부 주민들은 이후 인도명령 소송과 강제집행 절차가 진행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과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재결서 정본의 내용 또는 형식 변경 여부를 둘러싼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해당 의혹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LH 측은 “모든 절차는 관계 법령과 법원 판단에 따라 진행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누구에게 말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주민들은 사업 담당자 교체가 반복되며 행정 연속성이 부족했다고 주장한다.
일부 주민들은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이전 설명 내용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광명시 관계자는 본지에 “향후 광명시 내 분양 정보나 입주 가능 정보가 있을 경우 안내를 지원할 수 있다”면서도 “이는 확정적 보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그러나 “실질적인 재정착 대책과는 거리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감천문화마을은 왜 달랐나
반면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도시재생 성공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감천문화마을은 철거 중심 개발 대신 주민 참여형 재생 모델을 기반으로 추진됐다. 주민들은 벽화 조성, 골목 정비, 관광 프로그램 운영 등에 직접 참여했고, 행정은 인프라 개선과 브랜드화를 지원했다.

감천 주민 대표는 본지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마을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이 직접 마을을 가꾸고 운영에 참여하면서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감천문화마을은 ‘한국의 마추픽추’라는 별칭으로 관광자원화에 성공했고, 주민 소득 증가와 지역 활성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광명 너부대와 감천문화마을은 사업 규모와 구조 면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민 참여와 공동체 유지 여부는 도시재생의 핵심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도시재생의 본질은 무엇인가
광명 너부대 사례는 단순한 지역 갈등을 넘어 한국 도시재생 정책 전반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시재생이 단순한 개발사업으로 흐를 경우 원주민 이탈과 공동체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주민 참여형 거버넌스와 공동체 기반 정책이 결합될 경우 지역 재생의 지속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도시재생의 성패는 건물 높이나 사업 속도가 아니라, 주민의 삶이 얼마나 지켜졌는가에 달려 있다.
도시재생의 본질은 공간 개발이 아니라 사람의 삶과 공동체를 지켜내는 데 있다.
광명 너부대의 현실은 지금 우리 사회가 무엇을 재생하고, 무엇을 잃고 있는지를 다시 묻고 있다.
